[Trend from Tokyo] ‘진정성’의 대표 브랜드 BTS

[Trend from Tokyo] ‘진정성’의 대표 브랜드 BTS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0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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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정성’이라는 용어를 많이 접하게 된다. 마케팅 업계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진정성이라는 용어에 빠져 있다. 진정성의 실체는 무엇일까? 간단하고 쉬운 용어 같지만 파고들수록 심오한 의미를 발견한다. ‘진정성’ 우리말에 이미 존재하는 단어지만,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진정성’은 영어의 ‘Authenticity’를 번역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진정’이라는 원래 의미 이상의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진정성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태도’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여기서 포인트는 상대가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첫 번째 Authenticity : 생존율 2%의 벼랑 끝에서 부른 희망의 노래 It’s OK.

다양한 일반인 참가자들이 나와 자신의 끼와 재능을 뽐내는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라는 미국 NBC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초대형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흔히들 약자로 AGT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방탄소년단까지 출연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최근에는 세계 태권도연맹 시범단이 출연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쳐 골든 버저를 획득하면서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내기도 했다.

골든 버저 (Golden Buzzer)는 심사위원 테이블 정중앙에 위치되어 있으며, 한 시즌에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심사위원 누구든 사용할 수 있는데, 만약 버튼을 누르게 되면 다른 심사위원의 의견과 상관없이 바로 준준결승으로 진출할 수 있다. 출연자를 한 번에 준준결승 단계로 진출하게 하는 버저이기 때문에 모든 출연자가 간절히 바라는 버튼이기도 하다. 수준 높은 뛰어난 퍼포먼스로 심사위원을 감동하게 해야 얻을 기회이다.

최근 벼랑 끝 상황에서 희망으로 채워가는 한 출연자의 감동 스토리가 골든 버저를 울리게 했다. 영예의 골든 버저를 받은 주인공은 30세의 여성 제인 마르크제프스키 (Jean Marczewski)이다. 폐와 간, 척수로 전이된 암세포들과 투병 중이며 생존 확률 2% 벼랑 끝에서 부른 곡은 그녀의 자작곡인 희망의 노래 ‘괜찮아 (It’s OK)’이다. 험난한 예선 경쟁 없이 준준결승에 바로 진출하며 라이브 생방송 출연권을 얻는 그녀의 골든 버저 (golden buzzer)는 단지 출중한 음악 실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뒤에는 그녀가 보여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정성이 숨어있다.

제인은 심사위원의 질문에 언제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마지막 해를 부르는 노래라고 ‘It’s OK’를 소개한다. 심사위원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미안하다 ", "괜찮냐?" 고 물었고, 그녀는 괜찮다(It' Okey!)고 여러 번 말하면서 오히려 심사위원들을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자기가 경험하고 있는 어렵고 심각한 상황을 꾸밈과 가식 없이 아주 캐주얼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소리로 얘기하고 노래한다.

노래를 마친 후에는 "지금 저의 생존확률은 2%입니다. 그런데 2%는 0%가 아닙니다. 2%는 무엇인가 있다는 겁니다. 2%는 대단한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심사위원들은 "당신의 노래는 느낄 수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시즌을 통틀어 가장 진정성 있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아픔을 캐주얼하게 얘기하고 부른 노래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녀의 진정성이 심사위원만이라 스튜디오에 있는 모든 청중을 감동하게 하면서 전원이 기립박수로 응답한다.

"인생이 쉬워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내가 먼저 행복해지기로 결심해야 합니다. (You can’t wait until life isn’t hard anymore before you decide to be happy)" 이는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성에 대한 마지막 한 방이다. 이 말은 들은 심사위원은 잠시 침묵이 진행될 정도로 할 말을 잃는다. 물론 노래를 잘 부른 점도 있지만 노래 가사, 표정 노래 끝난 후에 하는 인터뷰 등 이 모든 내용과 과정이 진정성에 흠뻑 젖어 있다.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식이 없고 매우 밝으면서 희망적이다. 심사위원, 관객, 그리고 이후에 유튜브를 통해서 그녀를 접하고 있는 나 자신까지 그녀의 진정성에 감동한다.

Golden Buzzer: Nightbirde's Original Song Makes Simon Cowell Emotional - America's Got Talent 2021

두 번째 Authenticity : 영화 그린 북 (Green Book)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진정성을 느낀 영화가 있다. 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을 받은 그린 북 (Green Book)이라는 작품으로 2019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되었다. 현재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인종 차별이 심했던 미국의 1962년도를 배경으로 한다. 언제 어디서든 바른 생활을 하는 완벽한 흑인 천재 뮤지션 ‘돈 셜리’와 원칙보다 반칙에 익숙한 다혈질 운전사 이탈리아 이민자 백인 ‘토니’ 와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다. 취향도, 성격도 완벽히 다른 남자의 특별한 우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셜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하고, 투어 기간 자신의 로드 매니저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본격적으로 투어를 시작하기 전, 토니는 셜리의 공연 기획사 담당자에게 "그린 북"을 건네받는데 그린 북이란 당시 실제 존재했던, 흑인 여행자들이 출입 가능한 음식점과 숙박 시설이 적혀 있는 책이다.

토니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의 백인으로 인종차별주의자 성향이 강하다. 그런 그가 흑인 피아니스트의 로드매니저로 투어를 하며 셜리에 대해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고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된다. 투어 기간 중 셜리는 문법과 문맥이 엉망인 채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 토니를 위해 유려한 문장을 쓰는 것을 도와주고 교정해 준다. 셜리 역시 고립되고 외로웠던 심리가 토니에게 마음을 열면서 자연스럽게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방식을 받아드리며 가까워지는 셜리와 토니는 결국은 아름다운 우정으로 결말이 나게 된다.

극 중에 진행되는 모든 과정에서 가식이나 꾸밈을 발견할 수 없다. 거친 대화와 조그마한 폭력이 혼재하지만 둘 간의 대화, 그들이 사회에 던지는 행동이 꾸밈이 없어서 더욱 진정성이 와 닿는다. 진정성이 통해서, 실현되기 어렵게 보였던 그 당시의 백인과 흑인간의 우정이 실현되는 장면이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라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진다. 먼 나라의 얘기이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자기만의 경험을 자신의 목소리로 얘기하는 진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물씬 풍기는 명대사를 몇 가지 소개한다.

“폭력으로는 절대 이기지 못합니다. 품위를 유지할 때만 이길 수 있을 겁니다. (You never win with violence. You only win when you maintain your dignity.)” 셜리가 토니에게 영화 전체를 통해서 일관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이다. 실제로 토니의 폭력적인 성향으로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되면서 둘이 유치장에 갇히게 되는 장면이 있다. 셜리의 일관성 있는 언행으로 폭력을 사용하면 지게 된다는 가르침을 준다.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다면 그럼 난 뭐죠? (So, if I’m not black enough and if I’m not white enough, then tell me, Tony, what am I?)” 셜리 박사의 진실이 배어 나오는 매우 감정적인 대사이다. 셜리 박사는 두 개의 정체성에서 갈등한다. 흑인이지만 흑인 사회로부터 멀어져 있고, 백인들을 위해서 음악을 연주하지만 이런 백인들은 그의 음악 재능에 대해서는 존경을 표시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성공해 보인 그가 사회로부터의 소외와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토니에서 솔직하게 내뱉는 고백이다. 그동안 우정이 쌓여왔기에 자신의 취약성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서로의 불행을 이해하고 따뜻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훈훈하게 담고 있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진정성이 통해서 길 위에서 우정이 완성된다. 감동 뒤에는 진정성이 숨어있다.

‘그린 북’ 메인 예고편

세 번째 Authenticity : BTS

BTS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케팅 케이스로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BTS의 성공에도 그 근저에는 진정성 (Authenticity)이 내재하고 있다.

BTS는 의외로 좋지 않은 조건을 가지고 탄생하였다. 일산, 과천, 부산, 대구,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구성된 토종 국내파이며, 그것도 '비(非)서울 출신'만 모인 아이돌 그룹이다. SM·YG·JYP 같은 대형 기획사 소속도 아니고, 현재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기 전엔 한국에서 유명한 아이돌도 아니었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은 해외 활동에 염두를 두고 만든 것으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순수 한글로 무장한 그룹명이다. 처음 들으면 이름 자체에서 촌티가 나면서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은 방탄소년단에 열광한다. 한국에서보다 외국에서 인기가 더 높다. 방탄소년단을 줄인 'BTS'라는 영어 약칭은 해외 팬들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케이팝 아이돌 그룹에 비해 진정성과 열정이 강하게 느껴진다. 다른 글로벌 케이팝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BTS는 소위 흙수저 아이돌로 시작하였다. 밑바닥에서 출발해서 천천히 꾸준하게 팬층을 다져온 결과 전 세계 최고의 팝스타가 되었다. 이들을 최고의 스타로 만든 것은 대형 기획사의 든든한 지원이 아닌 자신의 노력과 실력 그리고 이것을 알아보고 인정한 팬들의 입소문 덕분이다.

그럼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성공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세계의 젊은이들과의 공감이다. 곡을 만들 때 인종, 국가 상관없이 청소년, 젊은이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메시지를 구상한다. 가식과 과시가 있는 가사는 모두 배제하고 무조건 자신들의 이야기를 썼다. 자기 자신들에게 진실했다. 즐겁고, 행복한 음악보다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가혹한 현실과 그에 대한 고민을 노래하는 데 포인트를 맞추었다. 음악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냈다는 점, 이 점이 젊은 층 사이에서 크게 호응과 공감을 받은 것이다.

초기부터 자신들 스스로 만들 곡을 통해 활동하기를 선호했다는 점은 진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이다. 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직접 제작하고 만든 것은 이들의 진정성 이미지 구축에 큰 역할을 한다. 그들의 생각을 그들이 작곡, 작사한 노래로 얘기한다. 자기들이 이야기를 자기들의 목소리로 전한다. 자신들의 진정성 있는 얘기를 가수로서의 재능을 통해서 팬들과 공감한다. 세계적인 대스타가 된 현재에도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면 모든 멤버들이 작사, 작곡 등 기획에서 디자인까지 전반에 걸쳐서 참가를 한다. 팬들의 자발적인 선택과 힘이 합쳐지면서 이들이 구축한 진정성의 이미지는 더욱 강화된다. 이렇게 BTS는 진정성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진정성 마케팅

위에서 소개한 세 가지 스토리는 진정한 인생의 스토리이자, 꾸밈없는 자신의 모습을 표출, 쌍방 간의 공감하는 스토리이다. 모두 공통의 키워드인 진정성으로 승부를 겨뤄서 상대를 감동하게 한 케이스이다. BTS의 경우는 ‘진정성 마케팅’의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서 청중은 자신이 사랑하는 브랜드와 깊게 접촉하고 싶어 한다. 진정성을 보이는 브랜드는 브랜드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가치를 전달하고 자신의 진정한 그대로의 모습을 꾸미지 않고 가식 없이 보여주는 브랜드에 고객들은 깊이 감동한다.

게릴라 마케팅, 앰부시 마케팅, 스텔스 마케팅 등 기존의 가식적인 마케팅 방법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더는 통하지 않는다.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밀레니엄 세대는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따지고 기업과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정보를 확인하면서 기업이 제품의 장점을 과장하거나 단점을 숨기면 바로 이의를 제기하고 불매 운동을 벌인다. 이들은 자극적인 문구나 제품, 서비스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에 반응한다. 이러한 밀레니엄 세대가 향후의 마케팅을 리드해 간다.

앞으로는 기업의 탄생 스토리, 철학, 실력, 성격, 개성, 열정, 소통 능력 등 핵심에 집중하고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진정성 마케팅이 통할 것이다. 마케팅이 상술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극복하려면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려는 ‘진정성 마케팅’이 필요하다. ‘진정성 마케팅’ (Authenticity marketing)을 제대로 실행하면 나만의 브랜드를 두드러지게 할 수 있다. 진정성은 고객과의 진정한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파워풀한 툴이다. 향후의 마케팅 성공의 비밀은 진정성으로 귀착한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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