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from Tokyo] 이름만 바꾸었는데

[Trend from Tokyo] 이름만 바꾸었는데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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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렬 칼럼니스트 ] 이름을 바꾸었을 뿐인데 지금까지 전혀 인기가 없었던 상품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팔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은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름 하나 잘 지어서 대박을 만들어 내는 제품이 여기저기 있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네이밍 전략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자.

Hakata Spicy Caviar

일본의 후쿠오카(福岡)출신 요리사가 뉴욕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급일본 식당이 있다. 메뉴 중에 ‘멘타이코(明太子)’라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미식가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도 인기가 매우 높다. 특히 후쿠오카 멘타이코가 제일 유명하다. 약간 자극을 주는 매운 맛이 한국 사람 입맛에도 딱 맞아 일본 사케와 함께 안주로 먹기에 딱 좋다. 명란젓과 비슷하지만 한국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원류는 같은 것이라고 짐작된다. 식당 주인의 출신지인 후쿠오카의 명물인 ‘멘타이코’를 메뉴로 제공하였지만 고객으로부터 ‘뭐 이런 요리가 있어’, ‘징그럽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만이 돌아오면서 주문이 늘지 않았다. ‘Kuwazu Kirai(食わず嫌い)’ 즉, 먹어보지도 않고 싫어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처음에는 메뉴를 영어로 직역을 해서 ‘Cod roe’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했다. 미국에서는 생선의 알을 먹는 습관이 없기 때문에 먹어 보기도 전에 혐오감 먼저 앞서서 멀리했던 것이다. 맛있는 멘타이코를 어떻게 하면 미국의 고객에게 수용될 수 있을까 오랜 고민을 하다가 마침내 메뉴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Cod roe’를 ‘Hakata Spicy Caviar’로 바꾼 것이다. ‘Hakata(博多)’는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는 후쿠오카의 별칭이다. 캐비어(caviar)가 철갑상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이지만 직역을 해서 ‘Sturgeon roe’라고 하지 않고 ‘Caviar’로 명명함으로서 고급 요리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것이다.

이름을 바꾼 순간부터 폭발적으로 팔리기 시작하였다. 일본 사케에 잘 어울릴뿐 아니라 차가운 샴페인과 곁들여서 즐기는 고객이 늘어났다. 지금까지 징그럽다는 인상을 주었던 멘타이코의 이미지가 세련된 아방가르드(avant-garde)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식당 예약을 위해서는 2주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미쉐린 뉴욕 가이드에 5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 되었다. 이상은 뉴욕에 위치한 ‘Hakata Tonton’이라고 하는 일본 식당의 이야기이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배달 전문으로만 운영을 하고 있지만 고객을 식당으로 맞이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고 한다.

후쿠오카의 명물 멘타이코
후쿠오카의 명물 멘타이코

떨어지지 않는 사과

일본 국내에도 이름으로 성공한 유명한 사례가 있다. 1991년 일본의 최대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아오모리현에 태풍이 불어 닥쳤다. 잘 익어가는 사과는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대부분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농부들은 망연자실했고, 한 해 농사를 망친 것에 대해 한숨만 내쉬고 있었는데, 사과를 치우던 어느 농부가 아직 떨어지지 않은 몇 개의 사과를 발견한다. 그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농부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아직 떨어지지 않는 사과를 잘 포장하여 별명을 붙여 주었다.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사과’의 탄생이다. 사과가 판매되는 시기가 대학교 입시 시즌과 맞물리면서 농부의 사과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 '합격 사과'가 되어 불티나게 팔렸다. 태풍으로 인해 일반 사과보다 맛도 덜하고, 모양도 곱지 않았지만 태풍을 견딘 사과였기에 사람들은 기꺼이 비싼 값을 주고 사과를 샀다고 한다. 지금도 ‘합격 사과’는 아오모리현의 명물이 되어 매우 고가로 일본 전국에 판매가 되고 있다. ‘떨어지지 않는 사과’ 즉, ‘합격 사과’라는 이름이 아오모리의 사과 농가를 구제한 셈이다. ‘합격사과’ 배경에는 소비자와 공감할 만한 스토리가 더해짐으로써 이 제품의 인기가 배가되었다. 스토리에 근거한 네이밍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명물이 된 떨어지지 않는 사과 즉, 합격 사과
일본 아오모리현의 명물이 된 떨어지지 않는 사과 즉, 합격 사과

호주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 호주 멜버른에는 ‘재플슈츠(Jafflechute)’라고 하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는데 건물 7층에 위치한다. 보통 음식점이나 카페는 1층에 많이 오픈을 하는데 아무튼 창업 자금이 많지 않아서 샌드위치 가게를 7층 꼭대기에 열게 된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7층까지 올라가서 샌드위치를 포장해 내려올까? 게다가 이 가게는 간판, 의자, 테이블, 주문을 받는 사람도 없다. 누가 봐도 불리한 그런 악조건 속에서 재플슈츠는 평범한 샌드위치 가게와는 아예 다른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나게 인기있는 샌드위치 가게가 되었다. 샌드위치를 낙하산에 달아 던져 주는 것이다. 바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샌드위치이다. 손님들은 미리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고 받는 시간만 정해서 간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샌드위치를 기다리는 짜릿한 경험을 한다. 호주 말로 토스트 샌드위치를 일컫는 ‘재플(jaffle)’과 ‘낙하하다’의 ‘슈츠(chute)’가 합쳐져서 낙하하는 샌드위치 즉, ‘재플슈츠(Jafflechute)’라는 이름의 샌드위치 가게이다. 정말 기발하고 센스 있는 아이디어로 약점을 장점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독특한 네이밍까지 더해서 고객에게 즐거운 체험을 선사하는 차별화된 샌드위치 가게가 탄생한 것이다.

샌드위치와 낙하하다의 합성어로 탄생한 재플슈츠
샌드위치와 낙하하다의 합성어로 탄생한 재플슈츠

네이밍 마케팅의 중요성

네이밍이란 ‘이름 짓기’다. 브랜드 네임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름에 걸맞게 제품이나 패키지, 서비스 등 많은 부분이 시장에서 차별되어야 하며,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Hakata Spicy Caviar’의 경우 소비자는 제품이상으로 언어 (단어)를 먹는 것이다. 제품 자체는 전혀 변한 것이 없고 메뉴의 이름만을 바꾼 것인데 사람의 행동이 변한 것이다. 이처럼 이름만 잘 지어도 절반만 먹고 들어간다. 제품의 이름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을 잘 나타내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광고 마케팅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네이밍 마케팅의 핵심이다.

판매하는 상품을 통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다. 하지만 제공되는 가치가 제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의미가 없다. 이처럼 상품에 부합하는 제품명, 즉 네이밍의 개념에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이하면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네이밍은 다른 제품보다는 대박 낼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네이밍이란, 우리가 타기팅 하는 세분화된 시장에 우리의 제품(또는 서비스)의 장점이나 특화점을 소비자의 언어로 매력 있게 전달하는 측면이 있음과 동시에, 소비자들로 하여금 주목도를 높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뇌리에 오래 남길 수 있는 마케팅 전략 및 활동의 근본이 될 수 있다.

 


양경렬 박사 ADK Korea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ADK 본사에서 글로벌 인사 업무를 담당. NUCB (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의 객원 교수로 활동하며 Global BBA, Global MBA에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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