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학계와 현장의 간극 좁혀질 수 있을까?

광고 학계와 현장의 간극 좁혀질 수 있을까?

  • 김동후
  • 승인 2018.11.12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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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가을, 6년간의 광고 회사 AE 생활을 끝내고, 텍사스 주립 대학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할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클라이언트를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해서, 제대로 된 광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과감히 유학 길에 올랐었는데, 그 과정 역시 순탄치는 않았다. 석사 논문을 쓸 시기가 되어 주제를 선정하는데, 제시하는 주제마다 지도 교수님은 논문 주제로는 부적합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기억으로는 한 3 개월 정도를 주제 선정하는 데만 사용했던 것 같다. 그 때 지도교수님은 필자가 아직 현업의 물이 덜 빠져서 아카데믹 페이퍼를 쓸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의견을 주셨다.

6년간의 광고 대행사 경험으로 필자는 광고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분야이고, 이 다양한 요인들이 광고 효과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학문적으로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논문이라는 것은 어떠한 현상에 대해 실증적인 증명을 해야하는 과정이고, 여러 개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영향을 한 개의 논문으로 증명하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가령, 소비자들에게는 개별적인 특징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어떠한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그 브랜드에 대한 기존 인식 등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지 않고는 실증적 증명을 할 수는 없다. 다시말해, 개별 요인들에 대한 고려나, 분석없이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은 학문적 접근에서는 통용될 수 없다. 하지만 그 당시, 필자는 학자로서 그리고 연구자로서 훈련이 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별적 변인들을 모두 분리해서 각각의 변수들이 야기하는 영향력을 따로 찾아보라는 지도 교수님의 조언을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흡사 장기를 두는 데, 차와 포를 다 떼고, 졸 만을 이용해서 왕을 잡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많은 광고 현업 전문가들이 광고 관련 논문이나 리서치를 접했을 때 이러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도외시하는 책상물림들의 이상적 생각들의 나열 정도로 치부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변인들이 생성해 내는 복합적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변수들의 의미와 그 영향에 대해 알아야 한다. 현업의 전문가들이 기존 경험을 통해 여러 요인들을 가정하고, 그 요인들의 효과를 예상해서 최상의 효과를 도출할 수 있는 실무적 전략을 수립하는데 노력을 꾀한다면, 학계의 전문가들은 최상의 효과를 생성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을 먼저 특정하고, 그 요인의 원인을 분석함으로 상호 작용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데 중점을 둔다. 실체적 경험치에 기반을 두는 실무적 의사 결정은 현실과 맞닿아 있고, 환경이 안정적인 한 효과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상황이 도래하거나, 기존의 경험과 배치되는 현상이 나타날 때, 의사 결정자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상호작용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을 하는 학계의 조언은 어려움을 타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격주의 연재를 통해 필자는 광고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론과 모델들을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연재를 통해 광고 실무자들이 학계에 대해 느끼는 간극을 좁히고, 급변하는 광고 시장에서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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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후 (교수, UNC Chapel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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