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일타쌍피의 인생살이를 위하여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일타쌍피의 인생살이를 위하여

  • 김시래
  • 승인 2019.02.28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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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는 식탁 모서리에 떨어질 듯 놓여 있었다. 역류성 식도염과 위궤양과 위염. 광고인이 달고 사는 잡병삼종세트 그대로였다. 불만은 복부비만과 지방간 수치가 올라간 것, 의사는 술을 줄이고 운동을 늘리라고 권유했다.

안사람은 야밤의 폭식이 원인이라며 정신력으로 입의 유혹을 이겨 보라고 했다. 입의 유혹이 그 정신력일 텐데요.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어쨌든 <남편의 체중 줄이기>란 책 속에 있는 어느 현명한 주부의 처방전은 다르다. 잔소리보다 남편 몰래 그릇의 크기를 줄였다는 것이다. 손가락을 빠는 버릇이 심한 아이에겐 어떻게 하면 될까? 손가락을 빠는 시간을 정해주면 된다. 심드렁해져서 나중엔 그 버릇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독일의 치과의사는 아이의 이를 뽑을 때 마스크를 쓴다. 그 마스크엔 개구쟁이 스머프 그림이 아주 크게 그려져 있다. 아이의 공포를 달래주기 위해서다.

세상은 아이디어로 가득한 마케팅 전시장이다.

이번엔 소변기 이야기다. 인천공항 간이주차장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급히 빠져 나오는데 변기 위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육수를 흘리지 맙시다.” 냉면집을 하는 집의 자제였을까? “남자라면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오래된 문구보다는 효과적이지만 글쎄,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이 방면의 탑은 네덜란드에서 유래된 변기통이다. 낙하지점에 파리가 새겨진 그 변기통 말이다. 귀찮은 그 순간을 게임 본능을 자극해서 조준 사격을 유발한 것이다. 인생도처유상수라고 했다. 얼마 전 그 방면의 진짜 고수를 만났다. 어느 골프장의 화장실이었는데 소변기 밑에 예쁜 모양의 자갈이 자연스레 깔린 화분이 놓여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쳐다보다 바싹 다가섰다. 이 마케팅 고수는 누구일까? 화장실이 전시장의 격조까지 풍기고 있으니 도랑 치고 가재도 잡은 격이다.

이 칼럼이 시작된 지 2년 6개월이 흘렀다. 광고인의 칼럼이란 것이 얼마나 가볍고 얼마나 속물적일까. 깊고 그윽한 인문의 맛을 풍기거나 남다른 묘사력으로 글 읽는 기쁨을 드릴 순 없으나 광고인의 색다른 관점 정도는 드러내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이제 어떤 칼럼은 만분이 넘게 접한다고 한다. 더 큰 정성으로 분발할 일이다.

내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좀 더 분명한 까닭이 있다. 2년간 대학에서 <광고철학론>을 가르친 적이 있다. 광고가 사라지는데 케케묵은 광고 이론이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진실은 현장에 있다. 나는 이론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실전만을 강의했다. 이 칼럼도 그렇게 시작했다. 광고인 특유의 인사이트를 활용하되 내가 부딪치는 매일의 사건 속에서 시대적 관점을 정리해보는 것이다. 그러니 부지런을 떨어야 하고 수시로 기록도 남겨야 한다. 그렇게 시작한 발걸음이 관찰의 습관을 길러주고 관계의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 예기치 못한 부수효과다. 우물을 여기저기 파놓고 하루를 26시간만큼 사는 사람들이 나 뿐만이랴. 직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며 호주머니와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여행 사진에 카피를 달아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 그들이다. 백세인생인데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있다. 이 봄, 당신도 일타쌍피의 인생사를 설계해보자.

 


김시래 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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