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한국 광고전문지,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이야기하다

[특별 대담] 한국 광고전문지, 어제를 돌아보고 내일을 이야기하다

  • 최영호 기자
  • 승인 2019.03.15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드타임스 창간 100일 기념 대담
광고산업 발전을 위해 광고전문지는 반드시 필요, 매드타임스에 거는 기대 커

우리나라 유일한 광고 마케팅 전문지인 매드타임스가 발간된 지 3월 21일이면 100일이 된다. 매드타임스 창간 100일을 맞아 우리나라 광고전문지의 역사와 나아갈 길에 대해 우리나라 광고의 산 증인인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초빙교수와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겸 대학내일 사범(고문)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광고전문지에 대해 이야기 중인 신인섭(우), 박재항(좌)
광고전문지에 대해 이야기 중인 신인섭 교수(우)와 박재항 사부(좌)

박재항 선생님 안녕하세요. 매드타임스가 이제 곧 100일을 맞이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100일이 큰 의미가 있죠. 선생님께서는 창간발기인으로 참가하셨고 매주 좋은 글을 보내주시고 계십니다. 매드타임스의 발간 의의와 100일이 된 지금까지 매드타임스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신인섭 우선 축하 드립니다. 100일은 아이가 태어나서도 처음으로 기념하는 좋은 날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전문지들이 생겼다가 너무 빨리 사라졌습니다. 지금 100일이지만, 100년을 생각하면서 이어져 가기를 희망하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100일은 짧은 시간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광고계에서도 매드타임스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100일 동안 모든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용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부를 하자면, 100년을 내다보며 여유를 갖고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재항 우리나라에서 광고전문지들이 많이 생겼다가 너무 빨리 사라졌다고 하셨는데요. 광고전문지들이 빨리 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신인섭 제가 보기에는 두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경제적인 부분입니다.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출판을 했었는데,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본금이나 운영비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두 번째는 만들었던 사람들의 뜻입니다. 그분들도 처음에는 상당히 생각을 많이 하고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이나 끝까지 가겠다는 일종의 장인정신, 광고인으로서 사명감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나 전통 가운데 장신정신이 있는데, 해방 이후 광고전문지 분야에서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초빙교수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초빙교수

박재항 그렇다면 해외에는 장수하고 있는 전문지들이 꽤 있지 않습니까?

신인섭 우선 미국의 광고잡지는 <Printer’s Ink>입니다. 1888년에 처음 나오고 1907년대에 이름이 바뀌고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Advertising Age>, 1930년입니다. 타블로이드로 나왔는데, 지금도 타블로이드입니다. 당시 흑백인 것이 지금 컬러로 바뀌었고, 로고는 바뀌었습니다.

일본은 해방 전에 광고잡지가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본에는 여러 잡지가 있지만, 지금도 있는 <선전회의>는 1950년대에 창간됐습니다.

모든 나라를 찾지 못했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수십 년 된 전문지들이 꽤 있습니다.

박재항 <Ad Age>와 <선전회의>가 대표적인 외국 잡지인데, 아무리 광고인이라고 해도 외국잡지다 보니 꾸준히 보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50년 이상 해외 광고계를 연구하시면서 꾸준히 두 잡지를 보셨는데요, 두 잡지의 내용이나 편집 방향 같은 것들이 차이가 있나요?

신인섭 나라의 광고산업, 문화의 차이입니다. <Ad Age>는 주로 크리에이티브와 사람에 초점을 맞춥니다. 광고는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 내니까, 이런 것에 관련된 기사들이 많아요. 반면 최근에는 잘 보지 않아 섣부르게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선전회의는 개인보다는 업계를 내다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이 두 차이는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어느 것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겸 대학내일 사범(고문)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겸 대학내일 사범(고문)

박재항 광고전문지도 문화의 산물이니까 당연히 반영되겠네요. 우리나라에서도 매드타임스 이전에 광고전문지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광고전문지들의 역사, 자료들을 선생님만큼 많이 갖고 계신 분도 없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전문지는 1961년 창간된 <새廣告>

신인섭 갖고 있었지요. 지금은 한림대 도서관 등에 다 기증해서 몇 개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전문지는 1960년 9월에 창간한 <새廣告>입니다. 한국일보 광고국장이었던 윤동현씨가 창간한 월간지였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1961년 6월에 폐간되어 1년을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새廣告" 창간호
"새廣告" 창간호

그런데 창간호를 보면 이미 1960년에 우리나라 광고계에는 세계의 광고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간 축사 8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IAA회장, 미국광고대행사협회 회장, <Printer’s Ink> 발행인 등 김효록 교수를 제외한 7인이 모두 미국 광고계 관련 인사였습니다. 내용도 윤동현씨의 글 ‘광고의 의의와 역사적 고찰’, ‘IAA란 무엇인가’ 등에서 보듯 세계 광고계에 대한 연구와 지식이 상당 수준에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광고대리점의 기능과 사명’, ‘광고 효과 측정’, ‘광고용어 해설’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광고 산업에 대해 상당 수준의 연구가 진행됐음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주목할 것은 상무부 상무국장(무역담당국장)이 무역, 즉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광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PR에 대한 글 그리고 광고비 조사에 대한 글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 당시에 많지는 않았지만 광고에 대해 깊이 연구하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박재항 그 당시에도 국제적인 안목이 높고, 광고에 대해 깊이 연구하시던 분들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네요.

신인섭 <새廣告> 필진을 살펴보면, 대학교수들이 있습니다. 특히 고려대학교 상과대학의 경영연구소에 계신 분들인데요. ABC나 광고주협회 등에 대해 거론하고 있는 등 광고에 대해 깊이 연구했습니다.

박재항 <새廣告> 폐간 후에 광고전문지는 어떻게 발전했나요?

신인섭 광고전문지의 발전을 보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 광고산업에 대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합동광고
합동광고

우리나라 광고산업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1967년 합동통신사는 경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합동통신의 실질적 전신(前身)인 일본전보통신사의 영업 방법에서 힌트를 얻어 덴츠와 업무계약을 체결하고 합동통신사에서 합동광고를 만듭니다. 그리고 덴츠가 하듯, 광고시장조사를 하고 발표합니다. 그런데 1년 만에 끝납니다. 그리고 <電通報>처럼 <합동광고>라는 잡지를 만들었는데, 이 역시 1년 만에 끝납니다.

그러다 두산그룹 계열인 한양식품이 코카콜라 보틀러(Bottler)가 되면서 합동통신은 1969년에 동아일보와 합작으로 만보사(萬報社)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만보사는 미국 코카콜라 광고를 대행하게 됐습니다. 두산은 합동광고와 만보사 두 개의 광고회사를 갖게 되는데, 나중에 합병해서 오리콤이 됩니다. 그리고 코카콜라의 경쟁자인 펩시콜라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당시 미국 최대의 광고회사인 J. 월터 톰슨 (J. Walter Thompson)이 직간접적으로 광고에 관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1969년에는 정부 국영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독점하던 석유시장에 미국 칼텍스(Caltex)가 럭키그룹과 합작해서 호남정유(현 GS칼텍스)를 설립하게 됩니다. 독점이던 한국 석유시장에 경쟁이 생겼고 치열한 광고전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1969년부터 미국의 콜라회사와 석유회사가 미국의 광고대행사가 같이 들어오면서 서구식 광고대행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게 됩니다.

그 후 제일기획, 연합광고 등이 설립되는 등 1970년대 문자 그대로의 “Advertising Age”가 열리게 됩니다.

아울러 광고단체가 설립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단체는 1968년 설립된 IAA 한국 지부입니다. 1971년에는 현재 한국광고총연합회인 한국광고연구협의회가 창립됩니다. 1973년에는 TV의 급격한 성장으로 광고의 총아가 된 TV 광고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CF프로덕션 단체가 생깁니다. 상업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도 생겼습니다.

 

광고회사와 광고단체가 광고전문지 발전에 기여

박재항 69년부터 우리나라 광고업계에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네요. 그러면 광고전문지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되나요?

신인섭 우리나라 광고전문지는 광고회사나 광고단체를 통해 발간되고 발전했습니다.

우선 1975년 10월에 제일기획 사보가 타블로이드로 창간됩니다. 지금 보여드리고 있는 것은 창간 1주년 기념호입니다.

제일기획 사보 창간1주년 기념호
제일기획 사보 창간1주년 기념호

그리고 연합광고 사보가 1979년 10월에는 월간 연합광고가 창간됩니다. 나중에 사보 오리콤은 1979년 7월, 대홍보와 코래드가 각각 1984년 월간으로 창간됐죠.

박재항 그리고 보니 꽤 들어본 전문지들이네요. 많은 학생들이나 광고인들이 광고회사 사보를 통해 해외 광고계 소식이나 최신 마케팅 이론, 캠페인 사례 등을 공부했다고 들었습니다.

신인섭 맞습니다. 광고회사가 우리나라 광고발전에 크게 기여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사보입니다. 최신 이론과 해외 정보, 국내외 우수 캠페인 소개 등 내용도 좋았고, 무엇보다 무료로 배포하지 않았습니까?

박재항 그렇다면 광고단체가 발행한 전문지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광고업협회보 창간호(좌)와 다양한 형태의 광고협의회 회보들(우)
광고업협회보 창간호(좌)와 다양한 형태의 광고협의회 회보들(우)

신인섭 우선 1974년 1월에 창간한 한국광고협의회 <會報>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같은 단체에서 나오는데 크기나 형식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입니다. 일본 <電通報>는 창간된 이후 흑백이 컬러로 바뀌었을 뿐, 제호나 판형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광고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광고의 부문별로 필요한 전문지가 생겨나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1974년 4월 한국CF제작협회 회보 “報“, 1976년 9월 서울카피라이터즈 클럽의 “SCC 카피”, 1977년 한국광보문화연구원의 오디언스 서베이(Audience Survey) 등이 있습니다. 1992년 1월에는 대행사모임인 광고업협회의 <廣告業協會報>도 창간됐습니다. 광고주협회에서도 광고전문지가 발간됐습니다. 그 외에도 PR전문지와 옥외광고신문도 나왔습니다.

서울카피라이터즈클럽 회원들
서울카피라이터즈클럽 회원들

박재항 미국의 <Ad Age>나 일본의 <선전회의>는 사보나 협회보가 아닌 일반적인 전문지인데요. 비슷한 성격의 전문지가 제 생각은 <새廣告>인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이런 전문지는 없었나요?

신인섭 1993년에 <한국광고>와 중앙리서치에서 발간한 <애드타임스>라는 광고전문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광고산업 발전을 위해서 광고전문지는 반드시 필요

박재항 우리나라에도 광고전문지가 꽤 있었네요. 그럼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광고전문지는 꼭 필요할까요? 선생님께서는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신인섭 당연히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총광고비는 우리나라 GDP의 0.6~0.7% 정도 차지하지 않습니까? 즉,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0.6~0.7%를 차지하는 산업이 있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우리나라 업종 분류표에도 광고는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업계를 대변하는 전문지는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문지는 그 업계를 대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나 발전 방향 등 비전에 대해 논의하고 발표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업계 안에서 정보를 교류하고, 현업에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수립에 업계 의견을 제언하는 등 업계를 대표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 예로 광고심의세칙(안), 광고 소분류로 격상 조정 등에 업계 의견을 제시했었습니다.

신인섭 교수(좌), 박재항 대표(우)
신인섭 교수(좌), 박재항 대표(우)

박재항 저는 예전에 미국친구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오다가 알래스카 앵커리지 공항에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친구가 <Ad Age>에 기사가 나온다고 하면서 면세점 잡지 판매점에서 <Ad Age>를 사야겠다고 한 것입니다. 광고전문지를 잡지 가판대에서 살 수 있을까 하며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광고전문지가 과연 잡지 가판대에서 팔릴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그런 점에서 광고전문지가 대중성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신인섭 저는 한국에서 광고전문지가 대중성을 갖기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 그 이유는 광고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문제 때문입니다. 유교문화권, 한국 중국 일본 중에서 광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가장 낮은 곳이 한국이에요. 그래서 저는 힘들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광고전문지가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아직까지는 척박합니다. 그러나 광고전문지가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광고전문지는 있어야 합니다.

박재항 그런 점에서 매드타임스의 역할이 중요하겠네요. 끝으로 매드타임스에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인섭 우선 한국에서 광고하는 사람들이 매드타임스를 모두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긴 안목과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너무 조급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포맷을 일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매드타임스의 100일을 축하하고, 우리나라 광고계를 위해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희망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