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킹메이커의 분노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킹메이커의 분노
  • 김시래
  • 승인 2019.03.22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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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를 탄생시킨 그의 목소리와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분노’ 덕분이라고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무사 안일과 핑계, 불합리와 싸우자고 했다. 막연한 꿈을 좇다 보면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게 되는데 어떻게 밝은 미래가 오겠느냐는 것이다. 성공한 프로듀서가 서울대에서 한 축사 이야기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이야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Stay Hungry, Stay Foolish”, 즉 모자란 듯이 좀 우직하게 살아야 기회가 온다고 했다. 인생을 장기전으로 바라본 것이다. 모든 역사는 인과를 결정하는 필연적인 배경이 숨어있다. 우리의 각박한 현실과 그들의 넉넉한 처지를 생각하면 그들 관점의 차이가 수긍이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 ‘The Wife’도 분노의 감정을 되찾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 그녀는 남편보다 필력이 훌륭했다. 그러나 여성 작가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시대적 통념에 굴복해서 남편의 이름으로 수많은 작품을 쓴다. 그렇게 살던 그들에게 남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다. 뒤바뀐 인생으로 살아온 그들에겐 악재였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남편의 의존적인 성격도, 바람둥이 기질도 바뀔 줄 몰랐다. 아내의 내조 덕분이라는 그의 수상 소감은 그 자리의 주인공이면서도 하객의 한 사람으로 숨을 수밖에 없는 아내에겐 참을 수 없는 위선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노한다. 자신을 되찾은 것이다. 남편이 죽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녀는 남편이 결백하다고 기자에게 거짓을 전하지만 아들에겐 진실을 털어놓겠다고 말하며 조용히 자신의 노트를 응시한다. 이 결말이 고분고분하던 그녀의 삶이 주체적인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인지, 현실과 타협하는 아내의 숙명을 의미하는 것인지, 거짓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삶의 양면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분노하지 않는 자가 다다르게 될 가련하고 속박된 운명은 어떤 모습일지 알 것 같았다. “아무도 펼친 적이 없는 책이 내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책을 쓰지 말라”는 선배의 협박에 굴복해서 거짓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온 그녀처럼 말이다.

무궁화의 꽃말은 은근과 끈기다. 상처투성이의 역사는 참고 버티는 삶을 요구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다니까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혀도 참으라고 했다. 고요할수록 밝아진다는 책이 몇 달간 베스트셀러다. 입시 경쟁, 취업 경쟁, 승진 경쟁에다 인생 이모작까지 준비하려면 뭐든 참아내야 한다. 사실 Stay Hungry, Stay Foolish의 고수는 우리들인 것이다. 고진감래라고 했으니 참아보자. 그러나 화를 억 누르면 찾아오는 중병이 있다. 바로 울화병이다. 논문이 통과 돼야 억울한 세월을 보상받고 승진을 해야 전세를 면하니까 두 눈 질끈 감고 불공정에 분노하지 않으면, 그래서 그것이 관행이 되면 다음의 피해자는 누구일 것인가. 촛불시위는 그런 위기감의 발로였다. 개인의 분노는 다스리되 공공의 분노는 침묵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반대로 자신의 이해에는 발끈하면서도 공통의 문제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자들이 누군지는 똑똑히 가려내야 할 일이다.

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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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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