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단지 즐겼을 뿐이라는 사람들

[김시래의 트렌드라이팅] 단지 즐겼을 뿐이라는 사람들

  • 김시래
  • 승인 2019.04.12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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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동 보라매 공원은 노인들의 공원이다. 자주 가는 종로 탑골공원의 풍경이 그렇듯 이곳에도 평온과 함께 밀려드는 쇠락의 기운이 있다. 공원 끝쪽 작은 호수에는 분수와 함께 뽕짝 메들리가 흘러나왔다. 노인들은 리듬에 맞춰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다른 한 켠의 족구장엔 유니폼을 맞춰 입은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어설프나 혼신을 다한 몸짓으로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신림동 쪽으로 빠져나가는 산책로엔 실버들과 진달래가 뒤엉켜 눈이 부셨고 나뭇가지 사이로 봄을 주제로 한 시가 걸려 있었다. 나는 박순희 시인의 “봄날의 산책”이란 작품 앞에 멈춰 섰다. 

어떤 길은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낯설지 않은 길, 길을 음미하며 찬찬히 걷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흔들흔들 걸음을 옮기면 그 사람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을 닮은 물푸레나무 아래 앉아 이야기하듯 잠깐 졸기도 하는 것이다. 맨몸을 드러내며 그 사람 앞에서 춤추다 무거운 햇살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봄날의 산책/박순희)

살다보면 알게 된다. 졸음을 허락할 정도로 편안하고 다정한 사람도 있지만 난데없이 하늘이 무너지는 배신의 아픔도 겪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그렇게 우리는 내리막과 오르막을 만나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간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좌절의 순간은 두려우나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야 하리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걸까?

절박함이 우선이다. 부잣집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한다는 소리는 뭘 모르는 소리다. 그들의부모는 풍족함속에서 고군분투해야 할 잔인한 룰을 마련했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유산 상속의 기회는 곤란하다고 말한 것이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자랑하는 운동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절박함을 이끌어 내는 공정한 협상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다. 모든기록이 반영된 성적표에 따라 공정한 평가와 등급이 내려진다. 퇴출되지 않고 더 높은 연봉을 요구하기위해선 훈련과 성적 밖에는 없다.

이제 당신 차례다. 경쟁심리를 자극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긴장감을 유지시킬 시스템을 검토하라. 회사내의 학습조직을 활성화시켜 스타를 키우고 회의 문화를 개선시켜라. 회의 시간에 와서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을 퇴출시켜라. 회의 시간을 줄이고 전원이 참여 해야 한다. 다만 당근과 채찍에만 의존하면 부작용이 있다. 그것이 사라졌을 때 동기가 사라져 성과가 떨어지고 조직원이 이탈할 우려가 있다.

이번엔 반대다. 재미있게 일하게 만들어라. 어린 시절의 말뚝 박기를 기억하는가?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도그런 뜻이다. 공자도 고수의 급수를 지지자(知之者), 호지자(好之者),낙지자(樂之者) 라고 정했다. 재미가 몰입을 끌어내고 집중력을 불러온다. 박지성이나 류현진등의 스타들이 “난게임을 즐겼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일을 즐기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고 재생산되는 순간이 된다.

게다가 유연한 사고, 수평적 문화를 불러온다. 올해부터 SK그룹이나 삼성관계사가 직원들간에 **프로로 호칭을 통일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포스트잇을 붙여 자발적인 참여 의사에 따라 프로젝트의 리더와 구성원을 정하는 회사도 있다. 일과 놀게 만들기 위해 미끄럼틀을 이용해서 층간을 이동하는 회사도 있다. 4차산업 혁명의 새싹이 움트는 봄이다. 이제 기지개를 켜고 당신의 조직에 추진의 원동력인 열정을 불어넣어라. 무슨 일이든 과정 없는 결과는 있을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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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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