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우리 사회는 유난히 실수를 두려워한다. 유치원, 학교, 직장 등에서 우리는 삶의 모든 단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왔으며, 실수는 곧 실패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수는 당연한 것이다. 특히 배움에서 실수는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영어는 더 그렇지 않을까? 남의 나라 말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TBWA 코리아와 AI 영어 학습 솔루션 ‘스픽’은 실수를 두려워하던 기존 학습 환경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신 있게 틀리자’고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AI '신(新)해철'의 음성을 활용한 티저 광고를 론칭하며, 화제를 모았다.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화제를 넘어 위로가 되고 있는 광고를 제작한 TBWA 서민석 ECD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합니다.
이번에 스픽 광고 제작을 맡은 TBWA 코리아의 서민석 CD입니다.(서민석 CD는 인터뷰 이후, ECD로 승진했다)
광고를 소개해주세요.
스픽은 국내 1위의 영어 말하기 앱입니다. 가장 크게 시장을 움직이는 만큼 한국인에게 가장 큰 영어 걸림돌을 건드려야 했어요. 수많은 소비자 조사 끝에 한국인들은 특유의 완벽주의 때문에 영어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틀릴까 봐 두려운 마음을 깨기 위해 “틀려라, 트일 것이다”라는 선언적인 키메시지를 정했고 이를 다양한 인플루언서와 일반인의 공감되는 상황에 신해철 님의 AI 보이스를 담백하게 담아낸 광고 입니다.
이번 티저 광고에서는 모델이 핵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故 신해철이었나요?
이번 캠페인의 키 메시지가 “틀려라, 트일 것이다”로 확정되고 적합한 모델이 되어줄 영향력 있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고민 끝에 故 신해철 님을 떠올렸어요. 신해철 님은 생전에 우리에게 수많은 용기와 위로를 준 사람입니다. 특히 그분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렇게 성장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메시지를 전하기에 최적의 모델이라 생각했습니다.
고인의 목소리를 되살리기 위해서 제작 과정이 일반적인 광고와는 달랐을 것 같습니다. 이번 광고 제작에 관해 말씀해주세요.
이번 캠페인은 신해철 님의 모든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넥스트 유나이티드’ 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넥스트 유나이티드는 신해철 님의 생전 실제 음성을(제작 기간 2년 4개월. 9시간 분량 6,757개의 재조합된 단락을 학습하여 추출한 음성) 토대로 만든 ‘AI 新해철’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그 목소리를 저희가 광고로 처음 사용한 셈이죠. 보통은 녹음실에서 성우 혹은 배우와 함께 내레이션 톤을 조정해가며 의도하는 최적의 것을 만들어 내는데, 이번 일은 AI로 내레이션을 만들다 보니 넥스트 유나이티드와 세밀한 톤에 대한 조정이 많았습니다. 그 부분이 일반적인 광고와 가장 다른 부분이었죠.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가요?
조금 전 답변과 겹치는 내용일 텐데요. 아무래도 일반 AI 음성이 아닌 ‘넥스트 유나이티드’에서 만든 정품(?) AI를 사용하다 보니 제약이 많았습니다. 가이드는 드렸지만, 초반에는 저희가 원하는 대로 목소리가 추출되지 않았어요. 카피 한 줄 당 수십, 수백 개의 음성파일을 주신 넥스트 유나이티드도 그렇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조합하느라 녹음실이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티저가 공개된 후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소비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신해철 님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라디오에서 잔잔하게 나오는 신해철 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목소리에 위로받던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뭉클했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TBWA에서도 새로운 시도인데요. 사내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올 초에 넥스트 유나이티드에서 故 신해철 님의 음성을 AI로 구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뿐만 아니라, 여러 팀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브랜드와 결합하기 위해 노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저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온에어 이 후 사내에서 많은 분이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아마도 신해철님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사내에도 많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현재 인공지능을 비롯한 테크의 급속한 발전은 크리에이티브에도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민석 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공지능의 기술력은 정말 압도적이지만 기술력 자체를 드러내는 캠페인보다 그걸 통해 담아내고 싶은 본질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감동을 하는 건 인공지능 보이스를 사용한 기술력 자체가 아니라, 故 신해철 님의 보이스가 지닌 진정성인 것처럼요. 그리고 저작권에 대한 세밀한 검토와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반문도 지속해서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변화의 시대, 좋은 광고인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예비 광고인들에게 조언해주세요.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광고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는 말을 언제나 깊게 생각하는데요. 변화하는 시대를 관찰하다 보면 지금 나의 과제와 겹치는 부분, 혹은 상반되는 부분이 발견되는데요. 그 과정 속에서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2025년 계획에 관해 말씀해주세요.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또 풀어야 할 브랜드의 많은 과제가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발견을 통한 생각들을 집요하게 실행에 옮겨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