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너,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 황인선
  • 승인 2018.11.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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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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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비즈니스부터 일상생활까지 언어를 벗어나서는 통하지 않는다. 요즘 잘 나가는 먹방, 유투브 크리에이터도 동영상 이미지와 귀요미 제스처로 톡톡 튀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은 언어를 통해서 소통한다. 요즘 광고 CF는 주로 모델 파워를 이용해서 카피 깊이감이 별로지만 그럼에도 그들 광고 역시 언어의 힘을 이용한다. 최근 화제가 된 미원의 “오늘 미원으로 소 한 마리 살렸다.” 또는 과거 엄청난 히트를 쳤던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등은 절대적으로 언어 파워에 의지했던 광고다. 그런데 현재 도시의 언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내가 어떻게 알아

러시아 출신의 미국 언어학자며 프라하학파 창시자로 구조 인류학에도 영향을 미친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은 언어 전달 요소를 여섯 가지로 나누고 그에 따라 언어의 기능을 여섯 가지로 나눈다. 감정 표시, 지시, 정보전달, 시적 기능, 친교 그리고 신호(약호) 체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메타 언어적 기능이 그것들이다. 예를 들어 '배', '배둘레햄', '배때기'는 같은 뜻이지만 뉘앙스는 꽤 다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또 보자."라거나 “ 너 예뻐졌다." 하는 것은 정보전달 기능과 친교적 기능을 쓴 것이다. 야콥슨은 언어의 7번째 기능도 말하는데 주술적(마술적) 기능이다. “빛이 있으라, 함에 빛이 생겼다.”처럼 언어가 그 자체 마술적 권능을 가지게 되는 기능이다.

언어가 이런 것임에도 우리는 말의 기능을 제대로 쓰지 못해 비즈니스와 일상에서 혼동을 일으킨다. 예전에 술안주 중에 ‘아무거나’ 라는 게 있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을 때 손님들이 “아무거나 줘” 하니까 아예 그 이름을 안주 요리로 한 것이다, 물론 당연히 꽤 비싸다. 손님은 계산할 때서야 헉! 하지만 언어로 정확히 지시하지 않은 벌이다. 이게 참 안 바뀐다. “술은요?”, “쏘주”, “무슨 쏘주요?” “프레쉬” “어떤 프레쉬요” “거 있잖아”...(우- 씨.) 필자도 그런 우- 씨 경험을 자주 한다. 강의료나 심사, 자문비가 얼마인지 사전에 말해주는 기관이 별로 없다. 그냥 “좀 적어요, 아시겠지만...” (알긴 뭘 알아?), “저희 정성을 담아...” (헐, 정성이 20만 원?) “강의료는 조만간 정산해 드리겠습니다.” (조만간이 한두 달? 참고로 ‘조만간’은 早晩間, 앞으로 곧, soon, shortly임) 이게 한국 관행인지 모르겠으나 외국계 회사는 다르다. 얼마고 언제 입금할지를 미리 정확히 말해준다. 게다가 많이 준다. 식당에 가면 “이 요리는 좀 시간이 걸립니다.” (좀이라는 시간이 1시간인지 20분인지?) 광고도 그런 표현이 많다. ‘30% 세일. 일부 품목 제외.’하는데 나는 꼭 일부 제외 품목에 걸린다. 기업의 사과문을 봐도 그렇다. 사과를 한다고는 해 놓고 사과 근거, 내용, 대책 등이 빠져있는 두루뭉실 사과가 대부분이다. 언어의 정보 기능을 써야 하는데 꼭 “미안하다니까.”처럼 친교나 시적 기능으로 써서 그렇다. 이런 것들이 발화자와 수신자 간에 언어를 믿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나는 “조만간 찾아뵐 게요.”, “조만간 강의 한 번 부탁해요.”, “조만간 프로젝트 하나 해주세요.” 같은 무심(無心)결 좋은 말을 어느덧 믿지 않게 되었다.

정보에 마음을 , 마음에 정보를

한국은 마음 사회, 묵시(黙示) 사회라고 한다. 그래서 지시나 정보 기능 언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라”고 한다. 그래 놓고 서로 마음 상한다. 1인 에이전트, 하이콘셉트 하이터치 개념을 제시해서 유명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쓴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 보면 6개의 피치(Pitch)가 나오는데 그 중 네 번째 메일제목 피치에 꼭 담아야 할 것이 1.흥미, 2.유용성, 3.구체성이다. 여기서 흥미가 마음이다. 상대방에게 흥미를 주겠다는 마음 또는 배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지키지 않는다. 내 마음을 너도 알아주겠지 하고 대충 제목을 써버린다. 그러니 팔릴 리가 없다. 수많은 앵커 중에 왜 JTBC 손석희 앵커 브리핑이 쏙쏙 들어오는지 잘 분석해 보라. 그는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을 꼭 ‘부자병’, ‘분수효과’ 같은 한 단어로 정리 제시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내 책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에서도 썼듯이 언어 이전에 생각이 분명히 잡혀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잘못된 것은 생각이 잘못됐거나 상대에 대한 배려(Honor)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를 마음으로 대체하지 말고 정보에 마음을 넣어라. 그리고 마음에도 정보를 넣어라. 그러면 도시가 꽤 좋아질 것이다.

황인선 : 전 제일기획, KT&G 마케터. 현재 (사)춘천마임축제 총감독, (주)브랜드웨이 대표. 중소벤처기업부 소통 분과위원장. 저서 <동심경영>, <꿈꾸는 독종>,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컬처 파워> 등 다수, ishw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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