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20세기 영국의 10대 포스터 (상)

[신인섭 칼럼] 20세기 영국의 10대 포스터 (상)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09.11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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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광고계 전문지 캠페인(Campaign)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광고라는 자료가 있다. 100개 모두를 소개할 수는 없어서 그 가운에 10개만을 두 번에 걸쳐 보기로 한다.

우선 광고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듯이 보는 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것은 광고 심사를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천차만별>이란 약간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같은 광고를 놓고도 심사하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상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의견의 차가 더욱 심해진다면 조금 지나친 말일까?

캠페인지가 찾은 공평한 방법은 우선 포스터을 직접 만들고 포스터에 관한 책을 쓰기도 한 저명한 아티스트 12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분들에게 우선 각자가 좋아 하는 포스터를 고르게 했다. 수백, 수천개가 있는 20세기 포스터는 광고박물관이나 수집 기관에서 도움을 받았다. 처음 시작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100개에 가까워짐에 따라 열띤 논의가 생겼고 결과는 HAPPY ENDING이었다.

작품에 대한 감상 또는 판단은 독자의 몫이므로 간단히 작품과 관련된 배경을 설명한다.

1등은 제품광고가 아니라 1978년 철의 여재상(女宰相) 마가렛 대처의 영국 보수당 선거전 포스터이다. 직업 안내소에 길고 긴 실업자 행렬이 보인다. 헤드라인은 함축성이 있다. "Labour isn't working". 직역하면 노동당은 놀고 있다는 말이지만 노동당으론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헤드라인 옆에는 실업자 구직안내소라는 작은 글씨가 보인다. 그리고 맨 아래 오른쪽 구석에는 여섯 단어의 간단힌 글이 있는데 영국을 위해서는 보수당이 더 낫습니다라고나 할까. 이 광고를 만든 광고회사는 사치(Saatchi) 형제의 광고회사였다. 대처는 이겼고 사치 광고회사는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2위은 1차 세계대전 때 모병광고로써, 징병제는 1916년에 제정되었으므로, 모병 캠페인은 민간회사에 맡기던 무렵이었다. 포스터 캠페인이 시작되었는데 인물은 당시 혁혁한 전투로 이름 난 영국 귀족 출신인 키츠너 (Lord Kitchener)장군이었다. 188cm의 키에 멋진 얼굴과 특히 위엄 있는 수염에다 YOU를 부르는 큼직한 손가락, 우리나라 군에 입대하시오라는 "Join Your Country's Army" 그리고 영국 국가 God Save the King로 애국심을 북돋우는 호소력 강한 포스터였다. 만들어진 해는 1914년으로 1차대전이 시작된 해였다. 여론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 포스터 캠페인이 시작되어 가는 곳마다 나붙자 모병에 응하는 젊은이가 부쩍 증가했다고 한다.

이 포스터의 부산물은 1917년 미국의 1차대전 참전 때 미국에서 제작된 포스터 "I WANT YOU FOR U.S. ARMY"였다. 별무늬 띠가 있는 실크 모자를 쓴 키 크고 호리호리한 남자 그림, 즉 미국 United States를 애칭으로 Uncle Sam이라 부르는 상징의 포스터가 니왔다. 어떤 의미에서는 영국 키츠너 포스터보다 더 유명해진 것이 미국의 이 Uncle Sam 모병 포스터였다.

세 번째는 벤슨&헤지스 담배 포스터였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가 놀랍다. 대중매체 광고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갖가지 규제가 생겨 독특한 담배 광고를 하기가 매우 힘들어진 1977년에 제작된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노을진 배경에 황금색 포장인 벤슨&헤지스 담배갑을 가로 뉘어 보인 기발한 포스터였다.

네 번째가 기네스 맥주. 1932년에 만든 이 포스터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힘의 맥주 기네스이다. Guinness for Strength라는 세 낱말이 아이(I)빔을 왼손 손가락으로 들고 가는 우람스런 남자와 뒤쪽 구석에는 맥주 잔을 들고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남자의 작은 그림이 있다.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도 널리 퍼진 기네스가 특히 영국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소주나 비슷한 애정섞인 주류가 아닌가 싶다.

18세기 증기기관 발명, 대량생산, 대량판매, 대량광고를 시작한 영국 그리고 18세기 초로부터 19세기 중엽까지 정부를 비판하는 신문에 재갈을 물리려고 인지세를 시작한 영국은 틀림 없이 근대 광고의 창시국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포스터를 순수미술의 경지까지 끌어 올린 나라는 영국이 아니라 프랑스였고 그 시작은 대략 19세기도 저물어 가는 시기였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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