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오길비와의 만남

데이빗 오길비와의 만남

  • 브라이언 박 통신원
  • 승인 2018.11.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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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주한 지도 19년이 되어간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길지 않았던 기간을 제일기획에서 근무를 했었지만, 사실 나의 배경은 광고 또는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던 와중에 만약 데이빗 오길비라는 광고계의 거장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전혀 이 업계와 관계없는 사람으로 살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를 만난 것은 1995년 초의 겨울, 워싱턴 DC의 한 서점에서였다. 나는 광고와 광고 회사에 관해 알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있었다. 이제 미국 유학 생활을 끝내고 귀국해서 “제일기획이라는 광고회사”에 입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강산이 1번 변하는 동안 법 공부만 했기에, 아는 것이라고는 집, 학교, 전공밖에 없었다. 91년생 아들이 있었고, 둘째가 몇 달있으면 세상에 나올 예정이었다. 학위를 위해 몇 년을 더 직업적 학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지겨워지고 있을 때, 겨울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 그리고 인터뷰를 했다.

그 당시  오증근 상무님은 광고라는 용어조차 익숙치 않던 나에게 “광고회사 제일기획”을 소개해주셨다. 정말 모든 면에서 무지했기에, 광고회사는 전문대 졸업생들이 오는 곳이 아니냐고 질문을 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오 상무님은 어이없으신 표정으로, 문과생들이 제일 선호하는 직장이 광고회사요, 그중에서도 제일기획이라고 하셨다. 회사가 앞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어서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해외 사업이라면 국제 비즈니스 아닌가! 순간 제정신이 들었다.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일하겠노라고 태세 전환을 했다. 잠시 후 당시 인사님 이재우 차장님과 인터뷰를 하고, 신체검사를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왔다.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MBA를 하고 있던 후배들에게 물어봤다. 제일기획이라는 회사에 가게 될 것 같은데, 좋은 회사냐고. 후배들이 난리가 났다. 형, 거긴 마케팅 MBA들이 제일 가고 싶어하는 회사예요!

더 불안해졌다. 광고, 애드버타이즈먼트 (advertisement). 내가 정말 접할 기회가 없었던 영역이였다. 잘할 수 있을까? 광고회사에 입사하는데 광고에 대해 알고 가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 근처 몰에 있는 서점을 찾았다. 대부분 마케팅 관련 책이었다. 뭐 좀 광고에 관한 건 없나. 그때, 많은 책 가운데 한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OGILVY ON ADVERTISING”. 제목이 그냥 “오길비 광고에 관하여”였다. ‘광고에 관하여’는 알겠는데, 이걸 ‘오길비’라고 읽나 '오질비'라고 읽나? 이게 뭘까? 내가 모르는 광고 용어인가?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오길비의 광고에 대하여
오길비의 광고에 대하여

책을 빼들었다. 제목이 표지를 꽉 채우고 있었고 중간에 2:8 가름마 머리에 파이프를 문 꼬장꼬장해 보이는 백인이 노려보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오길비’. 이것은 결국 이 사람 이름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라스트 네임이었다. 데이빗 오길비. 광고계의 거장을 그날 나는 이렇게 만났다. 그를 소장하기로 했다. 데이빗의 그 책은 광고와 광고인, 광고 비즈니스 등에 대해 무지했던 나에게 좋은 양식이 됐다.

회사로부터 최종 전화를 받고 귀국 준비를 했다. 부모님께 상황을 말씀드렸다. 당신들께서는 아들이 공부를 마치지 않고 귀국하는 것을 아쉬워하셨지만, 이제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될 아들이 ‘삼성맨’이 된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으셨다. 정작 내가 시간이 갈수록, 광고 회사에서 과연 나같은 스펙의 사람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1995년 3월2일, 삼성빌딩으로 첫 출근을 했다. 당시 해외 사업부의 정선종 담당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 이후 나의 광고 회사 생활은 데이빗 오길비가 그렸던 것과 조금 차이는 있었다. 나의 업무가 광고 기획과 제작, 집행과 직접 관계가 없는, 해외 사무소 및 제휴선 관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오길비의 책에서 그를 만났다. 그와 만날 때면 나는 노련한 AE가 되기도 했고, 재기 넘치는 카피라이터가 되기도 했으며, O&M과 같은 글로벌 에이전시의 CEO가 되기도 했다. “Ogilvy on Advertising”, 워싱턴 DC의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서 나에게 광고라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 용기를 준 책이었다. Thank you, David!

브라이언 박 (전 제일기획 국제사업부 차장, 전 이노션 캐나다 관리 총괄, 현 캐나다 재정투자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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