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퓨어리즘

더티 퓨어리즘

  • 황인선
  • 승인 2019.02.11 08:4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년, 15명 정도 마케팅 본부 직원들을 인솔해서 프랑스, 스페인 등에 단체 투어를 갔었다. 당시 파리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직원들은 쇼핑을 나가고 나는 관광버스에 남았는데 문득 흥미가 동해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 버스 기사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어떻게 구별하지요? 생김새나 말들이 비슷한데.” 가이드가 프랑스 버스기사에게 묻더니 내게 그의 묘한 답을 전해줬다. “ 관광객이 떠나고 나면 안 답니다. 중국 관광객은 버스 안이 더럽대요. 금방 알죠. 일본인은 깨끗하게 쓰고요. 그런데 한국인은 얼핏 보면 깨끗하답니다. 그런데...” 가이드 표정이 묘하다. “ 안 보이는 구석구석에 쓰레기를 숨겨놓는답니다. 하하하. 우습죠?”

하나도 안 우습다. 안 보이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겉만 깨끗하게 보이는 이 더티 퓨어리즘(Dirty Purism)! 이것이 버스뿐이면 아플 일도 아니지만 그렇지 않으니 더 아프다.

 

이미지 셔터스톡
이미지 셔터스톡

아름더러워라

며칠 전 네이버 검색 순위 1위에 오른 단어가 러쉬였다. 50%세일을 하는데 줄을 서자마자 품절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마이뉴스 정주영 기자가 취재한 내용은 그런 외형과 달랐다. 1000여개 이상 댓글을 보니 동 브랜드는 영국 대비 가격이 두 배나 비싸고 향은 지나치게 강하며 성분도 떨어진다는 비난 일색이었다. 한국 로드숍이 위기인 가운데 외국 브랜드만 호황을 누리는 외국 브랜드 추종 현상도 도마에 올랐다.

우리의 외형 꾸미기는 어떤가? 한국은 동안 열풍, 성형, 다이어트, 뽀샵 열풍이고 여중생이 입술을 피칠 하고 다니는 것은 트렌드도 안 된다. 남학생들도 화장을 한다. 10여년도 전에 <뉴욕타임스> 표지 제목이 ‘화장하는 한국 남자’였다. 이렇게 한국인은 아름다워지고(?) 있는데 왜 10대, 20대들 말에 그렇게 개-, ㅆ-, -충,-녀, 존- 등 욕설이 난무하는 걸까? 책은 역대 최고로 안 팔리고, 처세술이나 실용적인 것들만 팔린다. 그러니 이들을 더티 퓨어리즘으로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보통 광고나 마케팅을 사기, 포장술로 치부한다. 물론 무지한 자들 아니면 착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 광고의 종말, 마케팅의 종말이라는 말에 꽤 고소해한다. 그런데 종말(End)이 붙은 책이나 주장은 무조건 사기다. 역사의 종말, 이데올로기의 종말, 소비의 종말, 노동의 종말, 육식의 종말 중 종말로 끝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들이 주장하려는 것은 실상은 “이제는 기존(Past)과는 쫌 달라질 겁니다.” 정도인데, 굳이 ‘종말’을 붙이는 이유는 별 내용도 없는 책의 제목을 『나도 한 때는 포르노... 』따위로 대박을 친 출판사들에 넘어갔거나 또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종교적 수사학(“말세다. 회개하라. 그럼 천국의 문이 열리리니...”)의 차용 아니면 자신이 종말을 선언하는 심판자 위치에 있다는 의사 신(Pseudo- God) 착각에 불과하다. 이것이야말로 지식인과 출판계의 더티 퓨어리즘이 아니고 무엇이랴! 마케팅의 목적, 방법은 변화가 있어도 종말은 없다. 이름, 간판도 마케팅인데 그런 것이 없는 기업을 본 적 있나? 나는 마케팅을 다음처럼 정의한다.

“영업은 제품을 파는 것이고 마케팅은 마음을 사는 것이다.”

“마음을 사려면-

제품의 자리에 고객을 놓고,

기술의 자리에 욕구를 놓고,

나의 자리에 너를 놓아라.”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반대로 한다. 여성들 지갑을 터는 방법만 가르치고 여성들이 지갑을 현명하게 여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이는 스티브 오버맨의 『양심경제』 주장(그런데 이 저자도 책 소제목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종말’, ‘ 마케팅의 종말’을 써넣었다.)과는 다른 비양심 마케팅이다.

지자체마다 문예회관, 박물관 등은 화려하게 짓는데, 그를 운영할 소프트웨어 비용은 건축비의 30% 수준에 가동률이 20% 안팎이다. 잘 지어놓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윽 하고 코를 싸매는 경험을 한다. 차 밖으로 담배꽁초 획 버리는 신사들, 브라보콘 사먹고 껍질을 길가에 버리는 아이들과 그를 꾸짖지 않는 부모들, 입에 욕 바이크를 달고 다니는 남녀들, 오롯했던 골목을 찾아서 셀카 지옥으로 만들고, 성공한 캠페인에는 나도 했다고 하고 실패한 것에는 어떻게든 쟤가 했다고 하는 행태들, 상생 경영 광고를 열나게 해놓고 안에서는 갑질하는 기업들... 아, 아름더러워라!

자, 이제 이런 더티 퓨어리즘을 추방하고 싶다면 주문을 외자.

“아카라카초, 아디오스 뽕빠레 더티 푸에레 아부라다카다부라 헤이우라치오차...치라마.”


황인선

전 제일기획과 KT&G 근무. 현재 (사)춘천마임축제 총감독, (주)브랜드웨이 대표. 경희 사이버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 교수. 중소벤처기업부 소통 분과위원장. 저서 <동심경영>, <꿈꾸는 독종>,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컬처 파워> 등 다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실버미러 2019-02-11 12:38:37
촌천살인의 글입니다. 읽고나니 가슴이 뻥~~ 뚫리네요! 잘 보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ajd 2019-02-11 11:15:47
나의 자리에 너를 놓아라. 새길만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