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무엇이든 가둔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무엇이든 가둔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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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앤락 인스타그램
락앤락 인스타그램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여기는 별별 제품을 다 만들어요? 이제 어떤 걸 더 만들지 모르겠어요.”

밀폐용기로 잘 알려진 락앤락(Lock & Lock) 얘기를 하며 한 친구가 물었다. 걱정 섞인 말투로 그가 락앤락에서 출시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품목들을 줄지어 언급했다.

  • 음료용 텀블러, 머그, 유리 저그
  • 제빙기
  • 스팀 에어프라이어
  • 음식물쓰레기 냉장고
  • 아웃도어용 카고박스
  • 인덕션용 냄비
  • 공기청정기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락앤락에서 그걸 인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반응했다. 컨테이너라고 부르는 보관 용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소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단지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는가에 따라서 나눈 것이다.

  • 효율: 수납하기 편리하고, 공간을 최대로 활용한다.
  • 보존: 변하거나 부패하지 않고 원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 밀폐: 다른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보존과 밀폐는 비슷하지만, 초점이 다르다. 보존은 용기에 담긴 내용물이 주인공이고, 밀폐는 외부와의 싸움과 방어가 우선이다. 락앤락이라는 기업 이름에서 ‘밀폐’ 곧 가두는 게 더 강조되는 인상을 받는다. 잠그고 또 잠그는 이중장치로 철저하게 지킨다. 개별 제품들이 광고에서 전하는 메시지의 방향을 가두고 지키는 데 둘 수 있다. 예를 들어 락앤락의 공기청정기는 정화하는 것보다는 바깥의 나쁜 공기를 못 들어오게 하는 걸로 어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락앤락이 음식물과 연관된 곳에만 쓰일 이유는 없다. 보안경비 업종에도 진출할 수 있다. 사실 락앤락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경비에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했다. 미국을 비롯해 사설 교도소를 운영하는 국가들이 있다. 그 역시 가능하다. 사상도 가두는 대상이 되었던 시절이 있다.

하우스텐보스 (출처 Discover Nagasaki)
하우스텐보스 (출처 Discover Nagasaki)

“마치 ‘컬처 쇼크’라는 이름의 맹수를 우리에 넣고 즐기는 동물원 같다. <교양 노트>(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석중 옮김, 마음산책 펴냄, 2017 문고판, 241쪽)

일본의 나가사키 근처에 있는 17세기 네덜란드를 재현했다는 ‘하우스텐보스’라는 테마파크를 두고 쓴 글의 한 문장이다. ‘컬처 쇼크’같은 감성적인 것도 감금할 수 있다는 반전의 표현이 쇼크였다. 외국까지 가지 않고도 가까운 곳에서 이국의 풍경과 문물을 즐길 수 있다는 보통 얘기하는 모조 마을들이 꽤 있는데, 내가 보는 일본의 대표적 글로벌 교양인이었던 요네하라 마리는 다르게 해석한다. 다른 나라에 가서 이문화를 접했을 때, 당하기 쉬운 불친절, 인종차별, 치안 위험 등을 제거하고 이국정취만을 만끽하게 한 놀이공원이라며 위와 같은 표현을 썼다. ‘컬처 쇼크’까지도 가둘 수 있다면, 테마파크까지도 락앤락은 진출할 수 있겠다.

1999년에 쓴 글에서 요네하라 마리는, 가까운 곳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모조 외국’은 처음에야 관심을 모으고 인기를 끌겠지만 오래가기 힘든데 하우스텐보스가 호텔도 만실인 경우가 많고 방문자가 끊이지 않는다며 의외라고 했다. 그의 말이 씨가 되었을까, 어떤 전조였을까. 하우스텐보스는 바로 4년 후인 2003년에 파산하여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이후에 일본의 한 여행사가 인수하여 10여 년 운영을 했지만, 이번 코로나19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홍콩의 투자회사에서 헐값에 인수했다고 한다.

모조 네덜란드로서 하우스텐보스를 갈 일은 없을 것 같으나, 우리에 갇힌 ‘컬처 쇼크’를 보는 목적이라면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락앤락이 모든 것을 가둘 수 있다며 만든 우리라면 더욱 가고 싶다.

 


※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인하대·한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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