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모든 아기는 왕자나 공주이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모든 아기는 왕자나 공주이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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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영국은 여자만 왕이 될 수 있어요?”

예전에 어떤 친구가 진지하게 물었다. 대부분 사람이 지난 70년 동안 영국의 군주로는 엘리자베스 여왕만 봤으니, 그런 질문을 던질 만도 하다. 70년을 왕으로서 한자리를 지킨 어머니처럼, 아들도 그 기간 왕세자의 지위를 유지했다. 1980년대 당시 50대였던 교수님께서 일본 역사를 가르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

“일본의 세자인 아키히토가 나와 동갑이야. 50년 넘게 세자로 있는 셈인데, 절대왕정이었으면 변고가 나도 몇 번 났을 거야.”

왕조 시대로 갈 것도 없이 지금 세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권력자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 주위에 사람들이 몰리는 기미가 나오면 곧잘 잠재 후계자까지 포함한 피의 숙청이 일어나곤 한다. 이번에 74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찰스 3세를 보면서, 앞으로의 왕위는 자연스럽게 빨리 바뀔 것이라는 예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서 2013년에 태어난 남자아이까지 언론 기사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이제 찰스 3세가 된 당시 왕세자와 교통사고로 사망한 비운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이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손이 부인 캐서린과의 사이에 난 첫아들인 조지 알렉산더 루이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타계 후 찰스 3세가 즉위하며 윌리엄 부자의 왕위 계승 순번이 한 계단씩 올라서, 이제 윌리엄 왕자가 1위, 왕손이 루이가 2위이다.

조지 알렉산더 루이가 2013년 7월 22일에 출생하며 영국은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일었다. 불륜과 사치 등의 구설에만 오르내렸던 왕실에서 모처럼 맞이한 경사였다. 영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서로 경쟁하듯이 축하 광고를 냈다. 베이비 로션이나 베이비 파우더와 같은 아기용품의 절대강자인 존슨앤드존슨에서는 목욕용 베이비 위시 제품을 슬쩍 보이면서 유아 목욕통 속의 아기 뒷모습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왕세손 부부(royal couple)에게 이 기쁜 소식을 맞아 축하를 보냅니다.”

코카콜라 역시 비슷한 모양새였다. ‘왕실의 경사(royal celebration)’를 온 국민이 함께 즐길 때라면서, 코카콜라를 나누면서 하라는 당시 자신들 캠페인의 핵심 단어인 ‘나누자(Share)’란 단어와 연결시켰다. 자신들의 브랜드 메시지와 많은 이들이 관심이 있는 사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시도였다. 왕실(royal)이란 단어가 거의 모든 축하 광고에 들어갔는데, 팸퍼스 기저귀 브랜드로 낸 프록터앤드갬블(P&G)의 축하는 조금 다른 형태였다. 트위터로 축하 분위기를 함께 했는데, 이런 트윗을 날렸다.

“모든 아기는 사랑스러운 왕자나 공주입니다(Every baby is a little prince or princess),”

P&G 팸퍼스에서 당시 펼치고 있던 캠페인이 바로 모든 아이가 그들의 엄마와 아빠에게는 왕자고 공주님이란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었다. 윌리엄 왕손의 탄생과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왕실의 뉴스는 돈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일거수일투족을 과하다 싶게 잡고 전달하며, 가십거리를 양산해낸다. 자신들의 경제적 비참함은 잊고 왕실 가십을 침을 흘리며 TV로 보는 영국인들은 외국에서 영국을 비웃을 때 단골로 쓰는 소재이다. 왕실을 전면에 내세운 다른 기업들과 달리 부모와 아기에서 그런 ‘신분 차별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P&G의 트윗은 멋진 반전이었다. 70년째 같은 자리에 있는 아들을 보며 엄마로서 여왕도 가슴 아팠을 것이다. 그런 희로애락에서 왕실이나 평민 가정이나 다를 바 없다. 모든 이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트윗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타계를 애도하며, 찰스 3세의 즉위를 축하한다.

 


※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인하대·한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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