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아머 AI 광고, 논란의 중심에 서다

언더아머 AI 광고, 논란의 중심에 서다

  • 이지원 기자
  • 승인 2024.03.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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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한 광고에 대한 엇갈린 시선
출처 BWGTBLD 인스타그램
출처 BWGTBLD 인스타그램

[ 매드타임스 이지원 기자] 시작은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포스팅 하나였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Under Amour)는 광고회사 툴(Tool), 감독 웨스 워커(Wes Walker)와 협업하여 영국 권투 선수이자 브랜드 모델인 앤서니 조슈아(Anthony Joshua)를 주인공으로 한 영상을 제작했다. 조각의 형상을 한 조슈아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링 위로 옮겨지고, 치열한 경기 순간, 라이브 액션이 이어진다.

이번 캠페인의 반전 요소는 영상 속 앤서니 조슈아의 존재이다. 앤서니 조슈아 본인은 경기 일정의 문제로 광고촬영에 참여하지 못했다. 영상 속 앤서니 조슈아의 모습과 음성은 모두 AI가 브랜드 자산에 기반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실재가 아니다. 워커에 따르면, 가상 앤서니 조슈아를 만들기 위해 언더아머의 이전 캠페인 영상이 사용되었다.

영상은 곧 광고 회사 BWGTBLD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크레딧과 함께 공개되었다. 그리고 '크레딧'을 시작으로 영상 제작사(production)들 사이 논쟁이 이어졌다. AI가 제작한 영상에 나오는 장면을 실제 촬영한 감독인 구스타프 요한슨(Gustav Johansson)과 마이크 슈스터(Maik Schuster)가 크레딧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2022년 언더아머의 광고를 제작한 구스타프 요한슨은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만약 내가 미친 것이 아니라면, 광고 속에 나와 안드레 체멘토프가 촬영한 영상도 포함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요한슨의 반응에 워커는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실제로 요한슨이 제작한 광고의 소유는 언더아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한슨은 다시 "저작권에 대한 의문을 표한 것이 아니다. 단지 도덕적 문제다"라고 대댓글을 달았다.

결국 크레딧에 두 감독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으로 수정되었지만, 논란과 함께 다양한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AI, 감독의 자리를 위협하다

일부 디렉터와 제작회사 관계자는 언더아머의 광고를 비판하고, 브랜드 자산으로 AI를 훈련하는 것에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나아가 광고 제작에서 디렉터의 영역을 AI가 위협하고 있다며 걱정과 두려움을 표했다.

이들은 언더아머가 자사의 브랜드 자산을 통해 AI를 학습시키는 행보를 '감독을 향한 위협'이라고 표현하며, AI가 제작 과정에서 사람을 대신할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보았다. 한 관계자는 댓글을 통해 "90%의 광고회사는 이미 제작 과정에서 디렉터를 없애고 싶어 한다. (디렉터는) 점점 더 느려지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크리에이티브 통로로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에 성가신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이번의 일은 그저 다음 단계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출처 BWGTBLD 인스타그램
출처 BWGTBLD 인스타그램

AI, 그저 편리함과 기회의 제공

광고회사 툴(Tool)은 AI 활용이 경기 준비로 인해 촬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툴의 사장인 던스틴 갈리프(Dunstin Galif)는 다른 회사 또한 로우 펀넬(low funnel)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두 감독의 이름이 크레딧에서 생략된 부분은 단지 실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갈리프는 제작자들이 AI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에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다소 비이성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AI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훈련받고 갑자기 30초 광고를 제작하는 상황까지 가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 AI를 둘러싼 많은 민감한 부분들이 있다. 사람들이 '세상에! AI가 이 푸티지(footage)로 훈련해서 새로운 광고를 제작했어!'라고 생각하는 수준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갈리프는 이어 "AI를 활용한 실험을 피하거나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제작 시간을 절약하고, 광고주에게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괜찮은 혁신이다. 사실 툴(Tool)은 가능한 많은 크리에이티브 솔루션과 기회를 브랜드와 디렉터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언더아머의 크리에이티브 담당인 브라이언 보링(Brian Boring)도 툴(Tool)과 의견을 같이했다. 이번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워커(Walker)의 광고를 "믹스드 미디어, CGI, 라이브 액션, AI의 멋진 결합"이라고 표현했다. 나아가 언더아머가 저작권을 위반하여 운동선수의 영상으로 AI를 학습시키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크리에이터와 디렉터는 크리에이티브 제작 과정에 항상 존재한다. 브랜드 언더아머를 전제로 하는 일에 있어 IP 권한이 없는 영상과 콘텐츠로 AI를 훈련한다고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또 다른 것을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AI의 위협, 아직은 시기상조

AI의 위협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있다. 스머글러(Smuggler)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패트릭 밀링-스미스(Patrick Milling-Smith)는 AI가 사람이 할 수 있는 제작의 수준까지 가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했다. 그는 "마치 자율주행 자동차 같다. 처음에는 믿기 어렵고 놀랍지만, 마지막 10%까지 도달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이는 90%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퍼포먼스에 도달하거나 대사 편집을 하는 것은 여전히 오르기 어려운 산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제작 회사의 책임자 또한 브랜드의 과거 자산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의 효과를 언급했다. 익명의 책임자는 "브랜드는 AI를 훈련할 양질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콘텐츠나 이미지가 AI 속으로 들어가면, 뭐든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를 통해 비슷한 비주얼과 느낌을 가진 광고를 만들 수 있다면, 100만 달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이번 언더아머의 광고는 그리 훌륭하지 않다. 그러나 1년 혹은 2년 안에 모든 사람을 어안이 벙벙하게 할 무언가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소라(Sora)처럼 말이다. 브랜드는 셀럽과 계약하고, 셀럽은 모습도, 목소리도 디지털화되어 실재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AI의 진화 이후 제작사가 정말 사라질 지의 여부는 더 두고 볼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첫 영화를 보았을 때 사진사나 화가가 느낀 감상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제작하는 특정 방법에 종말을 고하고, 상상하는 모든 것을 생성해 낼 수 있는 시대로의 이행일까? 어떤 길이든, 여전히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감정이다. 영상을 보고 구매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긍정도 부정도 아닌 '체제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번 언더아머의 논쟁을 관찰한 또 다른 사람은 디렉터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 정비을 언급했다. "(디렉터가 AI의 활용이) 괜찮다고 결정한 적이 있는가? 만약 그랬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크레딧에서, 어떤 보상에서 괜찮다고 했나? 기술은 이미 도래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써야할 지를 정해야 한다. 음악을 작곡할 때, 음악을 재사용할 때, 사용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마찬가지다. 친구들이여, 이제 규칙을 써 내려갈 차례이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 이 기사는 애드에이지(AdAge)의 Tim Nudd와 Arvelisse Bonilla Ramos가 작성한 <UNDER ARMOUR’S AI-DRIVEN AD UNNERVES PRODUCTION COMMUNITY ALREADY ON EDGE>를 번역, 각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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