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Japan] 일본 버블 시대의 광고(Part II): JR도카이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설렘과 기대가 있는 만남

[Trend Japan] 일본 버블 시대의 광고(Part II): JR도카이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설렘과 기대가 있는 만남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4.11.27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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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시대의 광고 제2탄은 철도회사의 이야기이다. 버블 시대가 한창이던 80년 말 90년 초에는 코카콜라 광고가 여름을 대표했다면, 겨울에는 단연 JR도카이의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광고이다. 여름에는 코카콜라 광고 주제곡인 ‘I feel Coke’ 연말에는 JR도카이 광고의 주제곡은 ‘Christmas Eve’가 연일 TV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Trend Japan] 일본 버블 시대의 광고(Part I): I Feel Coke! - 매드타임스(MADTimes) 참조.

버블이 막 시작할 즈음인 1987년 일본은 국영 기업의 민영화에 시동을 건다. 일본 국유철도(국철)를 JR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6개의 지역별 "여객철도회사"와 1개의 "화물철도회사" 등으로 나누어 민영화하였다. 같은 시기에 ‘일본전신전화공사’는 NTT로, ‘일본전매공사’는 JT로 변경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세 개의 공사의 민영화가 완성되었다. 민영화에 동시에 JR 회사 중의 하나인 ‘JR도카이(東海)’는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라는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시행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인들의 설렘과 만남의 순간을 감성적으로 묘사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1988년부터 1992년도까지 진행되었던 시리즈 광고는 매우 인기가 많았으며, 당시 광고에 삽입된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의 ‘크리스마스이브’라는 노래는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순위권에 올라가는 인기를 누리다가 결국은 오리콘 싱글 차트 1위를 달성한다. 5년간 지속한 이 광고 캠페인은 일본 버블 경제 시대의 최고 광고 중 하나이다. 같은 콘셉트로 매년 광고 모델과 메시지를 바꾸어 가면서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귀에 익은 배경 음악과 함께 이 광고가 TV에 등장하였다. 이 캠페인은 한국의 광고업계에도 많이 알려졌고 배경 음악 역시 일본 음악이 금지되었던 그 시대에 우리나라 흘러들어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도 풍족했던 일본의 버블 경제 시절에 탄생한 감상적이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광고이다. [Trend Japan] 시차 마케팅 - 매드타임스(MADTimes)참조

※ 버블시대에 방영된 JR도카이의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광고 캠페인 모음

37년 이상 지속하는 존재감

92년도까지 진행된 캠페인은 버블의 거품이 꺼지면서 한동안 진행하지 않다가 밀레니엄이라는 시대적인 배경에 편승하여 2000년도에 8년 만에 부활한다. 하지만 매체 투하량이 적고 서정적인 느낌은 오리지널보다 조금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 등 많이 기억되지 않았고 공감하는 소비자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만나는 연인들의 기쁨을 잘 표현했다는 광고로 평가한다. 그 후로도 TV를 활용한 대규모 광고 캠페인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나고야시는 리니어 철도관에서 2011년에 크리스마스 기간 중 대형 스크린을 이용한 광고를 상영하거나 2016년 회사 설립 30주년을 기념하여 JR도카이 IC 카드인 TOICA의 디자인으로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가 채택되는 등 꾸준히 존재감을 유지해 왔다. 시대는 바뀌어 가더라도 소비자에게도 기업에도 많은 애착과 미련이 남아있는 광고라서 쉽게 이별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 2000년도에 실행된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TV광고

그러다가 코로나가 한창 극성이던 2022년 1월 이 광고는 새로운 각도로 각색되어서 다시 등장했다. 10년 이상이 지난 후 새로운 모습으로 본격적인 TV 광고를 론칭한 것이다. 광고 모델로는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 등장했던 배우 ‘후카츠 에리(深津絵里)’가 33년 만에 출연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15세의 소녀가 48세의 중년의 여성으로 변한 모습을 유튜브에 나오는 광고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특유의 상황을 반영해서 승객의 60%를 차지하는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만나는 것의 가치'를 표현하는 다큐멘터리와 가까운 성격의 TV 광고이다. 연인 간의 로맨틱한 만남은 아니지만, 코로나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다시 한번 과거처럼 꿈이 가득한 광고에 매료되고 싶은 심정을 자극했다. 코로나가 수습된 이후로도 이러한 만남을 소재로 한 광고 시리즈는 계속되고 있다. 2023년은 ‘만나러 가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서, 2024년에는 ‘기다리는 사람’의 시점에서 설렘과 긴장감을 그려 나갔다. 친구를 맞이하러 역으로 가는 길, 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 역에서 거래처 고객을 기다리는 상사와 부하 직원 등, 사람 수만큼 일본 전역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며, 평소와는 다른 시간이 만들어진다. 그런 기다리는 사람들의 ‘설렘’을 다양한 상황에서 표현했다.

※ 2022년 광고, 만난다는 것은 특별하다

※ 2024년 광고, 가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기대와 설렘을 잇는 JR 도카이의 37년간 이어진 스토리텔링

37년 전 시작된 JR 도카이의 모든 광고에는 일관성이 있다. 신칸센을 단순히 빠른 이동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모든 광고 커뮤니케이션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신칸센을 시대와 관계없이 소통의 매개체로 인식해 왔다. 신칸센은 인간 생활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상징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 마음의 연결을 가속하는 매개체로 활용되었다. 현대 사회의 지나친 편리함 속에서 잃어버린 감성을 되찾게 해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메시지는 요즘 마케팅 화두인 스토리텔링 전략을 활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버블 시대의 광고는 연인 간의 만남을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순간에 맞춰 설렘과 화려함을 더했다. 반면 최근의 광고는 더욱 성숙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만남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해석했다. 버블 시대의 화려함은 줄었지만, 다양한 사람들 간의 만남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교차와 감동을 담고 있다. 이제는 특정 연인의 만남에 한정된 화려함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만남을 기대와 설렘으로 승화시켜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러 장면을 통해 "사람과의 만남은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끌어내며, 만나러 가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만남의 기대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난 37년간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이어진 이 TV 광고들은 시대의 변화를 읽게 해주며, 그 안에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게 하는 공감이 담겨 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늘 기대와 설렘이 깃든 소중한 경험이다. 설렘과 기대가 있는 만남일수록 우리의 삶에 더 깊은 의미와 가치를 선사하는 것이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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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시헌 2024-11-27 08:53:18
몇년 전 코나미 위닝 20주년 광고 또한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향수를 자극하는 광고들, 나아가 스토리를 보여주는 광고들이 트렌드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