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카피는 없어도 알 수 있는데...

[신인섭 칼럼] 카피는 없어도 알 수 있는데...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0.12.09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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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도 중순에 접어든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인지 금년 겨울은 한산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어김없이 다가오고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식구들 집에 모이는 계절이다. 서양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종교 행사이기도 하지만, 1년에 이 때만은 온 식구가 꼭 모여 만나고 즐기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이 만나는 곳에 술이 따르기 마련이다. 우아하다고 할 만큼 멋진 스카치 위스키 시바스 리갈 광고이다. 눈 덥힌 크리스마스 트리, 따뜻함이 풍겨 나는 집, 비를 든 눈사람, 시바스 병에 그려진 그림이다.

카피가 없어도 알 만 하다. 물론 그럴 수는 없다. 다섯 낱말이다.

집에 가면 시바스가 있겠군.

I'll be home for Chivas.

1990년 12월 3일자 TIME지 표3에 게재된 광고이다.

하나 더 본다. 얼음 든 잔에 붓는 술. 아차, 잘못 부어 쏟아져 나갈 듯하다. 그러니

조심해! 그 술 시바스 리걸이야!

Be careful! That's Chivas Regal!

1981년 9월 18일자 포브스(Forbes) 잡지에 실린 광고이다.

두 광고 사이에 9년의 시간 차가 있다. 제품 사진이 지면의 9/10 쯤을 차지하고 있으며, 카피는 지면의 1/10이다. 헤드라인 뿐이다. 그리고 하나는 느낌표까지 합쳐 7개 낱말, 또 다른 것은 다섯 낱말이다. 10년 동안 같은 제품을 놓고, 거의 동일한 레이아웃에 짧은 헤드라인만으로 꼭 같은 메시지, '시바스 리갈은 고급 스카치입니다'를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컬러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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