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모니터]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찾아보기 어려워

[트렌드모니터]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찾아보기 어려워

  • 채성숙 기자
  • 승인 2021.04.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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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기간 : 2021년 2월 15일~2월 17일
조사 대상 :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

[ 매드타임스 채성숙 기자 ]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도덕성’과 ‘노블리스 오블리주’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의 도덕성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 가운데, 특히 정치인과 재벌, 고위 공직자 등 소위 한국사회에서 지배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상류층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성인남녀 2명 중 1명 “한국사회의 도덕성 문제 심각해”, 다만 2011년에 비해서는 심각하다는 평가가 많이 줄어들어

우선 한국사회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커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량(51.9%)이 한국사회의 도덕성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수준 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성별(남성 49.8%, 여성 54%)과 연령(20대 47.6%, 30대 51.2%, 40대 54%, 50대 54.8%)에 관계 없이 이러한 인식은 비슷했다. 반면 도덕성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평가(11%)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2011년에 실시한 동일 조사와 연령별로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의 도덕성 문제를 심각하다고 보는 시각이 세대를 불문하고 이전보다는 낮아진(20대 11년 77%→21년 47.6%, 30대 11년 79%→21년 51.2%, 40대 11년 80%→21년 54%, 50대 11년 82%→21년 54.8%) 것으로 나타나, 그래도 지난 십여 년의 시간 동안 도덕성 문제에 있어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사회는 도덕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주요 집단 및 계층의 도덕성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평가해, 그 중에서도 국회의원 및 정치인이 도적적이라는 평가는 전체 2.1%뿐

한국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노블리스 오블리주’, 단 5.7%만이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잘 실천되고 있는 편이다”

특히나 사회적으로 높은 명성과 지위를 자랑하는 주요 집단 및 계층의 도덕성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것은 국회의원 및 정치인으로, 전체 응답자의 2.1%(동의율)만이 그들을 도덕적이라고 평가했을 뿐이었다. 국민들 사이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정치 혐오’가 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또한 고위 공무원/관료(4.1%)와 대기업 임원(5.5%), 재벌(5.7%), 언론인(5.8%), 법조인(7.6%)이 도덕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드물었다. 코로나 시대라는 것을 보여주듯 의료진의 도덕성(27%)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으나, 이 역시 높은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사회의 도덕성을 이전보다는 개선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개개인의 의식변화와는 다르게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직자 및 지도층의 도덕성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심각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렇게 사회 고위층과 지도층, 부유층의 도덕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이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잘 실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잘 실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단 5.7%에 불과했다. 다만 자신의 계층을 높게 평가할수록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잘 실천되고 있다는 생각(중상층 이상 13.4%, 중간층 7.4%, 중하층 4.3%, 하층 0%)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는 편이었다. 반면 대다수의 응답자(69.5%)는 한국사회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잘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15.4%만이 “우리나라에는 사회에서 누리는 만큼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훌륭한 상류층들이 많다”

“상류층이 공공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9%)도 드물어, 반면 전체 86.8% “상류층은 자신의 이익에 민감하다”

한국사회에서 소위 ‘상류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15.4%만이 우리나라에는 사회에서 누리는 만큼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훌륭한 상류층들이 많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특히 40대~50대 중장년층(20대 24%, 30대 15.6%, 40대 12%, 50대 10%)이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상류층이 많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당연하게도 한국사회에서 상류층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는 생각(8.4%)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한 한국사회의 상류층이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 솔선수범을 하고(11%), 공공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을 하며(9%), 존경할만한 높은 교양을 가졌다(14.8%)는 평가도 매우 드물었다.

반면 그들이 이따금 행하는 사회적 의무는 형식적이거나, 보여 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 보였다. 가령 우리나라의 상류층들은 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사회적 기부를 약속한다는 주장에 절반 이상(53.2%)이 공감을 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상류층들은 정작 ‘자신의 이익’은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86.8%가 한국사회의 상류층은 자신의 이익에 민감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가 매우 낮은 이유를 상류층들의 자기이익 추구 때문이라고 바라보는 시각(66.6%)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상류층은 자신의 이익에만 민감하고(20대 78.8%, 30대 87.6%, 40대 88.8%, 50대 92%), 그들의 이런 성향 때문에 사회적 신뢰도가 낮은 것이라는(20대 57.2%, 30대 63.2%, 40대 70.4%, 50대 75.6%) 인식이 강한 편으로, 오히려 중장년층이 사회 고위층과 지도층, 부유층에 대한 반감이 더 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다수(73.4%)가 “우리나라의 상류층들은 대부분 부모나 조상의 부와 명예를 물려 받아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바라봐

10명 중 3명만이 “재벌들의 재산은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20대~30대는 부의 대물림에 비교적 많이 공감해

이렇듯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에는 관심이 없는 반면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 받는 상류층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단단하게도 미운 털이 박혀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그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 지위의 형성 과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대다수(73.4%)가 우리나라의 상류층들은 대부분 부모나 조상의 부와 명예를 물려 받아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한국사회의 상류층은 대부분 자신의 실력보다는 운이나 편법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인식(38.5%)도 결코 적지 않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상류층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고(12.2%), 부의 축적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다고(3%) 보는 시각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대체로 재벌들의 재산은 그들의 노력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29.7%)이 적은 만큼 이렇게 상류층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다만 20대~30대의 경우에는 재벌들이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20대 42.8%, 30대 36.8%, 40대 24%, 50대 15.2%)가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으로, 부를 축적하는 과정의 정당성을 따지기보다는 ‘막대한 부’ 자체를 동경하는 성향이 존재한다는 해석을 가능케 했다.

전체 87.3% “한국사회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필요해”, 가장 많이 강조하는 실천 방법은 ‘투명한 납세’

한국사회에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87.3%가 사회 고위층이나 지도층, 부유층과 같이 가진 자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수준과 의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하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15년 91.9%→17년 90%→21년 87.3%)으로, 그만큼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 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적절한 방법으로는 ‘투명한 납세’(83.6%, 중복응답)가 첫 손에 꼽혔다. 성별과 연령, 자가계층평가에 관계 없이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위해 투명한 납세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큰 것으로, 결국 대다수 국민들은 사회 고위층과 지도층에게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라면 당연히 이행해야 할 아주 기본적인 의무부터 지킬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금 하는 일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70.6%), 저소득층 및 소외층에게 기부를 하는(55.5%)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향후 한국사회에서 상류층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덕목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도 ‘납세의 의무’(동의율 65.9%)로, 역시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적인 인식이었다. 또한 도덕성(58.5%)과 정직함(58.3%), 책임과 의무(56.5%), 높은 세금(55.7%), 공정하고 투명한 일 처리(54.8%)가 앞으로 상류층에게 더 많이 요구될 것이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스스로는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예절과 질서를 잘 지키면서 살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 사건사고 목격 시 경찰에 신고를 하고(88.8%), 공사 및 시공으로 이웃에게 불편을 줄 때는 미리 양해 구해야 한다(92.1%)는데 공감

그렇다면 사회 고위층과 지도층, 상류층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종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전반적으로 큰 상황에서 개개인의 경우에는 얼마나 ‘도덕성’을 중시하면서 살고 있을까? 평상시 개인의 도덕성을 평가해본 결과, 대체로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예절과 질서를 잘 지키면서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습이었다.

우선 준법정신과 공공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연령에 관계 없이 공통적인 것으로 보여졌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건 사고를 목격하면 현장 주변의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고(88.8%), 지갑과 가방 등의 귀중품을 발견하면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86.8%)는데 공감을 했으며, 반려동물을 유기 및 학대하는 행위와 관련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고(89.7%), 처벌 수위는 지금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85.8%)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경계하는 태도도 강해 보였다. 길을 걸어 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남에게 피해를 주고(92.4%), 가게 밖과 도로에서의 흡연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85.1%) 흡연행동이라는 주장에 의견이 일치했으며, 공사와 시공 등으로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게 될 때는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고(92.1%), 이웃집에 들릴 만큼 TV와 전축 등을 크게 틀면 안 된다며(90.5%) 공동생활의 규칙을 강조하는 것도 모든 연령대에서 동일했다.

 

기본 예절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 커, 이웃을 만나면 당연히 인사를 해야 한다는 중장년층과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는 젊은 층

대중교통 이용 시 사회적 약자에게 양보를 하고, ATM 장시간 이용 시 타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도 젊은 층은 당연하게만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와 기본적인 예절에 대한 인식은 세대별 간극이 크다는 사실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먼저 이웃과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체 절반 이상(57.1%)이 공감을 했지만, 이웃과의 인사를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40대~50대 중장년층(40대 60.8%, 50대 76.8%)과는 다르게 20대~30대 젊은 층(20대 40.8%, 30대 50%)의 경우에는 인사 예절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가 강한 편이었다.

특히 ‘타인에 대한 배려’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세대별 인식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가령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교통 이용 시 노약자와 어린이 등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고(83.8%), 엘리베이터 이용 시 노약자와 어린이 및 여성이 먼저 타고 내리도록 배려해야 한다(76.3%)는데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대별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 층의 경우에는 중장년층과는 다르게 사회적 약자에게 대중교통 이용 시 자리를 양보하고(20대 77.2%, 30대 75.6%, 40대 87.2%, 50대 95.2%), 엘리베이터 이용 시 먼저 순서를 양보하는(20대 64.8%, 30대 66.4%, 40대 81.2%, 50대 92.8%)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옅은 것이다. 또한 은행 ATM를 여러 번 이용하게 될 때는 뒷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인식(63.8%)도 20대~30대(20대 46%, 30대 49.2%, 40대 76%, 50대 84%)에게는 결코 당연하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살펴봤을 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고, 사회질서 유지에 동참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 함께 공감을 하지만, 타인을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데 있어서는 연령별로 인식의 차이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들이다. 아무래도 공동체의식보다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요즘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할 뿐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감각하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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