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과 한 집에서 산다? 마라맛 연애 리얼리티의 흥행

헤어진 연인과 한 집에서 산다? 마라맛 연애 리얼리티의 흥행

  • 이정민 대학생 기자
  • 승인 2021.09.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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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 유발 파격 연애 리얼리티
자극적이면서 신선한 소재로 젊은 층에서 화제

[ 매드타임스 이정민 대학생 기자] 헤어진 연인이란 생각만 해도 껄끄럽고 불편하게 여겨지곤 한다. 이런 헤어진 연인과 같은 연애 리얼리티 방송에 나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 속에서만 일어날 것 같은 일이 정말로 일어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티빙에서 방영되고 있는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이다.

'환승연애'의 포스터

환승연애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다. 나영석 PD와 ‘꽃보다 할배’,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윤식당’등을 함께 기획한 이진주 PD가 연출했으며, 티빙의 첫 연애 프로그램이다. 이진주 PD는 '지난 연애에 대한 리뷰를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상이 실제가 된 ‘매운 맛’ 프로그램은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환승연애'의 포스터

환승연애는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생활하며, 출연자는 지나간 사랑으로 돌아갈 것인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지 선택한다. 서로 처음 보는 척 연기하며 자유로운 썸을 위해 일정 기간 자신의 전 연인인 ‘X’를 절대 밝히지 않는다. 이러한 파격적인 기획은 ‘마라맛’, ‘매운맛’ 예능으로 MZ세대를 저격했다. 하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소개팅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무후무한 연애 리얼리티라고 볼 수 있다. 과거 방영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설렘 자극을 무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환승연애는 맘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연애 속앓이, 누구나 한번 쯤 겪어보는 이별에 대한 공감대 형성으로 차별점을 두었다. 순수하게 사랑의 시작을 담은 내용은 아니다. 이별도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고, 사랑의 시작 그리고 그 이후를 담기 때문에 권태, 이별, 다툼 등의 다양한 요소와 전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환승연애는 파격적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만큼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연출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장치를 심어 놓았는데, 이는 프로그램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X 자기소개서’는 출연진 전원이 한 자리에 모여, 전 연인이 쓴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직접 돌아가며 읽는다. 이를 통해 출연자들은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함과 동시에 전 연인의 기억 속에 남은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매일 호감 가는 상대에게 익명으로 전달되는 ‘속마음 메시지‘는 매일 밤 출연자는 각자 ’오늘 가장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익명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이때 본인의 X가 자신을 선택했는지, 선택하지 않았는지도 알 수 있다.

또한 호감 가는 상대의 X로부터 익명으로 정보를 받는 ’X채팅룸‘이 매우 색다른 장치다. 호감 가는 상대 혹은 데이트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비밀스러운 공간인 X채팅룸에서 상대의 X와 채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 채팅 참여자가 서로를 유추할 수 없도록 디퓨저, 귀마개 등의 소품을 놓은 철저함과 출연자가 촬영 공간에 들어왔을 때,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보게 될 때 현실에서 떨어진, 특수한 상황에 빠져들어오게 하기 위해 공간 세팅에 매우 신경 썼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출연자 스스로가 공간에 대한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여 시청자들에게도 그 몰입감을 전달해냈다. 더하여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춰 직접 OST를 제작했다. 직접 제작한 음악을 실제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프로그램의 내용과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편집적인 부분에서는 X커플 재회 장면에서 교차편집을 이용해서 시청자들이 출연자의 X를 더 흥미진진하게 추리할 수 있도록 교차편집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환승연애가 이렇게 흥행한 데는, 세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로, 연애를 소재로 하여 보편적인 공감을 유도하면서 다양한 상황적인 요소를 통해 논쟁적인 포맷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배치된 패널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각기 다른 입장과 가치관으로 그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이야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흥미를 유발하는 연출 장치로 논쟁적인 포맷에 걸맞는 흥미 요소를 다양한 연출 장치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는 수용자의 몰입을 유도한다. 마지막으로는 편향되지 않은 편집이 있다. 감정선이 구체적이며, 누구 한명에게 치우치지 않음으로 그 상황과 전개를 시청자들에게 매끄럽게 전달한다.

‘환승연애’는 출연자들과 연출의 활약에 힘입어 최근 유튜브에서 누적 조횟수 1천만 뷰를 넘기며 젋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보면서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콘텐츠라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다. 더불어 실제로 과거 커플이였던 출연자들로 인해 그 동안 연애 리얼리티가 의심받았던 ‘진정성’ 문제를 해결했다. 모두가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려는 것이 아닌, 누군가는 과거의 연인과 완전히 이별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공감을 일으킨 것이다. 최근 ‘안전이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과거보다 이별 후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부담스러운 관계를 싫어하는 MZ세대에게 ‘데이팅 앱’과 ‘랜선 연애’가 유행하면서 젊은 층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연애’가 현실적이고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젊은 세대는 ‘YOLO’족 성향과 함께 연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실제 연애 과정에서 상대방과의 감정 소모와 갈등을 겪는 것은 꺼려지지만, 연애의 장점 중 하나인 ‘설레임’을 느끼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여 관찰형 연애 콘텐츠가 인기를 끌게 된 것도 한 몫 한다.

이렇듯 자극적이고 논란 투성이일 것 같던 ’환승연애‘는 살짝의 매운맛이 첨가된 현실 연애 다큐인 것이다. 환승연애의 뜨거운 인기는 티빙의 차별적이고 독보적인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입증한 계기가 되었으며, 기존 콘텐츠의 스핀오프가 아닌 독자적인 성격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신선한 콘텐츠와 OTT 서비스의 발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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