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사] PR계의 별, 김한경 회장을 기리며

[추모사] PR계의 별, 김한경 회장을 기리며

  • 이인호
  • 승인 2022.02.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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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이사장 (출처 조선일보)
이인호 전 KBS 이사장 (출처 조선일보)

김한경 회장님께서는 댁이나 다름없이 여기시던 KPR 집무실을 떠나 병원에 입원하신지 단 열흘만에 우리곁을 영원히 떠나셨습니다. 몇시간 전 까지만 해도 의식은 생생하셨는데 그처럼 사랑하시던 아드님과 따님이 서울에 와 있는데도 얼굴을 보지 못하고 어찌 눈을 감으셨는지요. 하늘나라는 아름다운 한 영혼을 기꺼이 영접하겠지만 이 땅은 또 하나의 참으로 귀한 일꾼,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데 큰 힘이 되었던 참사람을 잃었습니다.

대구의 명문가정의 막내딸로 태어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자라나셨던 김한경 회장님은 어려서부터도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감이 넘쳐나는 인물이셨습니다. 일찍부터 일본어와 영어를 우리말처럼 구사하며, 연상, 연하, 남과 여, 외국인, 내국인을 가리지 않고 쉽게 교류의 망을 넓히며 사회활동을 펼치는 그분의 탁월한 능력은 남녀차별이 아직도 심했던 시절 질시와 의혹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과 선과 미를 잣대로 하여 모든 일을 편견없이 긍정적인 태도로, 그러나 단호하게 헤쳐 나가는 그분의 자세에는 누구도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내엔 개념조차 생소했던 PR회사를 설립한 것은 양질의 소통능력 강화를 통해 나라 발전에 공헌하겠다는 그 분의 뉴욕공공도서관 사서 시절부터의 오랜된 꿈이었습니다. 33년이 지난 오늘날 KPR이 얼마나 훌륭한 사업체로 성장했는가는 이제 설명이 필요 없는 일입니다. 회계장부 보다는 일의 목적에 얼마나 충실히 다가가는가를 평가하며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여 믿고 일을 맡기고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직원들 모두가 자기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와 배려를 아끼지 않는 감동의 리더쉽이야 말로 KPR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말년에 김한경 회장께서 보여주신 모습을 생각하면 믿음과 소망, 사랑, 그리고 만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만 있으면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개인적 수난이 겹치더라도 진실되고 착하고 아름다운 삶을 끝까지 살아낼 수 있게 하늘이 도와주신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일본에는 케이 임으로 알려지신 김한경 회장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이 오히려 한국보다도 더 많지 않은가 싶은데 아마 방문 중에도 드러난 회장님의 그런 정신적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시 만나기 어려울 고귀한 분을 떠나보내는 우리의 마음은 아프고 허망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그분의 떠나심을 슬퍼하는데 머물지 말고 그분이 살아오셨던 아름다운 삶을 축복하고 기리는 일로 마음을 돌림으로서 그분이 못 다하신 뜻을 이루는데 힘을 합칠 것을 김한경 회장님을 떠나 보내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분들께 제안하고자 합니다.

김한경 회장님, 아니 케이 언니, 부디 고이 잠 드소서

못난 후배 이인호 2022.2.10

전 러시아 대사, 전 KBS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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