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기침체기, 매체 광고를 줄여야 할까?

[특별기고] 경기침체기, 매체 광고를 줄여야 할까?

  • 아빈하브 마헤슈와리
  • 승인 202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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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60%가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는 올 초 4.6%에서 현재 2.9%까지 하락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세계은행(WB)의 전망 또한 글로벌 경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가운데 통화 약세 흐름까지 이어지며 경기 둔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의 경우 중국, 미국 양측 모두와 연관돼 있어 기업들은 최근 몇 년에 비해 훨씬 더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 같은 환경에서 브랜드는 마케팅 및 캠페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경계하며 마케팅 예산을 보수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간의 수치들은 예산이 넉넉치 않을 때라도 마케팅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경기 침체기에도 브랜드 판매에 직접적이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여파로 가계 지출이 감소했고 브랜드 업체들은 광고 집행에 영향을 받고 있다. 닐슨 애드 인텔(Nielsen Ad Intel) 솔루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미국의 광고 시장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이는 다수의 기업이 마케팅 예산을 이미 축소했거나, 축소해 나갈 예정임을 시사한다.

매체 광고 예산을 줄이는 것은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예산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하고 마케팅 예산 효율 극대화하려면 경기침체 이후의 마케팅까지 고려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경기침체는 영원하지 않다

마케터에게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이제까지 관측된 경기 침체의 75%는 지속기간이 1년 이내였고 30%는 2분기였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마케팅 비용 삭감은 명목상의 절감 효과만을 가져오는 근시안적 조치가 될 확률이 높으며, 다가올 반등기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이미 ROI(투자대비효과)의 중앙값(Medium)을 50%까지 낮췄다. 이러한 상황에 매체 광고 예산까지 줄이는 것은 브랜드가 이익을 가장 극대화해야 하는 시기에 ROI를 더 낮추기만 할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예산 삭감이 아니라 미디어 믹스를 최적화하고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채널에 대한 투자다. 도달 범위와 효율성, 빈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예산을 적절히 배분하고 균형 있게 투자해야 한다. 일례로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한 곳은 예산 조정 없이 미디어 믹스를 최적화하는 것만으로도 최근 도달률(reach)과 노출(impression)을 각각 26%, 39% 이상 높였다.

경기 침체기에 매체 광고는 오히려 브랜드 경비의 실질적인 절감으로 이어진다. 불황이 관측되면 매체사는 광고주 유치를 위해 광고 비용을 낮추게 되며, 이에 따라 브랜드에 유리한 수요-공급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브랜드는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매체 광고 예산을 상향 조정하기도 한다. 이는 예산 절감은 물론, 경쟁 업체들이 광고 규모를 축소한 상황에서 같은 비용으로 더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경제 침체기에도 성장은 가능하다

브랜드 업체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하락을 가정하기에 앞서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진단하고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위 ‘스몰럭셔리(small luxury)’를 즐기는 소비 문화가 형성되면 립스틱과 같은 특정 카테고리에는 성장 기회로 작용하는 반면 다이닝 및 접대 등 카테고리에는 반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자가 가격에 한층 더 민감해지는 만큼 브랜드는 이를 미디어 플랜과 브랜드 메시지에 반영해야 한다. 경기 침체기를 고려한 메시지는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며 반등기까지 이어질 고객 충성도 확보에 도움을 준다.

브랜드들이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카테고리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메시징 전략을 최적화하고 동일 광고 비용으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소비자 행동 분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적절하게’ 줄이기

때때로 예산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지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적절하게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가용한 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ROI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해야 한다.

매체비 절감은 재무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이점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미디어 플랜에 대한 닐슨의 연구 결과, 미디어 채널의 플랜 중 25%만이 초과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당 사례의 초과 지출 금액은 평균적으로 32% 정도였다. 한편 매체비 절감으로 인한 브랜드 ROI 개선율은 4%에 그친 반면, 광고로 유발됐던 판매량 감소로 인해 전체 매출액이 상당 부분 타격을 입었다.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면 브랜드는 프로모션을 늘리려고 하겠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소비자가 프로모션 기간에만 제품을 구매하는 양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정가 품목 판매 감소와 이윤 하락으로 이어진다. 닐슨의 마케팅 믹스 모델에 따르면 프로모션 ROI는 매체광고 ROI에 비해 45%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프로모션 판매의 극히 일부 케이스만이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며, 일반적으로 프로모션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프로모션 판매가를 훨씬 높게 책정해야 한다.

따라서 브랜드는 프로모션에 의존하기보다 ROI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매체 광고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 특정 매체 성과가 부진한 경우 해당 매체에 편성했던 다른 더 영향력 있는 매체로 이관하는 방향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미디어 믹스 및 예산 편성을 진행하든지 간에 매체 지출을 아예 끊어버리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닐슨 마케팅 믹스 모델에 따르면 방송 광고를 집행하지 않은 브랜드의 경우 장기 수익이 분기마다 2%가량 감소했으며, 이러한 손실을 복구하는 데에는 방송 재개 시점을 기준으로 3년에서 5년 정도가 소요됐다. 또 매체 비용 삭감으로 인한 손해는 수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마케팅은 브랜드 자산의 10-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빈하브 마헤슈와리(Abinhav Maheshwari) 닐슨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 효과 부문 부회장(Vice President, Marketing Effectiveness, APAC Nielsen) 

아빈하브 마헤슈와리 부회장
아빈하브 마헤슈와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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