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크의 원포인트 크리에이티브(4) ‘시적 언어와 카피’
문크의 원포인트 크리에이티브(4) ‘시적 언어와 카피’
  • 최문규
  • 승인 2019.05.09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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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일반적으로 문학 언어와 일상 언어로 구분된다. 사르트르는 문학 언어를 다시 ‘산문적 언어’와 ‘시적 언어’로 분류하였다. 문학 언어 중에서도 특히 시적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전달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짧지만 큰 감동을 선물했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감동과 여운을 선물하는 시적 언어는 최근 들어 대중시 분야에서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가수이자 작가인 ‘하상욱’의 작품을 몇가지 소개해 본다.

<돈>

너가 필요해

내가 잘할께.


<세금>

어딜 자꾸

기어 올라.

<다 쓴 치약>

끝이 어딜까

너의 잠재력.

마지막에 소개한 <다 쓴 치약>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또한 배달의 민족에서 2015년에 시작하여 올해 5년째를 맞은 <배민 신춘문예>가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음식에 관한 시를 모집하는 공모전이다.

올해 수상한 작품들을 몇 편 살펴보자.

<사골 국물>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

<누룽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고생했을 당신.

<커피>

커: 보니

피: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요

감동까진 아니지만 재치와 기지가 번뜩이는 표현들이다. 이러한 시적 언어는 광고 카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시적 언어가 상징, 비유, 기존 형식에서의 이탈 등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듯이, 카피도 진부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늘 몸부림친다는 점에서 닮아있기 때문이리라. 또한 시적 기법의 카피는 함축적 의미 전달과 리듬감을 통해 주목성과 회상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품을 움직이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고 주장한 광고의 대가 <헬 스티빈즈>의 말도 시적 언어와 광고 카피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내가 인도여행에 대한 강렬한 유혹을 느꼈던 “인도에서 돌아오는 길, 사람들은 저마다 부처의 얼굴을 닮아 있었다” 라는 한 여행사의 헤드라인이 기억난다. 이러한 시적 표현의 카피 사례를 보면, “여자의 변신은 무죄”,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주말엔 바람이 된다”, “크리넥스로도 닦을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 등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은 비주얼의 시대라고 한다. 특히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광고는 더욱 그렇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도 그 추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확실히 시적 기법을 활용한 카피의 사례는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광고1>과 <광고2>의 경우처럼, 시적 표현을 시도한 카피를 만나는 것은 반가울 따름이다.

<광고1> 2011 결혼정보회사 듀오 TV광고

<광고2> 2013년 대림바스 TV 광고

예전에 한 광고대행사에서 발행했던 ‘카피와 아트의 행복한 결혼’이라는 책 제목이 문득 떠오른다. 표현대로 비주얼과 카피는 두 바퀴가 서로 잘 굴러가야 좋은 광고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비주얼 표현에 비해 카피가 점점 시들해져가는 요즘,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 시적 언어를 활용한 카피가 풍성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시대착오적 생각일까? “글은 그림보다 강하다” 라고 억지라도 부려보고 싶은 요즘이다.

최문규/(주)메타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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