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국민차 폭스바겐 (Volkswagen) 81세에 은퇴

[신인섭 칼럼] 국민차 폭스바겐 (Volkswagen) 81세에 은퇴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08.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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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에서 나오는 마지막 “딱정벌레“

지난 7월 10일 멕시코 푸에블라시에서는 세계의 주목을 끈 송별식이 있었다. 1938년에 탄생해서 81년 동안 세계 자동차 시장을 휘저은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 애칭 “딱정벌레”의 마지막 한 대에 고별을 고하는 송별식이었다. 마지막으로 생산된 이 “딱정벌레(Beetle)”의 또 다른 애칭은 “벌레(Bug)", 팔지는 않고 박물관에 모시게 되었다.

앞과 뒤에서 본 폭스바겐

딱정벌레라는 애칭이 생긴 것은 미국이었지만, 그 탄생은 기구했다. 페르디난드 포르쉐가 수석 엔지니어로 히틀러가 요구하여 만들어진 이 차의 첫 이름은 독일식의 무뚝뚝한 냄새가 풍기는 "Type 1"이라는 멋없는 (그러나 실속은 있는) 이름이었다. 공장은 볼프스브루크였다. 히틀러의 요구는 한 가족 5명이 탈 수 있으며, 시속 100km, 공랭식 후방 엔진이었다. 국민의 차라는 독일 말 폭스바겐으로 정했다. 히틀러는 이 차를 전시에 지붕을 없애고 완전 무장한 군인 4명 즉 운전병, 앞자리에 하나, 뒷자리에 둘, 그리고 가운데는 기관총을 장치할 것을 염두에 뒀고 공랭식이므로 추운 지역에서도 엔진이 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Volks는 국민이고 Wagen은 자동차이므로 국민차이다. 대당 판매 가격은 990마르크. 2009년 가격 기준으로는 3,747유로, 원화로는 490만원이었다. 1930년대 후반 독일 평균 1주 수입은 32마르크였다. 국민차 판매를 위해 제창한 슬로건은 “자기 차를 운전하려면 1주에 5마르크를 저축하세요”였다. 30만명이 이런 구매 조건에 응모했다. 그러나 공장이 완공된 무렵에 2차대전이 이미 시작되어 겨우 몇 대 밖에 생산되지 못했고 민간 판매는 중단되었다.

전쟁은 끝났으나 산 넘어 산

전쟁이 끝나고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공장은 해체해서 영국으로 가져가자는 안이 나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자동차 회사에 인수할 의사 여부를 타진했으나 모두 사양했다. 영국 루트그룹 회장의 말이 걸작이었다. 그는 "2년 내에 이 자동차 프로젝트는 실패"할 것이며 “보통 사람 눈에 이 자동차는 아주 매력이 없으며 못 생겼고 시끄러운” 차라고 혹평했다. 그러던 중 1948년 3월에는 미국 포드 자동차에 이 공장 전체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고, 포드 자동차 회장단 일행이 와서 시설을 보았다. 이 때 포드 회장은 “지금 저희에게 제공되는 것은 한 푼 가치도 없습니다”로 끝났다. 산 넘어 산이란 말처럼 우여곡절 끝에 1948년에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1930-1940년대 민간 및 군용 자동차 엔지니어이던 하인리흐 노르도프가 책임자가 되어 폭스바겐은 부활했고, 전후 독일 경제 복구의 상징처럼 되었다. 노르도프의 공헌은 한 가지 모델을 고집한 것이었다. (물론 왜곤은 별도이다.)

1949년 미국 진출 2대 판매, 1955년 딱정벌레 100만대 돌파

미국에 폭스바겐이 선을 보인 것은 1949년이었고, 이 해 2대 팔았다. 6년 뒤에는 100만대를 팔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1952년에는 캐나다에 첫 선을 보인 뒤 1955년에는 공장을 지었다. 1959년에는 브라질에 공장을 세웠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는 차가 후진다는 평이 나돌았으나, 믿을 수 있는 자동차라는 사실과 뉴욕의 광고회사 DDB의 창의적인 광고 덕분에 1972년에 드디어 15,007,034번째 딱정벌레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 때까지 세계 자동차 판매 기록은 포드의 T-Model이 1908년 10월에서 1927년 5월 26일까지 19년 사이에 세운 1,650만대 판매였다. 1973년에는 딱정벌레 1,600만대 이상이 팔려서 1개 국가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멋진 디자인으로 단장한 폭스바겐 밴

20세기 미국 최고의 광고는 폭스바겐 딱정벌레(Beetle)

20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 미국 시카고에서 발행하는 Advertising Age는 특집을 발행했다. 20세기를 “광고의 세기(Advertising Century)"라고 명명한 이 마케팅, 광고 전문지는 20세기 미국의 가장 뛰어난 광고, 훌륭한 아이콘, 그리고 위대한 광고인을 발표했다. 1등 광고로 뽑힌 것은 다름 아닌 폭스바겐 딱정벌레 광고 "Think Small", 의역(意譯)하면 작은 것이 꿈이란 헤드라인이다. 하필이면 세계 1, 2차 대전을 일으키고 두 번 다 패전한 나라 독일에서 군용 자동차를 생산하던 회사의 자동차를 뽑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세기 최고의 광고인은 창의적인 광고로 폭스바겐 판매에 혁혁한 공헌을 한 DDB 윌리엄 번벅 회장이 선정되었다. (그는 히틀러가 600민명을 학살한 유대인이다.)

우리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 말까지의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이란 칭찬을 들었다. 사실은 우리보다 앞서 이미 60년대에 경제 기적을 기록한 나라는 “라인강의 기적”이란 말이 생긴 서독이었다. 이제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이고 광고비에서도 세계 4, 5위를 다투는 나라가 독일이다. 따지자면 베토벤의 제9교항곡이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듯 폭스바겐도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밑에 깔린 역사와 전통과 저력에서 생긴 것이다 - 로마가 하룻밤 사이에 지은 것이 아니란 말이 있듯이.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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