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기술(테크놀로지)이 창의성을 앞서는 때인가?

[신인섭 칼럼] 기술(테크놀로지)이 창의성을 앞서는 때인가?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10.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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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광고주대회 특별세미나 표지
2019 한국광고주대회 표지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매년 10월 하순 오후 2시부터 5시 반까지는 빠짐없이 조선호텔 2층 오키드룸에서 한국광고주협회가 주최하는 연례 세미나에 꼭 참석하게 됐다. 금년에도 역시 보람 있고 배우는 게 많은 연구 발표가 있었다. 제1주제 ‘방송콘텐츠 시청 분석 및 3-스크린 통합광고 효과’라는 제목으로 TNMS 민경숙 대표와 단국대 박현수 교수, 제2주제는 ‘2019 우리 국민의 미디어 이용행태 조사 결과(MCR)‘에 대한 KOBACO 연구원 오세성 박사의 발표. 그리고 제3주제는 ’2020 광고 시장 전망과 미디어 믹스‘라는 주제로 SM C&C 정원식 그룹장의 발표가 있었다. 아마도 세 주제 모두 한국 광고계가 당면하는 문제에 대한 연구 결과일 것이다.

특별세미나 현장
특별세미나 현장

세 가지 주제 가운데 두 가지는 기술 발달에 따르는 매체 환경 변화를 다룬 것이고 셋째 주제는 한국 광고산업이 처한 매크로적인 상황 하에서 2020년의 광고 지향의 방향을 제시한 수준 높은 내용이다. 다른 각도에서 볼 때 아마도 한국이 처한 마케팅/광고 상황을 대변한 세미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주협회 회원이라는 제약이 있기는 하나 아마 무료로 이런 발표를 제공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훌륭한 내용이다. (게다가 그랜드볼 룸의 성찬(盛饌) 역시 무료이다.)

두 번의 커피 시간을 제외하면 3시간이라는 제약이 있기는 하나, 모든 광고의 최종 결과는 크리에이티브 즉 광고 작품으로 나타난다는 엄연한 현실을 고려하면 그런 세션이 있으면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알맞는 시간과 장소에서 가장 알맞은 대상을 가려냈다 하더라도 가장 알맞은 메시지(콘텐츠/광고)를 전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브의 멋진 결합으로 성공을 거둔 이야기가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마케팅 전문지 The Drum이 보도한(2019.,10.18) 것인데 이 작품의 제목은 <Trade Mart Speech>이다. 1963년 11월 22일 달라스 ‘트레이드 마트’에서 예정되어 있던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이 그의 암살로 수포로 돌아간 것을 살려낸 이야기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일간신문 The Times가 기획하고 액센츄어 인터랙티브(Accenture Interactive) 광고회사 계열인 로트코 (Rothco)가 음성기술 회사와 협력해서 만든 케네디 전대통령 목소리의 재생이다. 사람은 가고 연설문만 남아 있는데 그 연설을 살려 낸 세계 최초의 시도이다. 'JFK Unsilenced‘(살려낸 죤 F. 케네디의 연설)을 찾으면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이 연설을 위해 831개 케네디의 생전 연설과 인터뷰를 8주 동안 갖은 고생을 무릅쓰면서 샅샅이 뒤졌다. 유명한 연설자로 이름 높은 케네디의 마지막 연설의 마지막 단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운명 때문에 이 시대 우리(미국)는 세계 자유의 벽 감시자(監視者)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힘과 책임에 합당하도록 지혜롭게 우리가 가진 힘을 행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소비자 보호법을 만들어서 세계로 퍼뜨렸고 또한 평화봉사단(Peace Corps)를 만들어 세계 도처(한국도 포함)의 개발도상국에 파견한 것도 케네디였다. ‘자유세계의 벽 감사자’란 그의 말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소련과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흐루시초프 계획을 쿠바에서 몰아낸 그의 결단에서 나타났다.

이 광고의 성공으로 스폰서인 The Times지는 매체 노출 1억, 트위터 도달 5,100만을 기록했고 수 많은 새 독자를 얻게 되었다. 측정하기 힘든 기업 이미지 수확은 말할 것도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여러 환자의 목소리를 되찾는데 이 기술을 이용하는 회사가 부쩍 증가했다. 그리고 2018년 칸느 라이온즈 광고상에서 크리에이티브 데이터(Creative Data) 그랑프리상을 받기도 했다.

출처 https://www.thedrum.com
출처 https://www.thedrum.com

이제 크리에이티브의 절차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종잡을 수 없고 신비로운 영감을 찾는 것이 광고 크리에이티브라던 생각은 사라졌다. 크리에이티브는 각종 자료와 도구와 자원, 각 부문 전문가와 통찰력을 이용해 얻은 데이터를 현장 업무에 적용하는 흥미 진진한 분야로 바뀌어 가는 것이 지금의 일이 되었다. 달리 표현하면 이성(理性)의 좌뇌와 감성과 우뇌의 경이적인 앙상블이 낳는 창의력의 산물인 광고가 탄생하는 시대로 전환하게 되었다. 서구 중심이기는 하지만 광고주의 광고회사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시대라고는 하자만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협력을 통해 ROI뿐 아니라 기업이 지닌 궁극적인 목적과 책임을 다하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나타나고 있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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