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최의 생각유람] ③ 동네목욕탕
[피카최의 생각유람] ③ 동네목욕탕
  • 최창원
  • 승인 2019.01.09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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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까지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 때문인지 정초에 더럭 몸살이 찾아왔다. 약을 먹고 드러누웠다. 그러다 안 되겠다 싶어 동네목욕탕엘 갔다. 아들이 동행했다. 뜨거운 샤워는 살맛났고, 뜨듯한 탕은 긴장한 몸을 녹여줬다. 몸살이 다 풀리는 거 같았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힘들면 기대도 대'

탕을 나서는 청년의 등에 새겨진 대문짝만한 문신이었다. 용 문신 꽃 문신 같은 요란한 문신은 없고 오직 그거 하나였다.

'기대도 대'의 '대'는 왜 '대'로 썼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가게 간판이나 플래카드의 오탈자는 반드시 지적해야하는 직업병이 발동했다. 그러나 목욕탕에서 그럴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 목욕탕은 조폭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인지라…… 참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대도 되는 사람. 지금 나한테는 그런 사람이 있나?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그리곤 살아오면서, 내가 기댄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신없이 바쁠 땐 바쁘다는 이유로, 한가할 땐 또 그럴 듯한 이유로 찾아보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그분들이 내게 준 걸 생각하면, 설령 그분들이 내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더라도 내가 얻은 걸 생각하면, 그래선 안 되는 건데…… 올해는 꼭 문안인사라도 드려야지 생각했다.

탕을 나와, 아들과 바바나우유를 사먹었다. 예전부터 아이들과 목욕을 하고나면 꼭 바나나우유를 먹는다. 습관이 됐다. 근데 그 청년도 바나나우유를 먹고 있었다. 그 청년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그 청년에게 바나나우유를 내보이며 눈인사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도 대! 하고. 그 청년도 바나나우유를 내밀며 웃고 있었다. 아들이, 못 말린다는 얼굴로 나를 보며 웃었다.

최근에, 보면서 크게 위로 받았던 영화 <앙: 단팥인생이야기>의 대사와 함께, 2019년은 목욕탕처럼 따듯한, 바나나우유처럼 부드러운 위로를 서로 주고받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 태어났어. 이 세상을 듣기 위해 태어났지. 그러므로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최창원 카피라이터, 겸임교수, 작가, https://www.facebook.com/ccw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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