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하나님이 농담도 잘하시네요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하나님이 농담도 잘하시네요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1.22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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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광고나 스폰서쉽 활동을 하는데 종교는 거의 결코 건드리지 말아야 할 대상이다. 신부와 수녀의 키스 장면을 광고에 담은 베네통같이 부러 논란을 일으키기로 작정을 하지 않을 바에는 종교 소재를 썼다가는 소재가 된 쪽에서는 신성한 종교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다른 쪽에서는 편파적으로 특정 종교를 옹호한다고 여러 곳에서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기업에서 스폰서쉽 후원 활동 결정을 하는 데도 비슷한 이유로, 어떤 종교단체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어 있으면 일언지하에 잘라 버린다.

그런데 교회나 사찰은 상업지의 지면을 사서 광고를 한다. 미국의 교민신문을 보면 천편일률적인 교회 광고가 광고지면을 메우고 있는 것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경외’의 대상에 천박스럽게 크게 소리 지르고 울긋불긋 색칠을 할 수도 없었을 게다. 그런데 종교 광고의 하나로서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캠페인이 있다.

싱가포르의 150개 교회가 모여서 신(God)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자, 2000년대 초부터 ‘사랑의 싱가포르 운동(Love Singapore Movement)'를 펼쳤다. 그 일환으로 아주 의욕적으로 24개의 인쇄광고와 17개의 TV광고를 만들어 집행했다. 그 말하는 방식이 무척 재미있다. 이들의 광고 목적 중의 하나가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려 했다고 밝힌 것처럼, 신이 직접 얘기하는 방식을 취했다. 광고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과에 붙인 스티커에 하나님의 말씀이 담겨 있다. ’너를 위해 특별히 이 사과를 키웠어 - 신(I grew this apple especially for you. God).' TV광고에서는 더욱 장난스러운 말투로 얘기한다. ‘세상을 흑백으로 만들까 생각했었거든, 근데 좀 더 생각해보니....말도 안돼(I was thinking of making the world black and white. Then I thought...naaah).'

이 광고들은 나오자마자 바로 컬트의 대상으로 떠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한편에서는 당연히 아무리 교회 연합체가 후원을 한다고 해도 그렇지 ‘경외’의 대상인 하나님과 그의 말씀을 무엄하게도 희화화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일각에서 나왔다. 완고하고 융통성 없기로 소문난 싱가포르 정부가 나서서 2주 만에 TV와 신문에 이들 광고를 집행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가장 문제가 된 광고 카피가 있었다. ‘나는 규칙을 싫어해. 그래서 열 개로 추린 거야(I hate rules. That’s why I only made 10 of them).‘ 세세하게 법규 만들어 강박적으로 집행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정부가 제발이 저려서 한 그들다운 조치였다. 이 금지조치가 또 하나의 광고 신화를 탄생시키는 반전을 가지고 왔다.

신이 우리 주위에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나 여기 있다 - 신(I am here-God)'과 같은 단순한 메시지의 포스터로부터 유머러스한 내용을 담아 우리 생활과 연결시키는 광고물들이 여러 매체를 통하여 쏟아져 나왔다. 예로 2층 버스나 버스정류장에는 이런 문구가 걸렸다. ’제발 음주운전은 하지 마라. 아직 나를 만날 때가 아니거든 - 신(Please don't drink and drive, you're not quite ready to meet me yet. God).’

인터넷은 물론이고, 정말 대박을 친 것은 휴대폰 문자메시지였다. ‘오늘 하루 재미있게 보내. 너를 위해서 특별히 만들었으니까 - 신(Have a good day. I made it especially for you.-God'같은 메시지가 휴대폰에 찍힌다면, 스팸성 메시지라도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그렇게 보편화되지 않았던 2001년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첨단의 느낌도 주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그야말로 전방위, 홀리스틱(holistic)마케팅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그 좁은 싱가포르에서 바로 1만 명 이상의 새로운 신자들이 교회에 등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캠페인은 칸느광고제에서 7개의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웃음에 관한 책을 읽는 것조차 금지된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수도원도 아니고, 꼭 잔뜩 근엄함이 지나쳐 화난 듯한 얼굴, 영어로 하면 long face로 ‘경외’를 해야만 하는 것이 종교는 아니지 않는가?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을 한번 뒤집었을 때, 싱가포르의 트렌디한 하나님처럼 좋은 광고도 나오고, 신도도 늘어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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