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크의 원포인트 크리에이티브 (2) ‘낯설게하기’와 ‘낯설어지기’

문크의 원포인트 크리에이티브 (2) ‘낯설게하기’와 ‘낯설어지기’

  • 최문규
  • 승인 2019.03.20 08: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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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작가, 빅토르 쉬클로푸스키는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방식으로서, ‘낯설게하기(defamiliarization)’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 개념은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는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들어서 참신하고 새롭게 표현한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문학을 넘어 다양한 예술적 표현에서 적용되는 개념으로서, ‘낯설게하기’의 목적은 익숙한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롭게 인식을 고양시키는 예술적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예술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가 아니라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주는 행위라고 한다. 예술가들은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세계가 당연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작가는 언어를 통해,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악보를 이용하여 기존의 세계를 상투성에서 벗어나서 색다른 시선으로 보고 표현하는 것이다.

‘낯설게하기’는 예술뿐만 아니라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

<광고1>와 <광고2>에서 제시된 ‘레고’ 광고를 보자. 이 광고는 시리즈로 집행된 광고로서 “당신 아이의 상상력은 음식처럼 중요하다”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레고를 딸기잼이나 초코칩으로 표현하였다. 얼핏 보기에는 먹는 음식과 레고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낯설게하기’를 통해서 레고를 뇌가 먹는 음식으로 표현한 듯 하다. 레고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준다는 브랜드 컨셉을 음식에 비유해서 신선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 1, 2
광고 1, 2

<광고3>에서 제시한 또 하나의 광고는 ‘이마트 <국민와인 프로젝트>’다. 농촌 마을의 노인분들을 등장시켜 천연덕스럽게 와인을 즐기고 와인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낯설다.

그러나 이러한 ‘낯설게하기’를 통해서 와인은 더 이상 어렵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참신하게 전달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노인분들이 외치는 “Wine is Normal.”은 압권이다. 와인은 노멀하지만 이 광고가 노멀하지 않게 보이는 것은 ‘낯설게하기’의 힘이 아닐까?

이처럼 '낯설게하기’ 방식은 적절하게 이용하면 광고에서도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참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잘못 활용되면 ‘낯설게하기’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그야말로 낯설어질 수가 있다. 1980년대에 미쓰비시의 ‘미라쥬’ 자동차 광고가 그렇다. 이 브랜드는 ‘목도리 도마뱀’이라는 특이한 비주얼 소재를 이용하여 대대적인 광고를 전개하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도대체 미라쥬와 목도리 도마뱀이 뭔 상관이지?”, “목도리 도마뱀은 기억나는데 뭘 말하려는 거지?” 등이 광고를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었다. 그만큼 ’낯설게하기’는 광고에서도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효과적인 크리에이티브 접근법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이용되면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가 낯설어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광고인의 전설이 된 데이비드 오길비도 젊은 시절, 멋모르고 차별화를 외칠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 때 한 선배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고 전해진다.

“자네가 차별화만을 주장하고 싶다면, 아침마다 출근길에 양말을 입에 물고 나타나게. 그러면 당신은 회사에서 확실하게 차별화될 테니까.”

 


최문규 (주)메타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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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미러 2019-03-20 16:12:10
showing & telling 좋았습니다. 늘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일우 2019-03-20 09:57:54
간만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광고만큼 좋은 글은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