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카니예 웨스트가 돈이 없다고?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카니예 웨스트가 돈이 없다고?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4.03.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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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무조건 최고 인기 스타를 광고 모델로 써야 한다는 광고주들이 있다. 업계 1위임을 알려야 한다며 자존심의 표시로 그렇게 최고 출연료를 마다치 않는 경우가 다수이다. 다른 쪽에서는 신생 브랜드이거나 약자로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그들만의 선두 그룹 리그에 들어가기 위한 극단 책으로, 기업의 규모에 비하여 막대한 지출을 하며 광고를 만들기도 한다. 심한 경우 어떤 기업은 최고 스타에게 지급하는 모델료를 포함한 광고 제작비가 매체 집행비를 뛰어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입소문이 나고, 광고물 일부가 밈(meme)이 되어 자발적으로 퍼지면 좋겠지만, 그런 기대가 현실로 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위와는 거꾸로 매체비에 너무 큰돈을 들이다 보니, 제작비로 쓸 돈이 바닥을 보이기도 한다. 시간을 두고 매체를 미리 잡았는데, 광고 제작을 할 때 현금 사정이 극히 악화하면 그런 상황에 부딪힌다. 또는 바로 위에서 최고 모델이 일거에 상황을 역전시키거나 위상을 끌어올리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다른 프로그램 대비하여 압도적인 노출을 통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 제작은 나중에 생각하고 매체 확보에 올인하는 식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올해 30초 단위 광고료 7백만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프로그램은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이다. 그 슈퍼볼에 광고를 집행하느라 매체비로 돈을 다 써버려 제대로 제작된 광고를 내보내지 못한다고 고백하는 이가 나타났다. 돈이 없다고 하기에는 돈 자랑을 너무나 많이 했고, 실제로 노래, 제작, 패션, 브랜드 사업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요, 미다스의 손을 가진 이처럼 불렸던 카니예 웨스트이다.

좀 어두컴컴한 승용차 뒷좌석에서 흔들거리는 화면을, 수염을 기른 흑인 남성이 채우고 있다. 약간씩 출렁이는 좌석의 흔들림에 몸을 맡긴 채 그가 셀카 형식으로 동영상을 찍는 스마트폰을 보고 말한다.

“모두 안녕, Ye(예-카니예의 애칭 비슷한 이름)야.”

이런 이상한 방식으로 슈퍼볼 광고에 나타난 배경을 말한다.

“내 광고인데, 시간 자리 사는 데 돈을 다 써버려서, 제작에는 쓸 돈이 없었어.”

그리고 단도직입으로 광고의 목적을 말한다.

“말하고 싶은 건 Yeezy.com으로 와 달라는 거야. Y-E-E-Z-Y 닷컴.”

화면 하단에 써 놓겠다고 하며, 신발도 팔고 다른 팔 것들 얘기하려다가 ‘이게 다야(That’s it)’이라고 하며 광고는 끝난다. 이전에 그가 만든 yeezy.com으로 팬들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올해 슈퍼볼 광고를 다룬 몇몇 기사와 동영상들을 보니, 2024년 슈퍼볼 ‘최악의 광고’로 카니예의 이 광고를 뽑은 곳이 많았다. 그런데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찍은 이 광고의 효과는 그렇게 최악은 아니었다. 슈퍼볼 다음 날 세계 100개국에서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 랭킹이 상승했고, 신발 등을 판다고 대수롭지 않게 언급했던 yeezy.com은 1,9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15년 전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MTV VMA 상을 받을 때 무대로 올라가서 비욘세가 상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10대 소녀를 어쩔 줄 모르게 하는 등의 숱한 사고를 친 카니예 웨스트의 인지도 위에 광고 프로그램으로서 슈퍼볼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하겠다. 슈퍼볼 뒷이야기를 보니 카니예 웨스트가 테일러 스위프트 일행이 있는 박스로 갔다가 쫓겨났다고 한다. 실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올해 슈퍼볼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언급되거나 연상되었다는 사실도, 마구 찍은 yeezy.com 광고의 효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이렇게 어설프게, 아니면 고의로 제작비를 최소화하며 엉성하게 찍는 것도 자주 나타나지는 않지만 슈퍼볼 광고의 한 유형이다. 실시간으로 미국에서 광고와 함께 슈퍼볼을 처음 시청한 게 2000년이었다. 닷컴 슈퍼볼이라고 할 정도로 닷컴 기업들이 마구잡이로 광고를 집행했는데, 라이프마인더 닷컴(LifeMinder.com)이란 기업은 노란색 보드에 타이프로 친 글씨들에 ‘젓가락행진곡’ 피아노 반주만으로 광고를 만들었다. 자신들이 대놓고 ‘최악의 광고’라고 하고는, 다음 날에는 70만 명이 자기네 사이트를 방문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다음 해 슈퍼볼 전에 CEO가 바뀌었고, 7월에 다른 기업에 팔려버렸다.

아, 다른 기업 하나는 얘기해야겠다. 카니예 웨스트는 광고 스팟 사느라 제작할 돈도 없었는데, 그런 슈퍼볼에 광고를 다섯 개나 집행한 기업이 있다. 중국의 테무(Temu)이다. 그들의 슬로건이 카니예를 연상시킨다. 한때 부자의 대명사였지만, 파산설도 나오고, 제작비가 없다는 카니예 웨스트에 맞는 것 같기도 하니, 이도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Shop like a billionaire)”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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