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15분의 명성과 15년의 정상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15분의 명성과 15년의 정상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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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클릭시 영상으로 연결 (출처 NFL)
이미지 클릭시 영상으로 연결 (출처 NFL)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팝아트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예술가인 앤디 워홀(Andy Warhol)은 1968년 열린 그의 전시회 소개 팸플릿에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동안 세계적인 명성을 떨칠 수 있다(In the future, everyone will be world-famous for 15 minutes.)“라는 문장을 적었다. 여기서 ‘15분의 명성(15 minutes of fame)’이란 문구가 유래했는데, 앤디 워홀 자신이 그게 무슨 뜻인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서 세간에서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었다. 첫째, 누구나 15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은 유명해질 수 있다. 잠깐 유명해질 수 있지만 사라지기도 그만큼 쉽다는 얘기다. 둘째로는 15분이면 누구나 화제가 되어 이름이 알려질 수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오랜 세월 노력할 필요 없이 한바탕 해프닝처럼도 명성을 얻는 게 가능하다. 둘 다 15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내용에 상관없이 화제가 될 수도 있고, 그 화제성을 유지할 만한 다양한 매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저에 깔고 있다.​

‘15분의 명성’ 이야기를 할 때 앤디 워홀이 염두에 둔 매체는 TV였다. 그때는 케이블TV도 위성TV도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에도 공중파 TV가 딱 세 개 있던 시절이었다. TV는 책이나 신문과 같은 인쇄매체와 달리 동시에 많은 사람이 같은 내용을 보았다. 기본적으로 TV에 나오기만 하면 전국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바로바로 잊혔다. 새로운 인물들이 나오면 앞선 명성의 대부분은 그대로 쓸려나갔다. 명성을 얻게 되는 시간, 누리는 기간은 계속 짧아졌고, 사라지는 속도도 빨라졌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매체가 되는 개인 미디어의 시대가 왔다고 했다. 수십억 개의 뉴스를 비롯한 발신지에서 쏟아내는 뉴스를 비롯한 콘텐츠로 관심을 끌기 위한 다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졌다. 명성의 지속 시간도 앤디 워홀의 15분보다 훨씬 짧아져야 할 것 같다. 실제 몇 초의 짧은 영상으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획득하기도 한다. 일단 그렇게 유명인의 반열에 오르면, 많은 이들에게 그 자체가 지위가 되고, 수입원으로 작용한다. 원래 자신이 알려지게 된 영역과 관련 없는 곳에서까지 영향력을 발휘한다.

무명에서 유명해지기 위한 15분이 짧을수록, 유명해져서 지속하는 시간으로서의 15분이 길어질 공산이 크다. 앞의 시간이 짧다는 것은 갑자기 유명해졌는데 사람들에게 정보가 없이 공백이 많은 도화지처럼 내던져진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 도화지를 채우는 시간을 사람들이 가지면서 명성의 시간은 길어질 수 있다. 반면 앞의 시간이 길어지면, 노출된 부분이 많아서 사람들이 대상에 대해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 버리기 쉽다. 그 틀을 깨치기가 힘들다. 그래서 명성의 시간은 짧아지게 된다. 오랜 명성을 지속하는 이들을 보면 계속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올해 슈퍼볼을 하드캐리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테일러 스위프트의 명성과 확산하는 모습은 ‘15’라는 숫자에 붙는 단위를 바꿔버린다.

테일러 스위프트로 원래 30초 7백만 달러가 넘는 광고료에 최대 1억 원에 가깝다는 입장료까지 최고의 명성과 비용을 수반하는 슈퍼볼의 특권은 더욱 높아진다. 이렇게 명성의 세계에서 비롯된 수입도 빈익빈 부익부가 반영된다. 미국 뉴저지의 시튼홀 대학의 조사에서는 이번 슈퍼볼을 시청한 미국인 18~34세의 41%가 경기를 시청하기로 하는 데, 테일러 스위프트가 경기장에 온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슈퍼볼을 주관하는 NFL(미국 프로미식축구연맹) 커미셔너인 로저 굿델이 테일러 스위프트가 나타나고 접촉하는 모든 곳에 사람들이 몰린다면서, 자신들은 그 면에서 운이 좋다고 할 정도였다.

실제 경기에서도 테일러 스위프트의 힘이 발휘되었다. 그의 애인인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트래비스 켈시가 경기 전반부에서 코치에게 역정을 내며 다그치는 모습이 잡혔다. 아무리 경기가 잘 풀리지 않고, 자신에게 공이 잘 배달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감독에게 하기에는 도가 넘는 행동이었다. 그래도 승리하고, 테일러 스위프트와 축하의 키스를 나누는 모습에 켈시의 거친 반항도 좋고 좋게 넘어가 버린 것 같다. 오히려 슈퍼볼 직전 그래미 시상식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사상 최초로 네 번째 ‘올해의 앨범’ 수상이 켈시를 자극하고 분발하게 했다는 미담처럼 전해졌다. 그의 애인의 새로운 역사를 만든 수상 소식을 듣고, 켈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I told her I'd have to hold up my end of the bargain and come home with some hardware, too.(나도 우승해서 집에 새 트로피를 더하겠다고 그녀에게 약속했지요.")

슈퍼볼까지 장악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올해의 도전은 아마도 미국 대선이 될 듯하다.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반대하던 공화당의 극보수 후보가 고향 테네시주의 상원의원이 되는 걸 막지 못했던 테일러 스위프트였다. 그때 컨트리 가수로 시작한 가수의 반전이란 얘기도 나왔다. 2년 후의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하며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웠다. 올해는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으나, 트럼프 진영에서는 벌써 그녀를 디스하고 저지하려는 공격을 하고 있다. 아무튼 15분의 명성을 넘어, 최초 2010년 올해의 앨범상 이후 15년이 지나서도 또 수상한 스위프트의 명성과 영향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올해의 슈퍼볼을 보면서 더욱 궁금해졌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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