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펩시콜라가 ‘Down Under’에서 펼친 비교 광고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펩시콜라가 ‘Down Under’에서 펼친 비교 광고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4.02.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경쟁 상대와 직접 비교하고, 심하면 상대를 비방하고, 그들의 활동을 방해하기까지 하는 사례는 쉽게 접할 수 있다. 대체로 ‘비교광고’라는 테두리에 넣어 얘기하는데, 이 분야의 대표로 버거킹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버거킹의 간판 상품인 와퍼(Whopper)가 ‘엄청난 크기나 양’을 뜻한다. 1957년에 처음 시장에 선을 보이면서도 당시 맥도날드의 햄버거와 크기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며 와퍼와, 나아가 버거킹이 패스트푸드 시장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규정을 강조하는 맥도날드에서 크기를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는 버거킹에 대한 반격은 10년 후에나 나오는데, 바로 1967년 세상에 출현한 빅맥(Big Mac)이다.

1980년대부터 버거킹은 본격적으로 맥도날드와의 비교광고를 선보였다. 맥도날드 광고판이 손으로 툭 치자 버거킹의 것으로 바뀐다든지, 와퍼를 억지로 빅맥 상자에 집어넣는데 제대로 되지 않으며 크기의 우월성을 보여주거나, 맥도날드 광대가 바바리코트로 어설프게 신분을 가린 채 버거킹 매장에서 와퍼를 구매하는 식의 광고물들이 줄을 이었다. 디지털 마케팅의 시대인 21세기로 접어들어서는 앱을 활용하여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맥도날드의 광고판을 불태우거나 맥도날드 근처에서 버거킹을 주문하면 할인을 해주는 식의 맥도날드를 도발하는 공격적인 활동을 펼쳤다.

경쟁의 치열함으로 버거킹과 맥도날드 관계에 못지않은 게 펩시콜라와 코카콜라이다. 특히 상표를 가리고 어떤 콜라가 맛있는지 사람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선택하게 한 ‘펩시 챌린지’는 마케팅 역사에 굵은 한 획을 그른 프로그램이었다. 펩시 챌린지로 시작하여 코카콜라에서 ‘뉴코크’를 내놓고 처절한 조소 속에서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뜬다는 ‘콜라 3부작’은, 여건만 된다면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 소재이다. 어쨌든 펩시 챌린지는 펩시콜라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성공 드라마로 곤경에 처하면 꼭 어떻게든 되살리고 싶은 아이디어로 나타나곤 한다.

‘펩시 제로슈가’의 미국 시장에서의 원래 이름은 ‘다이어트 펩시 맥스’와 ‘펩시 맥스’였다. 최초 ‘펩시 맥스’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저칼로리 콜라로 개발·출시되어, 영연방과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펩시 맥스’라는 브랜드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계속 쓰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2023년 5월 28일을 기하여 ‘Tastes better with Pepsi Max(펩시 맥스와 함께하면 더 맛있어요)’라는 슬로건과 함께 대규모 캠페인을 시작했다.

왜 5월 28일이었을까? 확실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미국에서 여름이 시작된다고 하는 5월 말의 현충일(Memorial Day)에 맞춰서 바비큐도 하고, 햄버거도 만들어 먹으니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지금은 많은 나라의 주로 햄버거 체인에서 프로모션용 기념일로 활용하고 있다. 버거와 함께 콜라를 먹는 경우가 많으니 ‘버거 데이’를 캠페인의 시발점으로 삼았다. 전통 매체 광고 이외에도 게릴라성 이동 옥외광고를 활발히 전개했다. 아래위로 움직이는 슬로건 광고판을 만들어 맥도날드나 버거킹과 같은 햄버거 체인점에 트럭을 주차한다. 자신들의 슬로건 광고판을 올려서 햄버거 체인점의 간판 옆에 위치하게 만든다. 버거킹 표지판 옆에 세우면 자연스럽게(?) ‘버거킹은 펩시 맥스와 함께 하면 더 맛있어요’라고 읽힌다. 자신들의 주차장에서 광고 행위를 하니 보통 체인점의 직원들이 나와서 철수하도록 하는데, 광경을 본 사람들이 이미 인스타그램 등에 사진을 포스팅한 후이다. 요즘 인기를 끄는 가상광고 사진들을 실어 나르는 효과까지 내는 제법 재미있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의 성공에 자극받아서일까. 펩시 맥스는 코카콜라 라인에서의 직접 경쟁상대인 다이어트 코크를 겨냥한 비교광고를 선보인다. 햄버거, 타코 등의 패스트푸드에서 파는 음료들 옆에 다이어트 코크로 보이는 캔이 서 있다. 캔의 글자와 카피를 연결해 ‘Tastes OK’라는 문구가 보인다.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맛’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밑으로 내려가면 거기에 펩시 맥스에서 쓰는 ‘더 맛있어요’라는 슬로건이 있다. 펩시콜라의 비교광고 역사에 남을 만한 아이디어라고 쾌재를 불렀을지 모르겠지만, 광고를 본 이들의 반응은 기대와는 달랐다. 다수 사람들의 다이어트 코크의 광고로 인식했다. 부분만 보고도 사람들이 다이어트 코크 캔으로 인지할 정도로 코카콜라 제품들의 브랜딩이 강력했다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브랜드 상징물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런 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펩시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1981년에 히트한 그룹 ‘Men at work’의 ‘Down Under’ 노래 가사에 나오듯 ‘여자들은 빛나고, 남성들은 약탈하’고, ‘맥주가 흘러넘치고 남자들은 토해대는’ 그런 곳에서 뭐 크게 문제가 될까 싶기도 하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