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일반적으로 광고판은 도시의 밤을 더욱 밝게 만든다. 하지만 네스카페(Nescafé)는 파나마시티의 야경을 조금 더 잔잔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커피 브랜드인 네스카페는 광고회사 오길비(Ogilvy), Star5와 협력해 강렬한 조명을 내뿜는 광고 대신 따뜻하고 느린 움직임의 디카페인 커피가 컵에 부어지는 영상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도시의 디지털 조명 공해를 줄이고, 더 나은 수면을 유도하기 위한 시도로 기획되었다.
네스카페는 번쩍이는 그래픽 대신 단순히 ‘네스카페 클래시코 디카페인(Nescafé Clásico Decaf)’이 컵에 천천히 부어지는 영상으로 교체함으로써,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2025년 4월 시작된 ‘디카페인 빌보드(Decaf Billboards)’ 캠페인은 광고가 넘쳐나는 도시 환경 속에서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새롭게 제시했다. 네스카페는 옥외 광고 기업 JCDecaux와 협력해 파나마시티 곳곳의 디지털 광고판에서 하루의 마지막 광고 슬롯을 구매했다. 이 슬롯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광고 대신 점차 어두워지는 화면 위로 커피가 잔에 천천히 부어지는 고요한 이미지가 송출된다.
이 전략은 실질적인 문제인 ‘빛 공해’를 다룬다. 파나마시티의 도시 조명은 종종 주거지로까지 스며들어 주민들의 수면을 방해하며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스카페의 캠페인은 “그 무엇도 당신의 밤을 방해하지 않도록(Let nothing keep you up at night)”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자극적인 그래픽을 줄이고 차분하고 정적인 장면으로 대체함으로써 이제는 쉴 시간이라는 신호를 부드럽게 전달하고자 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단순한 시각적 전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1세기의 ‘숙면 레시피’에는 “취침 전 스크린 멀리하기”가 가장 먼저 등장하지만, 거대한 광고판에서 나오는 빛 공해는 개개인이 피하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고층 건물과 밝은 광고판이 밀집한 파나마시티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이번 캠페인은 네슬레, 오길비, Star5의 협업 아래, 다른 브랜드의 밝고 화려한 광고를 대신해 고요하고 어두운 커피의 장면으로 채워졌다. 진한 갈색의 커피가 광고판을 채워가며 밝기를 거의 없애는 방식은 시각적으로도 차분한 효과를 제공했다. 네스카페는 광고판의 하루 마지막 슬롯을 구매함으로써, 시민들이 실제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대에 빛 공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일반적인 커피 광고로 쓰일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함으로써, 네스카페는 디카페인 커피가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광고 그 자체로 보여주었다. 이는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닌, 아직 명확히 문제로 인식되지 않은 도시의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실질적인 시도였다.
‘디카페인 빌보드’ 캠페인은 그 창의성으로 인해 파나마 현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과 뭄바이의 활동가들 역시 이들 도시가 축구 경기장처럼 밝게 조명을 비추는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민들이 집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집중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