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춤을] 사랑의 향기

[광고와 춤을] 사랑의 향기

  • 황지영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8.01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스디올 광고에서는 ‘러브’라는 단어가 3번 반복된다.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말해지고 자동차 바퀴로 쓰여진다. 목소리와 바퀴로 쓴 단어는 강렬하지만 짧은 ‘사랑의 순간’을 의미한다. 분홍색 꽃을 던지는 것,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달리는 것, 분홍색 차를 모는 것, 분홍색 연무가 피어오르는 것 등은 미스디올 향수의 색과 연결되며 향수 입자의 확산, 발향을 내포한다. Miss Dior Blooming Bouquet라는 제품명처럼 여성은 첫 장면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다. 여성의 의상은 블랙, 다크네이비, 스카이블루, 화이트, 핑크, 레드 등 다양한 칼라로 변화한다. 이는 ‘부케’에 사용되는 다양한 꽃들의 칼라를 은유하면서 동시에 규정할 수 없는 여성의 성적 매력을 함축한다. 그녀는 격정과 고요함 사이, 순수와 욕망 사이, 구속과 자유 사이에서 팽팽하게 줄타기를 한다.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남성에게 여성은 증명하라고 쏘아 붙인다. 남성의 말(사랑고백)은 사랑의 ‘보충’일 뿐 진정성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언어가 아닌 오직 행동으로 입증 가능한 것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사랑의 기원은 이러하다. 인간은 원래 한 몸(자웅동체)이었고 신들을 위협할 만큼 강력한 힘을 지녔다 한다. 그래서 제우스는 인간들을 둘로 나누어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로 인간들은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고 그 반쪽을 만나는 순간 서로 끌어안고 다시 하나가 되려고 했다는 것이다. 사랑은 결핍을 메우려는 본능적 행동이란 이야기다.

미스디올 광고는 사랑이란 진부한 주제를 행위와 격정의 순간으로 변주한다. 미스디올을 은유하는 그녀는 사랑할 뿐 대상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광고 속에서 남성은 모호한 기표로 남는다. 롱샷 그리고(혹은) 버드아이앵글이 광활한 공간 속에 있는 그녀를 포착할 때 그녀는 발자국을 남기며 좌에서 우로 달린다. 드레스 차림으로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카레이서처럼 유연하게 회전한다. 사랑은 구속을 넘는 자유이자 완전성에 이르는 순간으로 의미화 된다.

한편 다양한 상징 기표들은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개방한다. 물에 빠지는 행위는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며 분홍색 꽃들을 던지는 행위는 ‘처녀성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봉을 잡고 과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의 측면 얼굴은 ‘성적 충동’을 내포하며 기교를 부리며 자동차를 모는 행위는 ‘성교’를 내포한다. 그리고 이 모든 단편적인 경험을 한 편의 사랑 이야기로 객관화하는 사건인 긴 포옹과 기차여행은 ‘결별’을 내포한다.

광고에서는 발향단계를 유혹, 열애 그리고 추억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단계로 번역한다. 야자수 길, 사랑, 야자수 길, 미스디올로 전개되는 편집구조 역시 ‘미스디올=사랑’이란 등식을 만든다. 첫 장면과 동일한 야자수 길에서 나탈리포트만은 우리에게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사랑의 구경꾼에게서 등을 돌린다. 이제 우리 앞에는 존재론적 결핍을 메우기 위한 마지막 선택지? 미스디올 만이 남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