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때없이 흔들리는 세상, 거기 누구 없소

〔카페★里仁〕 때없이 흔들리는 세상, 거기 누구 없소

  • 장성미 칼럼리스트
  • 승인 2020.12.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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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留园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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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미 칼럼리스트 ] 석양 무렵 강가에 서면 때없이 흔들리는 강물 속으로 비추이는 산하(山河)는 종종 ‘검푸른 듯 검붉은 듯’한 빛깔을 머금고 저녁 강을 단장하며 흘러흘러 간다. 그 오묘하고 그지없는 정경(情景)에 매료되어 갖은 형용사를 떠올리며 마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처럼 눈도 발도 옮기지 못하곤 한다.

一道殘陽鋪水中(일도잔양포수중) 한 줄기 석양이 깔리는 강물은

半江瑟瑟半江紅(반강슬슬반강홍) 검푸름을 머금고 검붉음을 머금는다

可憐九月初三夜(가련구월초삼야) 어여쁜 구월 초사흘 밤

露似眞珠月似弓(노사진주월사궁) 진주 같은 이슬 내리고 휜 활 같은 달이 뜬다.

《暮江吟(모강음): 저무는 강가에서 읊노라》/ 白居易(백거이)

정쟁(政爭)으로 얼룩진 조정을 벗어나려 백거이(白居易)가 자원(自願)하여 항저우(杭州항주) 자사(刺史)로 가던 중 저무는 강을 바라보며 암담한 현실을 마음에서 잠시 내려놓고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광경에 흠뻑 젖어서 스스로 위로를 받으며 이 시(詩)를 썼다.

우연히 다다른 길목에서 그는 문득 고개 들어 그림처럼 펼쳐지는 해 저무는 강의 그 장관(壯觀)을 보기 전에는 여의치 않은 나라의 정세와 벼슬을 버리자 못하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공직자(公職者)들을 생각하면서 번뇌에 사로잡히며 갖은 색의 생각이 엉키며 몰려들고 있었을 것이다.

안사(安史)의 난(亂) 이후 당(唐)은 점점 쇠하며 힘을 잃으며 나라가 기울어져 갔다. 게다가 권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황제(皇帝)마저 시해하는 환관(宦官)무리들의 무도(無道)하고 끔찍한 일이 궁궐에서 행해지기도 했다.

또한 바람 잘 날 없이 당쟁(黨爭)이 계속되면서 황실(皇室)의 리더쉽은 거의 상실되어 조정에서는 올바른 정신을 가진 공직자는 더 이상 충성(忠誠)을 다하며 공무(公務)를 정의롭게 펼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처음 등용(登用)되며 벼슬에 나왔을 때는 ‘청운의 꿈’을 품고 나라를 위해 정의롭게 공무를 수행하겠노라는 반듯한 공직자들 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야속한 현실 앞에서 누구는 이 편에 누구는 저편에 섰다가 한 순간에 높은 관직에 오르기도 하지만 하루아침에 귀양살이를 떠나야 하는 원칙과 신뢰(信賴)가 무너진 시대를 온몸으로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 앞에 서게 되었다.

이렇듯 신의(信義)를 잃어버린 조정에서 백거이(白居易)는 바르게 공무를 행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청하여 지방관으로 떠나며 젊은 날 신념과 열정에 가득 차서 정치와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비판하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기도 했을 것이고 나라를 강건하게 세워보려 의기투합 하며 함께 했었던 지성(知性)의 벗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삼키기도 했을 것이다.

혹은 지금 조정에서 부끄러움도 모른 채 권력(權力)을 거머쥐기 위하여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권력자들이 자기 진영(陣營)만의 욕심에 사로잡혀 무도하게 전권(全權)을 휘두르려는 면면(面面)을 떠올리며 절망도 했을 것이다.

또는 그저 오롯이 살아가기 위해 현실을 뒤로한 채 피해가는 듯한 무력(無力)한 자신이 비겁하게 여겨지기도 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이 편히 살아가게 하기 위하여 부임(赴任)지에 가면 공직자로서의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더 큰 바람을 가지고 맹자(孟子)가 힘주어 언급한 :

(세상을 살아 갈 때) 가장 넓은 집인 인(仁)에 거하면서 가장 올바른 자리인 예(禮)에 서서 가장 큰 길인 의(義)를 행해 간다. 이상(理想)을 실현 할 수 있게 등용(登用) 되면 백성들과 더불어 바른길을 가고, 이상을 실현할 벼슬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바른길을 걸어가면 된다. 부귀도 마음을 미혹시킬 수 없고, 가난과 미천함도 절개를 변하게 할 수 없고, 권위와 무력도 뜻을 굽히게 할 수 없다. 이러한 사람을 대장부(기개가 있고 원칙과 신념을 가진 남자)라고 한다. [i]

이러한 ‘신념과 원칙을 소유한 기개 있는 대장부’같은 품성을 지닌 리더쉽이 성큼성큼 다가와 나라를 굳건하게 세우고 다시 부흥시키기를 갈망했을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도 모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우리는 마스크를 분신처럼 여기며 내려놓지도 못한 채 이 한해 내내 염려와 불편에 찌들어 삶이 점점 일그러졌다.

지금은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급박하게 내몰려 팬데믹 현상이 도래한듯하고 백신은 언제나 되어야 공급이 될는지 몰라 모두가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 시간이다.

그런데 국민을 잊어버렸는지 위정자(爲政者)들은 불협화음과 욕심으로 국민의 일상을 심히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오직 자기 진영에 굳게 서서 골을 깊이 파기만하면서 자신들의 논리만 앞세우며 맹종하면서 혼란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백거이(白居易)가 그토록 버거워하고 아파하던 그 시절은 이미 저만큼 가버렸는데 그런 닮은꼴의 세상이 2020년 여기 우리나라 앞에 놓여있다.

우울(憂鬱)의 도가니로 내몰리는듯한 이런 난국(亂局)에서 세상을 빛으로 인도할 맹자가 꿈꾸던 그 대장부 같은 초인(超人)이 어디 없을까?

 


장성미 C플랫폼 준비위 사무국장, 문화평론가

[i] 居天下之廣居,立天下之正位,行天下之大道;得志與民由之;不得志獨行其道;富貴不能淫,貧賤不能移,威武不能屈。此之謂大丈夫。(거천하지광거, 입천하지정위, 행천하지대도; 득지여민유지; 부득지독행기도; 부귀불능음; 빈천불능이, 위무불능굴. 차지위대장부.) /《孟子·滕文公·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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