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里仁〕 타인(他人)의 삶은 가장 위험한 순간

〔카페★里仁〕 타인(他人)의 삶은 가장 위험한 순간

  • 장성미 칼럼리스트
  • 승인 2021.09.29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宋)은 북송(北宋)말에 자신의 예술세계에 빠져 국정을 옹골차게 돌보지 않고 사치에 젖어있던 황제 휘종(徽宗)의 무능으로 인하여 금(金)의 침략을 받자 나라가 조각나고 백성은 휘몰아치는 난리(亂離)로 피난길에 오르고 말았다.

그러나 적(敵)을 피해 남도(南渡)한 망명정부는 임안(臨安: 지금의 항주杭州)에 새롭게 둥지를 마련하고 안일하게 세월을 보내기만 할 뿐 잃어버린 국토의 회복(回復)에는 뜻을 두지 않았다.

그저 침략자의 무리한 요구에 굴(屈)하며 화친(和親)을 꾀하고 일시적인 평화가 도래(到來)하자 권력층은 사치와 부패에 물들어버리고 다시 당파(黨派)가 갈리며 다투는 가운데 남송(南宋)의 운명은 서서히 어둠이 드리우며 빛을 잃어갔다.

이 믿을 수 없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지식인 사회는 앉아있지 못하고 분노하고 한탄하며 국가 재건에 대해 외치며 의지를 표방(標榜)하기 시작하였다.

그들 중에 한 지성(知性)이 당시 정부의 비겁함과 무능함 그리고 무력함에 함몰되어가는 태도를 참아내지 못하며 과거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까지 했던 영웅 항우(項羽)를 소환해 왔다.

生當作人傑(생당작인걸) 살아서는 세상의 호걸이었고,,

死亦為鬼雄(사역위귀웅) 죽어가며 순국한 영웅이 되었다오

至今思項羽(지금사항우) 지금에도 그리운 항우

不肯過江東(불긍과강동) 강동으로 구차히 피하길 마다했었지

烏江(오강)/李清照(이청조)

초(楚)나라의 왕(王) 항우는 패전(敗戰)의 그림자가 ‘해하(垓下)’의 전장(戰場)에 드리우자 깊은 고뇌에 놓였었다. 그 때 오강(烏江) 지역을 책임진 향리(鄕吏)가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도모하며 지금은 강을 건너 피신하라고 항우에게 간언(諫言)하였지만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끝까지 흔들림 없는 자세로 전쟁터를 떠나지 않고 통솔하며 용맹하게 나라를 위해 살아있는 애국심을 돋보이며 결연한 행동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면모를 지키다 산화(散華)한 본이 되는 리더십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항우의 삶을 떠올리면서 그 감회(感懷)를 이 시(詩)에 담아내며 남송의 집권층(執權層)이 어서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새로운 각오로 기우는 나라를 바로 세우며 이끌어 주기를 시인은 절실하게 바랬다.

‘… 제발 이 세상이 아프가니스탄을 버리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기 전에 우리를 도와주세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저 아시아의 서쪽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영화감독 사하라 카리미(Sahraa Karimi)가 세상을 향하여 다급히 호소하던 간절한 목소리가 항우를 부르며 절실하게 조국(祖國)의 재건을 갈망하던 옛 시인의 고뇌와 오버랩(overlap) 되며 먹먹해진다.

탈레반이 카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점점 다가올 때 위기에 처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바치는 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를 수호(守護)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 최선을 다하며 최고지도자로서의 임무에 성실한 대통령의 책임감 있는 자세와 수행(修行力)을 온 국민은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터무니 없게도 위기로 내몰리는 그 순간에 대통령 아슈라프 가니(Ashraf Ghani)는 국민과 나라를 지킬 막중한 의무를 다 뒤로하고 혼자만 살겠다고 빛의 속도로 제일 먼저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게다가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군은 그간 무슨 연유와 어떤 댓가를 받았는지 신무기가 제공되면 통째로 탈레반에 넘기는 부패가 만연(蔓延)하였고, 군대는 병력이 30만 명에 달하며 탈레반의 4배가 넘었는데도 나라를 지킬 혼신(渾身)의 의지(意志)없이 겨우 몇 개월을 버티다 투항해 버리고 흩어져버렸다.

사하라 카리미 그녀의 절박함을 돌아볼 틈도 없이 카불이 탈레반에 넘어가면서 모두의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고 특히 여성들에게 끔찍하고 잔인한 유린(蹂躪)을 가하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굴곡의 세월 속에 평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난 20년의 시간 속에서 자유와 인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보통의 삶이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유지되었고 각 분야에서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자 사회참여를 하면서 그런대로 살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탈레반의 지배하에서 자유와 인권이 말살되고 편중된 종교적 이데올로기의 관점으로 서슴없는 살육의 현실 위협이 코앞에 놓였고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에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고 특히 한 인격으로 존중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생(生)이 다 끝인듯한 심정(心情)에 휩싸여 있을 것이다.

지배자로 등장한 탈레반은 대외적 발표와는 다르게 자국민(自國民)의 목숨을 경시하고 종교적 원리를 내세우며 한 개인의 삶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처참한 뉴스가 속속 전해온다.

어제의 모든 삶이 끝나가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운명(運命)을 세계는 혀를 끌끌 차기만 하면서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그들 남녀노소 모두가 적어도 내 일터에서 내 집에서 내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종교와 이념을 떠나 소위 힘있는 나라들이 중심이 되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여 탈레반이 인권을 저버리지 못하게 요구하고, 다방면에서 당근과 채찍을 활용하여 정상적인 국가로 운영 될 때까지 세계가 함께 돌보며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해야 할 말이 있다. “탈레반 동지들, 여러분이 주장하는 종교적 이데올로기는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이오? 오직 여러분이 끼고 있는 어떤 색 안경으로 해석한 식견(識見)만을 내세우며 타인의 생명과 자유를 쥐락펴락하려고 하지 마시오. 여러분의 신(神)이 인간의 목숨 권한(權限)을 여러분에게만 부여(附與)하며 누군가를 심판하라고 위탁(委託)하지 않았다는 것을 깊이 되새기시오“

 

 


장성미 C플랫폼 준비위 사무국장, 문화평론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