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코로나 뚫고 라스베가스(CES)까지 다녀온 이야기

이 시국에 코로나 뚫고 라스베가스(CES)까지 다녀온 이야기

  • 김규한
  • 승인 2022.0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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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는 세계 최대 IC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ic Show)가 열린다. 세계의 내로라 하는 테크 기업들과 파트너(대행사)들은 항상 연초에 열리는 CES 참가 준비로 분주한 연말을 보내곤 한다.

작년 ‘CES 2021’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이 때문에 ‘CES 2022’의 오프라인 행사는 큰 기대를 가지게 했다. 하지만 결국, 조금도 약해지지 않은 코로나의 기세와 오미크론 변이의 글로벌 확산에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MS, 트위터, 아마존, GM, 엔비디아, 벤츠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대거 불참, 행사기간도 하루 앞당겨 단축되어 살짝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관계가 좋지 못한 중국 기업들 역시 대거 불참한 상태에서 ‘CES 2022’가 시작된 것이다. 이 와중에도 한국은 사상 최대 규모인 약 500개 기업이 참가했는데, 그 중 스타트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여긴 뭐든지 큼직하고 넓게 만드는 미국이다. 거기다가 이름만 들어도 부자가 될 것 같은 사치와 향락의 도시 라스베가스다. CES 전시는 축구장 20개 정도 넓이의 라스베가스 컨벤션 센터(이하 LVCC)와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여러 호텔에서 열린다. 

CES가 열리는 3일 동안 하루 2만보쯤 부지런히 걸어야 ‘CES다녀왔네’ 라고 자랑할 정도의 수준이 된다. 모두 다 훌륭했으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곳의 전시를 지면을 빌어 소개하고자 한다. 

자동차 회사 아니야?

현대차 부스에는 단 한대의 차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메타버스, 로봇, 그리고 BTS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메타버스를 활용해 이동성의 개념을 확장한다는 ‘메타 모빌리티’라는 생소한 개념을 들고 나왔다. 화성에 있는 ‘스폿(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개)’을 통해 집 안에 앉아 그곳의 바람을 느끼고 암석을 집어 드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GM, 도요타, 벤츠 등이 오프라인 전시장을 설치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미래 비전을 제시한 현대차는 웨스트홀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곳 중 하나였다. 

Don’t Look up!!

하늘이 아니라 LVCC 센트럴 홀 야외전시장에 우주선 한 대가 사뿐히 내려 앉았다. 미국 우주항공기업 ‘Sierra Space’의 우주 왕복선 ‘드림체이서(Dream Chaser)’다. CES 55년 역사 이래 우주선이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드림체이서’는 일반 공항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며 최소 15번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추진체를 가지고 있고, 주된 임무는 우주정거장에 화물과 사람을 나르는 일을 한다고 한다. 더 놀라운 점은 여기도 자율주행기술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 우주 왕복선에는 조종사가 필요 없다. 

LG의 통큰 전시 

LG전자는 이번 CES2022에 통큰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센트럴 홀 입구에 자리 잡은 2000m2의 넓디 넓은 공간에 실물 제품을 아예 전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시관 가이드도 보이지 않았다. CES가 가까워 질수록 심해지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윗선의 통큰 결단이었던 것 같다. 제품이 있어야 할 곳엔 QR코드가 프린트되어 있는 나무기둥이 자리했고, QR코드를 인식해 연결되는 전용 앱을 통해 가상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단,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미국에서 500메가가 넘는 앱을 다운로드 받으라는 건 좀 너무했다.

라스베가스 지하엔 차만 다니는 구멍이 뚫려있다

우리를 자주 울고 웃게 하는 머스크(테슬라) 형의 여러 회사 중 보링컴퍼니가 미래형 대중교통 시스템을 표방하며 설계한 라스베가스 루프(Loop)가 CES2022의 또 하나의 명물이 되었다. CES가 열리는 각 전시장을 차 한 대 지나갈 정도 크기의 지하터널로 연결하고 그 곳을 전기차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모델 X와 모델 Y로 관람객들을 무료로 이동시켜 주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을 기대했으나 물론 현재는 운전사가 있었다.

사진=보링컴퍼니
사진=보링컴퍼니

소니카?

플레이스테이션과 소니픽쳐스 정도로 알고 있는 소니가 전기자동차를 만든다고 한다. 올 봄 ‘소니모빌리티’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SUV 컨셉카 ‘비전-S02’도 공개했다. 자율주행 소니카 안에서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거나 플레이스테이션 ‘피파’ 게임을 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Black or White?

결론은 ‘둘 다’ 다. BMW가 공개한 SUV iX플로우는 버튼을 누를 때 마다 흰색에서 회색으로 그리고 검은색으로 변한다. 수백만개의 마이크로 캡슐이 든 전자잉크를 차량 외관에 발라 전기 자극에 따라 색상이 바뀌도록 했다. 여름엔 빛을 반사하는 화이트로 겨울에는 빛을 흡수하는 블랙으로. 차 한 대로 여러 대를 가진 느낌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진=BMW

아..징그러 엔지니어드 아츠

이 로봇은 사람과 정말 비슷해서 사람의 피부색을 가지지 못하게 했다. 영국 로봇기업 엔지니어드아츠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다. 놀람 슬픔 등 인간의 표정을 그대로 따라하고, 사람과 너무 비슷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피부색을 회색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로봇 머리에는 17개의 개별 모터가 있어 로봇의 움직임과 표정을 제어한다. 사람이 코를 만지려고 하면 얼굴을 찡그리며 손길을 피하거나, 자신의 손으로 내치기도 한다. 까칠한 친구 같은 로봇이 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단, 아직도 걸음마는 못한다.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사진=엔지니어드 아츠
사진=엔지니어드 아츠

Delightful Life 

두산그룹은 ‘Delightful Life’라는 주제로 첨단 제품과 미래 기술이 일상에 어떻게 적용될지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부스를 꾸몄다. 수소,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연료전지 시스템 ‘트라이젠(Tri-Gen)’을 비롯, 수소드론, 수소가스터빈 등 수소 비즈니스에 진심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드러머가 협동로봇과 함께 리듬에 맞춰 드럼 연주할 때에는 미리 와서 자리를 잡는 관람객까지 보일 정도로 큰 호응도 받았다.

올해 CES의 주제는 ‘Beyond the everyday’였다. 주제에 맞게 참여한 기업들도 일상의 범주를 넘어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고, 고유 비즈니스의 경계를 넘어 전기차와 로봇 등의 신기술을 마구 쏟아내는 전시였다. 온갖 Tip들의 ‘합종연횡’을 업으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써 어떻게 나의 업과 연결 지을 것이며 어떤 것을 힌트로 취할 지는 숙제로 남은 것 같다. 

역시, CES는 CES였다.

PS. 출국 72시간 전 PCR, 3번의 코로나 백신 접종, CDC(질병통제센터) 서약서, 입국 72시간 전 PCR, 10일간의 자가격리(두번의 PCR).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가라면 가.보.겠.다.

 


김규한 오리콤 국장

※ 한국광고총연합회 발간 <ADZ>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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