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레니얼 세대와 通하는 크리에이터 - 김기영

[인터뷰] 밀레니얼 세대와 通하는 크리에이터 - 김기영

  • Kate 기자
  • 승인 2019.02.28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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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the rule을 통해
Make the rule을 꿈꾸는
깨어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다.

이노션 월드와이드(Innocean Worldwide)의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광고회사 제작본부의 최고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김기영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가장 바쁘게 보낸 크리에이터 중의 한 명이다. 2018년, 칸 라이언스(Cann Lions) 다이렉트 부문 심사위원으로 발탁되었고, 칸 라이온즈 서울 및 각종 세미나 연사로 종횡무진 바쁜 한해를 보냈다. 김기영이라는 크리에이터의 생각을 풀어놓고, 최근 근황을 들어보기로 했다.

김기영 센터장 @ 이노션 월드와이드 17층 [좌측 창에 오노요코의 광고가 보인다]

김기영 센터장의 사무실은 오후의 따뜻하고 크리미한 햇살이 가득했고, 직접 음료까지 준비하신 모습에 세심함이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창문에 걸린 오노요코의 신문광고들이였다. 2006년, 오노요코는 남편 존레논의 노래 이매진(imagine)의 가사 한줄(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을 넣은 광고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지에 실었다. 총성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만든 광고였고, 광고에 전율을 느낀 당시 김기영 크리에이터는 한국의 헤럴드 신문을 보이는 대로 사들여서 주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했다.

첫 질문의 답은 캠페인 소개로 시작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궁금했다. 

질문1) 최근에 하신 작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기영 센터장(이하 생략) : 신세계와 미아찾기 캠페인("세상에서 가장 큰 아이")을 12월에 런칭했다. 한달만 하려고 했으나 관심이 커지면서 기간이 연장되었다. 하남 스타필드에 가면 22미터의 미디어 타워에 Interactive Wall(인터액티브 월: 행동에 반응하는 디지털 방식의 벽)이 설치되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영상 속에 있는 어린이(실종 당시의 모습)와 눈을 맞추면 바로 성장한 현재의 모습을 알려준다. 시간이 흐른만큼 성장한 모습이다. 실종 어린이의 현재 추정 모습은 단순 몽타주 형태가 아니다. 과거 어린이 사진은 물론 부모님 사진, 형제, 친척 사진 등을 기반으로, 머신 러닝을 통해 비쥬얼 데이터를 분석한다. 눈, 눈꼬리, 코, 콧대 등 68개의 특징을 중심으로 미래의 얼굴을 구현했다. 테크놀로지를 가진 스타트업과 함께 개발했는데, 80%이상 정확도가 나온다. 스타필드 방문객 중에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의 주요 지점에 옥외광고로 Media Donation (미디어 도네이션: 매체비를 받지 않고 하는 후원광고)을 통해 집행되었다.

좌: 실종아동의 현재 추정모습 / 우: 스타필드 미디어타워의 interactive wall

질문2) "미아찾기 캠페인"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지난여름, 부산국제광고제(ADStars)에서 강연자로 서게 되었다. 저의 강연을 들은 신세계 클라이언트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하남 스타필드가 오픈한 후에 뭔가 "의미있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고맙게도 저의 강연을 좋게 보셔서 바로 연락이 된 것이다. 신세계 쪽에서는 “실종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캠페인을 만든 팀들 모두가 "단 한 명이라도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저에게도 중학교를 졸업한 딸이 있는데 부모의 가슴아픈 심정을 잘 안다.  "스타필드"라는 큰 쇼핑몰은 지나가던 고객의 작은 관심을, 큰 화면으로 이끌어내는데 충분했다.

질문3) 사회적 이슈를 광고나 캠페인의 소재로 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질레트 사례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한국에는 용돈을 모아서 좋은 일에 쓰는 젊은세대들이 많아졌다. "착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 좋은 현상이다. 제품을 사는게 아니라 가치를 산다. 그만큼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런데 미국의 질레트 사례는 좀 극단적이다. 작년의 나이키 "콜린 캐퍼닉" 광고가 성공적이라고 생각된다. "인종차별을 하는 나라를 위해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라고 하며 국가가 울려퍼지는 순간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이것은 Taking a Knee(무릎을 꿇는것)운동을 만들었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질레트는 공감을 얻지 못한채 불매운동까지 만들었다. 미국사회가 생각보다 보수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4) 칸 라이온스(Cann Lions) 다이렉트 부문 심사위원이셨죠? 수상작 외에 인상적인 작품이 있었나요?

2018년 칸 다이렉트(Cann Direct)부문의 그랑프리는 팔라우서약(Palau Pledge) 편이었다. 관광객들이 팔라우에 입국할 때 섬의 자연을 보호할 것을 맹세하는 서명도장을 여권에 찍어주고 거기에 서명하는 캠페인이다. 물론 그랑프리를 받은 팔라우 서약도 휼륭하지만 개인적으로 골드를 받은 까르푸(Carrefour)의 블랙마켓(Black Market) 캠페인에 손을 들고 싶다. 수퍼마켓 체인인 까르푸에서는 유럽의 다양한 유기농 농산물을 등록시키기 위해 블랙마켓 캠페인을 만들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법이 철회되고, 원하는 사람들의 서명이 이어지면서 법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캠페인의 힘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결국 주어진 문제를 단순히 해결하는 게 아니라 유기농 농산물이 제외되는 것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해결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힘이 되는 캠페인이 많아지면 좋겠다.

질문5) 칸 라이언즈(Cann Lions)을 통해서 본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경향은 어떤 흐름인가요?

칸 라이온즈도 대형 캠페인이나 빅프로젝트에 손을 들어주는 거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칸느도 조금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화된 프로젝트만 귀 기울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칸라이온즈도 카테고리를 리뉴얼하면서 새로운 것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은 부족한 듯하다. 앞으로는 사회적인 가치가 점점 중요해진다. 지금 활동 중인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그런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세대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밀레니얼 다음은 Z 세대라고 한다. 최근 피치(새로운 광고를 수주해오기 위해 하는 프리젠테이션)를 준비하면서 3살짜리가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가 "Skip"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아이들에겐 skip이 중요하다. 우리는 소비자의 skip을 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질문6) 밀레니얼 세대를 말씀하셨는데 크리에이티브 관점에서 그들에게 어떤 것들이 매력적일까요? 스킵(skip)당하지 않으려면 말이죠. (웃음)

밀레니얼세대와 가깝고 그들과 일하는게 편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Break the rule, 기성세대의 룰을 깬다. 다른 생각을 한다. 목적보다 좋은 사람들이 먼저다. 그리고 날것을 그대로 쓴다. 문화를 소비하는 패턴이나 시간이 짧아진다. 생각의 즉흥성이 먹힌다.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디지털 콘텐츠는 즉흥적이고 순간적이다. 단어 하나에 열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즉흥적인 것들이 쌓여서 문화로 성장한다. 여기서 버려지는 것들은 사라진다. 청년들은, 밀레니얼들은 끊임없이 시도한다. 기존의 것을 잊고 다시 만든다. 청년문화는 Forget the rule한다.

난 헐렁한 사람이 좋다.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더 어필하는 것은 바로 헐렁함이다. 즉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을 말한다. Anti-perfection(안티퍼펙션)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어느 디자이너는 비대칭의 아름다움을 선호했고 그의 제품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비대칭은 바로 크리에이티브 정신과도 통한다. 유튜버 중에도 헛점이 있고 인간미가 넘치는 경우, 더 매력적이다. 업무하는데 이런 정신을 적용시킨다. 조직도 수평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직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넓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만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넓어진다는 의미다.

질문7) 조직에 밀레니얼 세대의 정신, 수평적 의식을 적용시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요즘 경영 트렌드의 하나인 Agile(민첩하다는 뜻)에 미쳐있다. 신속한 제품개발은 물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 수정과 보완을 해나가자는 것이다. 즉, 민첩하게 빨리 일하자는 건데 이슈가 사라지기 전에 바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낸다. 3명이 한팀으로 움직인다. 시니어1명 주니어1명, 그리고 내가 함께 한다. 우리는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빠르게 솔루션을 찾고 Quick&Rough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밀레니얼 세대의 유튜브 소비방식과도 같다. 일주일에 한번 가벼운 회의를 통해 직접 소통하고 이슈가 되는 소재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든다.

질문8)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찾아낼 순 있다. 절대 망하진 않지만 쉽게 대박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크리에이티브는 큰 그림을 그린다. 데이터는 도울 뿐이다. 즉 데이터를 통해 숫자를 맞추고 장사는 잘 할 수 있지만 브랜딩이라는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결국 인공지능, 빅데이터는 이용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앞으로 크리에이티브에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모르면 힘들다. 최근 "미아찾기 캠페인도" 빅데이터를 잘 활용한 예다.

질문9) 좋은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헐렁한 매력이 있는 사람, 집념,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가 필수다. 어느 야구선수가 언급하기를 긍정적이지 않은 사람은 야구선수로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3할을 치는 타자를 보라. 7번은 투수한테 진다. 하지만 3번을 이기기 위해 싸운다. 엄청나게 긍정적이어야 한다. 말하자면 회복탄력성이 좋아야 한다는 뜻! 경쟁 피치를 하면 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피치를 져도 하루 반정도 지나면 잊어버린다. 니체가 말하기를 "망각하는 게 능력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신기한 것에 한눈 팔지 말고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져라" 고 말하고 싶다.

인터뷰는 마무리되었고,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은 흑백광고가 여전히 빛났다.  

"너무 좋지 않아요?" 오노요코의 광고에 그는 또 감탄했다. 그는 크리에이터로 살면서 요즘 가장 신나게 일한다고 했다. "인터액티브"해서 더 좋다고 했다. 바로 반응이 오고 "바로 평가받는게" 좋다고도 했다. 2019년, 크리에이터 김기영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발견할 것이다. Break the rule하면서, Quick&Rough하게,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오노요코의 광고처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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