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 커피공장의 변신

[Editor's Pick] 커피공장의 변신

  • Kate 기자
  • 승인 2019.04.29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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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와 포스코의 만남,
테헤란로에 새로운 문화체험의 공간을 만들다

테라로사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대중에게 처음 알린 성공적인 브랜드다. 명예퇴직을 한 은행원이 강릉에서 `테라로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가게를 열었던 것이 2002년이다. 그리고 스페셜티 커피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국적인 커피 전문점으로 급성장했다. 이제 테라로사는 전국에 14개의 매장을 가진 연매출 300억원의 중견기업이다.ㅤ

대중이 테라로사를 사랑하는 이유는, 테라로사에서만 마실 수 있는 커피의 특별함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테라로사의 매력은 커피의 맛을 더하는 공간의 미학이다. 흔히들 테라로사 강릉을 "커피 공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강릉 테라로사의 공간은 "공장"이 아닌 가장 힙(Hip)하고 "트렌디"한 장소다. 붉은 벽돌로 된 건물의 외관은 빈지티한 느낌이 나며,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은 부티크 호텔에 놀러온 분위기다. 맑은 공기 속에서 즐기는 스페셜티 커피는 기본이고, 레스토랑에서는 식사를, 커피 뮤지엄에서는 커피의 스토리텔링을 즐길 수 있다. 1호점은 진정한 "커피 문화"를 맛보고, 여유있게 즐기다 갈 수 있는 "커피 리조트"와 같다 

테라로사 커피공장 - 강릉점의 커피 뮤지엄 입구

테라로사는 이후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기본적인 브랜딩-인더스트리얼 디자인(Industrial Design)을 유지하면서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어낸다. 특히 지난해 테헤란로에 오픈한 테라로사는 포스코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사옥을 리뉴얼하면서 기업이미지를 부드럽고 친근하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테라로사의 입점을 기획한 것이다. 2019년 오픈 1주년이 되는 테라로사 포스코센터 점은, 평일은 직원들의 휴식처이자 회의공간이 되었고, 주말에는 주변동네 주민들이 방문하는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다. 

포스코센터점 공사에 참여했던 테라로사 이현승 이사는 당시 포스코의 제안을 처음 받던 회의를 기억했다. "포항까지 가서 제철소를 보기도 했다."고 하면서 "실제 포스코에서 만든 철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난간, 계단에도 철을 장식으로 썼지만 바닥에도 평철(철의 종류)을 사용했다. 인테리어에 사용된 철은 모두 포스코의 철이다. 심지어 매장 2층에 있는 조각가의 작품(비너스상)도 철로 만들어져 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바리스타들을 내려다보게 만드는 원형극장의 계단에 앉게 된다. 강릉에도 같은 컨셉의 계단이 있다. 고객들이 바리스타와 소통하고 교감하라는 뜻이다. 바리스타가 주인공이 되는 연극을 보는 느낌이다

(좌)포스코센터 점의 바닥 타일 (우)갤러리로 통하는 계단 - 모티브는 원형극장

테라로사의 디자인 시그니처라면 바로 Originality이다. "모두 오리지날만 쓰자'는 것이 인테리어의 기본방침이다. 테라로사는 모든 "집기들을 직접 외주 제작"한다고 이현승 이사(테라로사 디자인담당)는 강조했다. 그리고 압도적인 스케일이다. 강릉의 커피공장은 물론 포스코센터 점도 과감하게 1층과 2층을 뚫어 버리면서 600평짜리 큰 공간을 만들어냈다. 계단이 주는 스케일감에서 고객은 첫인상이 압도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2층에서 바라본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의 전경 Photo by Kate Park

포스코센터점은 두 개 브랜드의 합작으로 서로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포스코는 철을 더 사용하기를 바랬고 테라로사는 책을 사용하기를 원했다. 결국 포스코와 테라로사의 DNA가 모두 적용되었다. 평철로 된 바닥의 타일들이 포스코의 DNA라면, 벽을 가득 채운 Art Book은 테라로사의 DNA다. 책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간접적인 문화체험이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대표한다. 철이 가진 차가움이 감성적인 책으로 중화되었다. 마지막으로 이현승 이사에게 최근 진출한 블루보틀과 테라로사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했다. 블루보틀은 미니멀리즘과 느림의 미학을 대표한다. "그렇다면 테라로사는?" 이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고상함" 이라고 했다. 유럽에서 온 빈티지 가구들, 혹은 책이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이 모두 그 "고상함"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릉은 테라로사 덕분에 한국의 대표적인 커피의 도시가 되었다. 포스코센터는 테라로사로 인해 주말까지 주변과 소통하는 문화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것이 공간 하나로, 그 주변지역의 상권을 만들고, 문화를 바꾸는 테라로사의 마법이다.

테라로사는 올해 초 임팩트 벤처로부터 30억을 투자 받았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블루보틀과의 경쟁을 의식한 투자라는 설도 있다. 재미있는 건 테라로사(Terrarosa : 붉은 땅)는 블루보틀(Blue Bottle : 푸른병)과는 이름부터 대조적이다. 임팩트벤처는 일자리 창출, 환경개선 등 사회적인 효과를 낳는 기업에 하는 투자를 말한다. 실제로 테라로사는 주변상권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또한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지키면서 각 지역마다 특성을 살린 좋은 공간을 만들어왔다. 새로운 투자를 받은 테라로사의 다음행보가 궁금해진다.

[내용에 많은 도움을 주신 테라로사의 "이현승 이사"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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