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문서에서 광고(廣告)라는 말은, 1883년 11월 20일 한국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漢城旬報) 제3호에 있는 기사 <회사설(會社說)>에서 처음 나타났다. 지금으로부터 136년 전, 열흘에 한 번 발행하는 이 신문에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긴 해설 기사가 게재되었다. 물론 한문이었다. 이 기사 15번째 줄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第一款 議倂設會社者廣告主旨於世人求其同志 (제1관 의병설회사자광고주지어세인구기동지)
이 말의 뜻은 회사를 설립하고자 하는 하는 사람은 그 뜻을 광고해서 동지를 구한다는 것이다. 한문이고 뜻도 알기 쉬우니, 이 널리 고한다는 <廣告>라는 새 낱말은 그 뒤 재빨리 퍼져나갔을 것은 충분히 짐작할 만 하다.
한성순보에 광고란 말이 나타난 13년 뒤에 창간한 서재필의 독립신문에는 창간호 1면 맨 윗단에 한글로 <광고>가 나오는데 첫 단락은 다음과 같다.
독립신문이 본국과 외국 사정을 자세히 기록할 터이오 정부 속과 민간 소문을 다 보고할 터이라. 정치 상 일 과 농사, 장사, 의술 상 일을 얼마 만큼씩 이 신문상 매일 기록함...
이렇게 해서 광고란 말은 일상 용어가 되었고 신문, 잡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길거리에도 각종 광고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광고는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제도의 하나가 되었다. 한 가지 궁금한 일은 왜 서재필이 창간한 독립신문 창간호 첫 단에 <광고>란 기사를 실었는가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영국과 그 영향을 받은 미국 신문의 영향일 듯 싶다. 당시 서양 신문에는 1면에 광고를 게재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접어들자 광고는 우리 일상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서울에 전차가 등장하자 전차 지붕에 담배 광고가 실리고 종로에 있는 간판 제조 상점은 간판을 달라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했다. 한양상회라는 회사는 때 마침 생긴 우편 제도를 이용해서 옛날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통신 판매를 시작했다. 광고의 그림에 보듯이 편지를 써서 서울 종로에 있는 한양상회에 주문하면 소포로 물건을 보내 준다는 것이니 말하자면 앉아서 물건 사는 것이나 별 다름 없다는 신기한 광고 방법이 생겼다.
그런데 이 광고라는 한문 두 글자로 된 말이 언제 어디서부터 생겼는가는 확실치 않다. 다만 19세기 후반에 일본에서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일본 최초의 신문인 1872년 4월 11일 도쿄에 가까운 항구 요코하마에서 탄생한 <요코하마(橫濱)매일신문>에 광고라는 말로 된 광고가 처음 등장했다. 그 전에는 동양 3개국 모두 고백, 보고 따위 말을 사용했다.
19세기 말에 일본에서 중국이 만든 한문 문자로 만든 광고란 말이 그 뒤 일본, 한국,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지로 퍼져 나갔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중국 문자로 일본이 만든 광고라는 말을 받아 들인 중국 광고비가 865억 달러이고, 일본은 그 절반 쯤인 425억 달러가 되었으니 세상은 알다가고 모를 일이다.
신인섭 (전) 중앙대 신방대학원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