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Classic] 배고픔의 미학, 1992

[Ad Classic] 배고픔의 미학, 1992

  • Kate 기자
  • 승인 2019.10.15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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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다. 광고는 때로, 본질적인 욕구를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바로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면서 웃음까지 선사했던 캠페인이 있었다. 1992년에 만들어진 일본의 닛신(Nissin)의 컵누들(Cup Noodle)광고이다. 캠페인의 프리젠테이션을 담당했던 카피라이터가 잡은 테마는, 라면의 얼큰한 맛이나 특장점이 아닌 "식욕 100만년" 이라는 큰 그림이었다.  

배고픔이란 것에 대한 100만년 역사의 인류학적 고찰(?)이 만들어 낸 명품 캠페인은 뜻밖의 결과로 이어졌다. 첫번째 "공룡" 편이 클리오 광고제 그랑프리까지 수상하면서 다른 국제 광고제까지 휩쓸었다. 영상은 원시인들과 거대한 맘모스 공룡의 원초적인 "식욕 전쟁"을 심플하게 표현했다. 마지막의 반전 요소인 카피 한줄은 "Hungry?, Cup Noodle"이다. 한글로 하면 "배고파? 그럼 컵누들이지" 정도. 굳이 거대한 공룡을 잡으려 애쓰지 말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을 먹으란 이야기다.

원시인들과 동물들의 원초적 대립 시리즈는 뚝심있게 이어져 갔다. 한 번 세운 전략과 표현의 틀을 바꾸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장기 캠페인으로 밀고 나갔다. 시리즈는 점점 재미를 더해가면서 화제가 되었고 칸 국제광고제에서도 금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다음은 전체 시리즈를 모아놓은 영상이다.

이 캠페인을 계기로 컵라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봐도 영상은 촌스럽지 않다. "배고픔"이라는 인류의 오래된 본능을 이렇게 세련된 스토리텔링으로, 짧고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나 간편한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 한그릇에 불과하지만, 더 본질에 가깝게 다가가고자 집요하게 끝까지 파고든 크리에이터의 본능(?)이 이런 캠페인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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