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비즈니스 시대의 브랜딩 (3) : 인도네시아의 슈퍼앱 고젝(Go-Jek)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의 브랜딩 (3) : 인도네시아의 슈퍼앱 고젝(Go-Jek)

  • 허태윤
  • 승인 2020.05.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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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고젝’과 ‘그랩’. 라이더들이 거리를 질주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고젝’과 ‘그랩’. 라이더들이 거리를 질주 하고 있다.

동남아의 두 데카콘 기업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자산규모가 10억달러(1조원대)가 넘으면 유니콘 기업이라고 한다. 전설 속 에서만 존재하는 동물 ‘유니콘’에 빗대어 비현실적으로 기업가치를 얻어낸 기업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기업이 ‘쿠팡’을 비롯해 10개 정도 있다. 이 단계를 넘어 자산규모가 유니콘 기업의 10배가 되는 100억달러(10조원대)가 되면 이를 데카콘(유니콘의 유니가 ‘1’이라는 의미도 되기에 10이라는 접두어 ‘deca’를 붙인 이름)기업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우리가 잘 아는 에어비앤비, 우버, 디디추싱같은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을 포함해 18개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IT강국이라는 한국에도 없는 이 데카콘 기업이 동남아시아에 2개가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를 각각 기반으로 시작해서 10조원대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한 모빌리티 서비스 기반의 플랫폼 기업인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과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해 싱가폴에서 자리잡은 그랩(Grab)이 그들이다. 이들은 IT기술을 이용해 대중교통시스템을 바꾼 것은 물론 이들 국가의 산업과 국민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필자는 코로나 이전인 지난 연말 인도네시아와 싱가폴 출장을 통해 이들 기업이 동남아시아의 산업 지형을 바꿔 놓는 현장을 직접 보고 느낀 바 있다. 모빌리티 기반의 플랫폼 브랜드가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고 있는 시장, 동남아시아에서 그 중심에 있는 고젝과 그랩이라는 두 브랜드를 보면서 정부와 국회가 이른바 ‘타다방지법’ 이라는 법을 제정해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의 현실과 최근 수수료 부과 방식에 변화를 주려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자체 앱을 만들겠다는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역풍을 맞은 ‘배민’의 현실을 가진 우리 플랫폼 시장의 운명을 생각해 보았다.

 

국민앱을 넘어 슈퍼앱으로 - ‘고젝’

자카르타 공항의 고젝 전광판 광고. 그랩도 같은 매체에 광고를 경쟁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자카르타 공항의 고젝 전광판 광고. 그랩도 같은 매체에 광고를 경쟁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아마도 자카르타에서 가장 비싼 옥외광고 사이트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되는 자카르타 공항 터미널의 가장 큰 LED 광고판은 고젝과 그 경쟁사인 그랩의 동영상 광고를 번갈아 가며 보여 주고 있었다. 물론 오랜만에 다시 찾은 자카르타였지만 모빌리티 플랫폼기업으로 시작해 이제는 동남아시아인들 생활 깊숙이 모든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슈퍼앱으로 존재하고 있는 두 개의 브랜드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공항에서 고잭의 공유차 서비스인 ‘고카’를 이용해 호텔로 가는 길은 녹색의 핼멧을 쓴 ‘고젝’과 ‘그랩’라이더들의 물결이었다. 그뿐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동남아시아의 풍경은 초록 컬러의 두 브랜드가 만들어낸 녹색의 물결로 인해 확연한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고젝’은 미국의 우버보다 불과 1년 후인 2010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래 살인적인 교통 체증으로 유명한 자카르타에는 ‘오젝’이라는 오토바이나 스쿠터가 택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워낙 안전에 취약하고 심지어는 납치의 위험도 있어 대중들로부터 사랑 받는 교통수단은 아니었다. 또 구간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요금 시비와 바가지 시비는 물론, 우리나라 택시와 마찬가지로 가까운 거리는 승차 거부가 다반사에, 지리를 모르는 사람은 일부러 돌아가서 요금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등 너무나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고젝’(Go-Jek)이라는 스타트업이 안전하고 편리하며 빠른 교통수단으로 탈바꿈 시켰다. 고젝의 라이더들은 멋진 헬멧을 쓰고 (물론 고객에게도 예쁜 헬멧을 씌우고) 고젝 유니폼을 입고 안전하고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요금도 이동지역에 따라 정해져 있는 요금을 받음은 물론, 스마트폰의 GPS기능을 통해 ‘고젝’의 라이더들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모두 모니터링되어 안전하다. 대중교통수단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이제 고젝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서비스가 되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무려 100만명 이상의 고젝 라이더들이 전국을 누비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고젝은 그간의 오토바이 모빌리티 서비스의 핵심적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함은 물론 인도네시아 경제의 가장 큰 문제였던 현금거래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는 전자 지갑 ‘고페이’를 도입해 인도네시아 경제의 근간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 간편 결제 시스템 ‘고페이’를 통해 신용카드 보급률 3%의 나라에서 전자 지갑을 확산시켜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하게 해 고젝 이용자들의 지불은 물론 일반 수퍼마켓, 백화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심지어 세금도 이것으로 낼 수 있게 되었다.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에서 출발한 고젝은 인도네시아 최대의 핀테크 기업이자 최대의 결제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서비스가 공유 오토바이 앱에서 공유 자동차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후 이 브랜드는 서비스를 배달 앱으로 확대시켜 ‘고 마트’라는 브랜드로 확장해서 무엇이든 주문만 하면 집까지 대신 배달해 주는가 하면, 스쿠터를 이용해 돌아 다니며 저렴한 인건비로 집안 청소를 해주는 ‘고-크린’으로 청소 대행업으로도 확장 했다. 일반택시도 ‘고젝’의 날개를 달아 불편하고 불친절하고 위험한 대중교통 수단을 단번에 고객지향의 교통수단으로 바꿔 버렸다.

이제 고젝은 인니 최초의 유니콘 기업을 넘어 10조원대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카콘(decacorn)기업으로 등극했다. 고젝 발표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으로 고젝 플랫폼에서 거래에 직접 참여한 모바일 회원은 주당 1,500만명에 달한다. 이 회사와 협력하는 라이더는 약 100만 명이고, 식당 등 협력업소는 12만 5천개이며 이중 8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또 고페이를 통해 월간 1억 건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젝은 이제 모빌리티 기업을 넘어 인도네시아인들이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거의 모든 서비스를 오토바이물류를 기반으로 한 O to O기업으로 변신했고 어느 누구도 기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젝을 비난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인들은 고젝이 없는 일상은 이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고젝의 브랜드 전략

이쯤 되면 기존의 택시에 발목이 잡혀 차량공유 서비스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은 전통 교통수단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었는지?

고젝이 인도네시아에서 자리를 잡아갈 무렵 ‘오젝’이라는 기존 오토바이 택시기사들과 일반택시 기사들이 자신들의 고객을 빼앗는다고 거리 곳곳에서 오젝기사와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이들이 시위를 해서 고젝을 타고 가는 승객이 봉변을 당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심지어는 버스 기사들이 자신들의 고객을 고젝이 빼앗아 간다고 시위를 하는 일까지 일어 났다.

또한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의 모범택시 격인 블루버드 기사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이때 인도네시아의 조코위 대통령이 나서 인도네시아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디지털 경제의 중요성에 힘을 실어 주어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고젝은 이러한 사태를 겪으며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 전략을 다시 세웠다.

고젝이 인도네시아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와 그들의 삶과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 지를 쉽게 알리는 켐페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사실에 기반 한 고젝 라이더의 이야기를 광고로 만들었다.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 가는 한 청년이 고젝의 라이더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의 광고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고젝이 인도네시아 경제에 얼마나 필요한 기업인가를 쉽게 전달했다.

실제로 고젝은 2018년말 기준 167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경제에 30억달러를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열악했던 인도네시아의 지역 노동환경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하는데 고젝 라이더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고젝기사가 고젝에 취직한 이후 임금 수준이 전직장대비 평균 44% 상승했으며 소비규모도 31% 증가했다. 특히 자녀들의 학비가 확보되어 자녀들의 정규교육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고젝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삶 속에서 더욱 확고히 자리잡게 된 것은 지금은 인도네시아 교육부 장관이 된 창업자 나딤 마카림(36세) 남다른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나딤 마카림은 창업 초기부터 비록 고젝이 사기업이지만 인도네시아, 나아가 빈곤에 노출된 동남아시아 ‘지역사회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사회적 가치를 가장 우선으로 두고 경영을 했다. 고젝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실제로 지역사회의 경제 규모를 키우고 사회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창출과 이들에게 안정적 직장을 제공하는 차원에서의 사회적 환원활동에 힘을 기울이고 이를 통해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 고젝은 이제 단순한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가 아닌 인도네시아인들의 삶 속에 없어서는 안 될 국민기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허태윤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한국외대 정치언론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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