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그린치가 없애버린 연말 프로모션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그린치가 없애버린 연말 프로모션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8.12.18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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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을 노리고 신제품이나 새로운 프로모션을 거는 업종들이 많다. 영화도 그런 대표 업종 중의 하나다. 사람들의 마음이 들뜨고,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이들과 시간을 함께 하며,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념하고 함께 즐거워 할 이벤트에 영화는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런 크리스마스가 못 마땅해서 크리스마스를 없애려 드는 주인공을 내세워 인기를 끄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그린치(Grinch)이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에 심통을 부리다가 뉘우치는 캐릭터는 예전에도 있었다. 구두쇠 스크루지가 있지 않았던가. 그린치는 아예 크리스마스를 사람들에게서 훔친다(stole)는 반전이 있고, 그게 바로 긴 생명력의 비밀이라고 생각한다.

그린치가 돌아오다

1957년 ‘닥터 수스(Dr. Suess)’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동화의 주인공으로 그린치는 세상에 나타났다. 이후 1966년에 30분짜리 애니메이션이, 2000년에는 짐 캐리가 천의 얼굴의 연기력을 발휘한 실사 영화가 나왔다. 그리고 셜롬 혹즈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배우 베니딕트 컴버배치가 목소리 주연을 맡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2018년 11월 9일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12월 20일 개봉할 예정이다. 미국 국내에서 11월 개봉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고, 12월 12일 현재까지 미국에서 2억 2천 5백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두었다. 이번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서 깜짝 놀라게 한 부분이 있다. 그린치의 목소리를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전혀 영국식 악센트를 쓰지 않는 것이었다. 그 부분이 미국 관객들에게는 작은 반전으로 받아들여졌는가 보다. 제법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은 주요 작품을 위해서 전방위적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일 년 전부터 예고편을 내보내는 건 다반사다. 개봉 시점에는 자신들의 예고편이나 광고뿐만 아니라, 올림픽이나 축구 월드컵의 스폰서처럼 영화를 소재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기업들을 통하여 더욱 많이 노출시키고, 화제를 불러일으키려 노력한다. 이번 그린치 영화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이번 그린치는 원래 작년 11월 개봉이 일 년 늦춰진 것이라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었다.

차별화된 혼다의 그린치, 그런데 그 끝은?

혼다(Honda)는 그린치를 사용하는 광고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차별화할 수 있는 방식을 집중 연구했다. 당연히 그린치와 연계하지만, 그린치를 사용하여 광고를 만들 다른 기업들과 구별할 것인가 고민했다. 혼다가 내놓은 해답은 나름 신선했다. 혼다에서 매년 11월에 전개하는 특별 프로모션인 ‘Happy Honda Day’ 행사를, 마치 크리스마스를 훔치듯이, 그린치가 탈취하여 ‘Unhappy Honda Day’로 만든다는 반전이었다.

단순 광고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혼다 딜러샵의 문까지 닫았다. 화려한 장식과 공짜로 제공하는 도너츠, 자동차 할인 혜택까지도 모두 없애버렸다며 그린치는 기세등등했다. 혼다의 트위터나 페이스북까지 그린치가 접수해버렸다.

11월 18일 일요일 처음 전파를 탄 혼다의 광고는 그린치 영화의 흥행 성공까지 어우러지며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화제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며칠 만에 혼다의 그린치가 광고에 등장해 배경 설명도 없이 ‘Happy Honda Day’를 돌려주기로 했다는 한 줄을 날린 후에 할인율과 제품 이름을 나열해댔다. 그린치가 행사에 강력한 딴지를 건다는 설정까지는 그린치의 성격을 그대로 가져와 좀 아쉬워도 반전의 일종으로 봐주겠다. 그런 반전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게 하지 않고, 일정 기간 이상으로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용기(courage), 배짱(gut), 끈기(endurance)가 있어야 한다. 당장 매출이 떨어지는 며칠을 헤쳐 나갈 요소들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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