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마시멜로를 구름이라고 상상해봐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마시멜로를 구름이라고 상상해봐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19.01.29 08: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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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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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미셸(Walter Mischel)이란 심리학자의 마시멜로 실험은 지나치리만치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 앞에 마시멜로를 놓고 홀로 두고 실험 진행자가 나가면서, 10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돌아와서 마시멜로를 두 개 주겠다고 한 잔인한 실험 말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10년도 더 지나서 추적을 해서 평가했다. 10분을 못 참은 아이들은 과체중 비율도 높았고, 시험 점수도 낮았단다.

이 실험을 제목으로 달고 나온 책 <마시멜로 이야기>는 2005년 한국어판이 나왔는데, 3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이 책과 관련한 반전 중의 하나는 한국 밖에서는 다 합쳐도 100만 부가 채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유독 한국에서 그렇게 대박이 난 이유가 무엇일까.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고 했었는데, 그 속성들이 줄어들고 대신 ‘빨리빨리’의 나라가 된 것에 대한 반작용은 아니었을까. 한국어판 출간 당시 마시멜로를 먹어봤던 한국인이, 아니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던 사람이 300만 명이 되었을까 싶은데, 그런 판매량을 기록한 원인은 나중에 규명해 보고 싶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어쨌든 ‘참고 견디라’, ‘인내의 열매는 달다’, ‘성격은 타고나는 것인데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뻔한 교훈을 담고 있다. 그런데 2013년 로체스터 대학교의 홀리 팔메리(Holly Palmeri)와 리처드 애슬린(Richard Aslin)은 마시멜로 실험 결과와 교훈에 대해서 약간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들이 제기한 요지는 이러하다.

"빨리 먹은 아이들 중 일부는 참을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기다리면 돌아와서 하나를 더 주겠다는 실험 진행자의 말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먹는 것이 남는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일수록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기대하며 오래 기다린다."

요는 참을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 환경의 영향이 크며, 참을성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란 것을 밝혔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다른 환경에서 크면서 성격 자체가 달라진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가.

이 실험의 창안자인 월터 미셸은 나중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실험을 계속 했다. 그중 한 가지에서는 아이들에게 눈앞의 마시멜로에 가상의 액자를 씌워보라고 했다. 탁자 위 마시멜로는 진짜가 아니라 그림이라고 상상하도록 한 것이다. 이 결과가 놀라웠다. 상상의 액자를 씌우란 말을 들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았던 다른 아이들 집단과 비교하여 평균 3배나 더 기다리는 인내력을 발휘했다. 마시멜로를 솜털구름이라고 생각해보라는 얘기를 들은 애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나 더 오랜 기다림을 참고 견디었단다. 생각,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마시멜로 실험이 확장, 발전했다.

‘인내심이 성공의 열쇠’라는 누구나 인정한 결론에 대해 의심하고, 이면을 더 파본 결과 반전이 일어났다. 자신이 만들고 히트 한 실험에 계속 새로운 변형을 가하자 상상력의 힘을 증명하는 또 다른 결과를 낳았다. 반전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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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미러 2019-01-29 11:02:56
흥미로운 반전의 시작이네요^^ 재밌게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