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으로 부르고 마음으로도 듣게 합니다" 펜타클 임재욱 AE, 이주현 AE, 김도영 AD

[인터뷰] "손으로 부르고 마음으로도 듣게 합니다" 펜타클 임재욱 AE, 이주현 AE, 김도영 AD

  • 최영호 기자
  • 승인 2023.05.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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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 작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창력이 좋다는 이영현, 이적, 정은지가 수어로 CM송을 불렀다. 이들은 왜 수어로 노래했을까? 남과 다르다는 것, 우리는 틀림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은 오히려 다채로움이 아닐까? 펜타클은 다름을 새롭게 해석해서 함께 다채롭게 조화를 이룰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국민 CM송이라고까지 했던 부라보콘 CM송을 청각 장애인들도 함께 경험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펜타클의 생각은 우리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광고에 대한 일반 대중의 평가는 높았고, 대한민국광고대상을 비롯한 국내 주요 광고상을 휩쓸게 됐다. 힘주지 않아도 대중이 함께 공감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광고의 선한 영향력 아닐까? 이 캠페인을 기획, 제작한 펜타클 플래닝 1국 2팀 임재욱 팀장(AE)과 이주현 대리(AE), 캠페인 크리에이티브실 김도영 사원(AD)을 만났다.

이주현 대리, 임재욱 팀장, 김도영 사원 (왼쪽부터)
이주현 대리, 임재욱 팀장, 김도영 사원 (왼쪽부터)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CM 송' 은 어떤 캠페인인가요?

부라보콘은 1970년에 출시된 대한민국 최초의 콘 아이스크림이에요. 2001년엔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입니다. 대중의 인기를 얻는데 "12시에 만나요~"로 시작하는 중독성 있는 부라보콘 CM송의 역할이 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은 MZ세대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부라보송을 다시 한번 알리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그런데 광고 영상 속 노래를 목소리가 아닌 수어로 부르는 것이 특징이에요.

캠페인 제작 배경과 콘셉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12시에 만나요~"로 시작하는 부라보콘의 CM송은 국내 광고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작입니다. 1976년 당시 인기 배우 정윤희와 신일룡이 출연한 광고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30년 넘게 쓰인 만큼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따라 부르기도 했죠.

하지만 세월에 장사 없듯 젊은 세대의 절반 이상이 부라보콘의 CM송을 알지 못했습니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CM송을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어찌 보면 CM송은 TV시대 때 가장 전성기를 누린 광고의 유산물인 셈이죠.

빙그레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헤리티지인 CM송을 다시 한번 MZ세대를 중심으로 알리고 싶었고,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영상 광고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MZ세대를 주요 타깃층으로 설정하면서도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광고를 제작했고, 그렇게 완성된 캠페인이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CM송’입니다.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와 목표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부라보송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CM송이라면 정말 모든 국민들이 한 번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궁금증으로 시작된 질문이 구체화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펜타클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국민 CM송이지만, 청각 장애인들은 한 번도 들을 수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했죠. 특히 청각 콘텐츠를 접할 수 없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문화적 격차를 좁히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의 가치를 광고로 전하고자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이라는 메인 카피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먼저 소비자가 어떤 광고를 좋아하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몇 가지 공통된 데이터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의외성과 공감, 반전, 패러디, 공익성이었어요. 5가지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미디어 물량 대신 크리에이티브로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광고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의외성을 더했습니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아이디어는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민을 이어가던 중 어느 날 크리에이티브실 팀원이 아이디어 단초가 되는 영상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한창 언론과 여론을 들썩이던 영상이었죠. 바로 배우 윤여정 님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어 장면이었습니다. 대배우의 사려 깊은 모습에 전 세계인의 마음이 따뜻해진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을 같이 시청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다 우리끼리 질문을 던졌습니다. “부라보콘 CM송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CM송이라면 정말 모든 국민들이 한 번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궁금증으로 시작된 질문을 구체화하면서 자연스레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이라는 카피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여기에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가 등장하지만 노래하지 않는 '의외성'과 CM송을 목소리 대신 수어로 전하는 '공익성'까지 더해 영상을 완성했습니다.

김도영 사원
김도영 사원

그동안 부라보콘 캠페인들은 제품 자체를 광고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이전 광고와 어떤 차이점을 주려고 했나요?

제과나 빙과류 같은 저관여 상품의 광고가 공익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심플하고 재미있게 광고를 만드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사실 기획 회의를 하면서 착한 광고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펜타클이 용기 낼 수 있었던 것은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은 어느 시대에서나 통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요즘 세대라 일컫는 MZ 세대들에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소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고요.

광고 모델도 화제가 됐는데요. 이영현, 이적, 정은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창력으로는 톱 클래스의 가수들이잖아요. 이들을 모델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델 캐스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려주세요.

가창력은 물론이고 세대 구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가수가 누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떠올린 가수가 바로 이적, 이영현, 에이핑크 정은지였습니다.

섭외만 남은 상태였는데, 광고 촬영일까지 사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어요. 내심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오히려 가수분들이 기존 일정을 변경해서라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고, 심지어 저희의 기획 의도에 공감하면서 함께 하기를 원했습니다. 실제로 모델 세 분은 촬영 당일에도 수어를 완벽히 소화해 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캠페인을 함께 준비한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 관계자분들 역시 아침 일찍부터 촬영장을 방문해 수어 촬영에 도움을 주시기도 했고요. 많은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결과를 내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강조하고 싶은 점이나 가장 중점을 두고 제작한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판매량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죠. 물론 장기적으로 브랜딩을 염두에 둔 광고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즉각적으로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아이스크림이 시즌성 제품이다 보니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 6월을 타깃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죠. 저희가 기대했던 것도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 판매대 앞에서 부라보콘 광고를 떠올리고 구매 고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왜 돈쭐내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예전과 다르게 소비자들은 기업의 작은 선행에도 관심을 갖습니다. 취지에 공감하면 돈쭐(돈+혼쭐, 구매를 통해 기업을 응원하는 것)로 화답하고요.

이번 캠페인은 부라보콘의 판매 수익 중 일부를 ‘사랑의 달팽이’에 전달해 청각 장애인의 소리 찾기 지원 사업에 쓰이는데요. 패키지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랑의 달팽이' 로고를 새기기도 했습니다.

임재욱 팀장
임재욱 팀장

캠페인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일상에서 ‘수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 촬영을 계기로 팀원들 모두가 '만나요', '사랑해요', '데이트' 수어를 완벽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제 촬영장에서도 가수들을 비롯해 현장 스태프 모두가 부라보콘 CM 가사에 맞춰 수어를 따라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현장에 사랑의 달팽이 관계자들도 함께했는데요. 많은 사람이 수어에 관심을 갖도록 기획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캠페인 성과도 훌륭했습니다. 성과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특히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요?

캠페인 종료 후 자체적으로 의뢰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라보콘의 브랜드 선호도는 캠페인 이전 대비 13%가 증가했고 특히 20대 연령층의 선호도가 전체 평균을 상회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대한민국광고대상, 유튜브웍스, 서울영상광고제, 소비자가 선택한 좋은 광고상까지 국내 광고제에서 13관왕이라는 성적을 거두었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광고가 여러 광고제에서는 결코 조용하지 않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미와 자극적인 광고 사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의 긍정적인 결과가 전하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영상은 누적 조회수 420만 회를 기록했고, “수어로 노래하는 CM송이라니, 너무 신선하고 좋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CM송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가수 조합이라서 본 건데 수어가 나올 줄 몰랐다. 순간 울컥했다”, “이런 좋은 취지의 광고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500개 이상 달렸습니다.

유튜브 광고에 댓글을 다는 일은 정말 감동하지 않고는 흔히 일어나지 않는 일이거든요. 댓글을 남기려면 봤던 광고를 다시 검색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동반되는 일이니까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특히 앞의 브랜드 선호도에서 20 대의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이에요. 이번 캠페인의 어떤 부분에 20대가 특히 공감한 것 같나요?

목소리가 아닌 수어로 CM송을 불렀다는 것에 20대 소비자들이 공감해주신 것 같습니다. 상업성을 띨수밖에 없는 게 광고지만, 그 속에 담긴 다양성의 가치라는 핵심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저희도 일시적인 단편 광고에만 그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사랑의 달팽이’와 협업을 통해 부라보콘 패키지에 로고를 새기고 한정판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더 진정성 있게 지켜봐 주신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진정성 없이 그럴싸한 메시지로 포장하는 광고는 20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 소비자들을 더 이상 설득할 수 없는 거죠.

이주현 대리
이주현 대리

캠페인에 대한 반응이 실제로 부라보콘의 매출 상승까지 연결됐나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비즈니스 성장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단일 브랜드 기준 부라보콘의 판매 매출이 전년 동기(6월1일~7월31일) 대비 12.4% 증가했고, 국내 콘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9.4%로 5%p 성장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사랑의 달팽이’와 컬래버레이션한 패키지 상품은 2개월 만에 약 13,000만 개가 팔리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가치소비’ 열풍에 저희 캠페인이 또 하나의 좋은 레퍼런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요즘은 아무리 많은 비용을 써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수 있고, 선택 받지 못하면 결국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안에서 펜타클이 집중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트렌드가 있을까요?

트렌드를 모두 따르기보다 딱 반 발짝씩만 앞서가려고 합니다. 트렌드를 앞서 나가다 보면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렵고, 반대로 현재 시점에 맞추다 보면 업의 특성상 이미 늦은 편이 돼 버리거든요. 부라보콘 캠페인도 윤여정 님의 수어 시상이라는 이슈 없이 그냥 진행했더라면, 지금처럼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펜타클이 준비하고 있는 일들과 계획이 있다면요?

펜타클에게 광고는 ‘가치를 찾는 일’입니다. 광고주의 브랜드 혹은 제품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비티한 광고를 잘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제품의 서비스나 숨은 가치까지 들여다보는 회사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펜타클은 이것이야말로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이라고 믿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가치를 찾는 일을 지속해서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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