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칸느 국제 광고제를 뒤흔든 미국 흑인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

[신인섭 칼럼] 칸느 국제 광고제를 뒤흔든 미국 흑인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19.06.26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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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퍼닉이 모델로 등장한 나이키 광고
광고 메시지와 나이키 마크가 있는 Caepernick 사진

세계 최대의 광고 창의성 행사인 프랑스 칸느에서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주 월요일 칸느광고제 첫날 옥외, 인쇄와 출판, 디자인 등 5가지 부문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그 중 옥외광고 부문에서는 나이키의 “Dream Crazy“가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옥외 간판에는, 캐퍼닉 얼굴 사진 위에 아홉 낱말, 두 줄로 된 한 문장의 카피가 있다.

Believe in something, even if

it means sacrificing everything.

강력한 메시지이다. 성경의 한 구절 같은 느낌이 든다.

굳이 옯긴다면,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신념은 버리지 마세요” 라고나 할까.

3년 전 미식 축구 경기에서 경기 시작 전 관례인 국가 연주와 합창이 있었다. 그런데 흑인 선수 콜린 캐퍼닉은 무릎을 꿇고 일어서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경찰의 흑인 인종 차별에 항의한 것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NFL(National Football League)에서 쫓겨 났고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나이키는 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그리고 작년 9월 캐퍼닉이 등장하는 광고가 나가자 미국이 온통 뒤끓었다. 찬반이 갈라졌다. 트위터 #NikeBoycott에 주당 20만 3천이던 Mention 수가 1,000으로 떨어졌다. 광고가 나간 다음 날 나이키 주가는 3%나 떨어졌다. 주식을 파는 사람도 있었다. 나이키 운동화를 불태우는 사람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거들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NFL의 시청률이 떨어지듯이 나이키도 분노와 보이코트 때문에 진짜 죽을 지경에 이를 것이다. 나이키가 이렇게 될 줄을 생각이나 했겠나”는 말이 트위터에 보낸 대통령의 메시지였다. 한편 광고를 보자 마자 나이키 제품울 사러 온 사람도 있었으며 자기 친구까지 데리고 나이키 제품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방송이 나간 뒤 4일째인 목요일에 주가는 하루 종일 최고치인 $83.00로 회복되었다. 과거의 자료를 보면 이런 사건은 처음에는 찬반이 갈라지나 얼마 지나면 가라앉는다고 하는데, 사실로 드러났다.

흑인 노예 해방 선언을 한 사람은 미국 18대 대톨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1863년 1월 1일, 400만의 흑인 노예 가운데 310만명이 해방되었다. 그렇지만, 해방과 평등은 별개의 문제였다. 원래 스페인 말로 검둥이 또는 깜둥이라는 뜻으로 흑인을 깔보는 말 Negro와 Nigger라는 말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Afro-American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 뒤 100여년이 걸렸다.

그런데 세상은 변하고 있다. 우선 나이키가 국기에 경례를 하지 않아 쫓겨난 흑인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결정 자체가 사회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나이키는 이 작품을 칸느광고제에 출품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이 작품을 뚜렷한 기업의 목적을 가진 그랑프리로 선정한 심사위원들의 결정이었다. 심사위원장이 한 말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한 장 혹은 몇장의 백지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하는데 훌륭한 아이디어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그랑프리”라는 말을 했다.

디지털이 광고의 절반을 차지하고 소셜 미디어가 날개를 펴는 시대에 말 없는 전통매체의 광고가 그랑프리를 받는 세상이라는, 흥미 진진한 칸느 국제 광고상이라는 것도 광고 산업의 사회 공헌을 말 없이 전달하고 있다고나 할까.

금년은 나이키가 "Just Do It"를 시작한 30주년이 되는 해다. 주목해야 할 메시지는 이런 광고를 하는 나이키, 그리고 이런 광고를 방송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하기야 아버지는 흑인, 어머니는 백인을 둔 흑인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은 놀라운 나라이기도 하지만.

타임紙 표지모델로 등장한 캐퍼닉 (16.10.3)
타임紙 표지모델로 등장한 캐퍼닉 (1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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