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근무수칙] 4. 꽃등심 조직

[광고회사 근무수칙] 4. 꽃등심 조직

  • 하인즈 베커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5.06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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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단 맛.
꽃등심 / 하인즈 베커 사진

[ 매드타임스 하인즈 베커 칼럼니스트] 가끔 나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 '큰맘 먹고' 가는 비싼 꽃등심 집이 있다. 얼마나 사랑하는 곳이냐 하면, 맛집을 찾아다니고 남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취미인 내가 이 집만큼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 좋은 곳을 공유하는 기쁨보다, 이 집의 특별함을 온전히 내 것으로 간직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집을 특별히 사랑하는 이유? 물론 고기가 맛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한우가 원래부터 맛있는 것인지, 혹은 특별한 공급망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 가지다. 내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 이 집의 고기는 '맛'이 있다. 언제나.

그렇다면, 이 집의 고기가 왜 이렇게 맛있을까? 나는 생각해본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고기를 구워주는 아주머니들 덕분이다. 갈 때마다 다른 분이 구워주는데도, 맛은 언제나 한결같다. 사람은 다르지만 고기를 굽는 방식은 같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는 각도, 처음 뒤집는 시간, 불판 밖으로 빼내는 타이밍까지. 모든 종업원들이 약속된 매뉴얼대로,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고기를 굽는다.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아주머니들 모두 같은 방식으로 고기를 구워 주시네요. 맛있어요."

그러자 연변에서 오셨다는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으면 짤리는 걸요."

조직의 힘 / 넥스트 데일리 사진

이 집 고기가 맛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으면 아주머니를 해고하는 사장의 힘.잔혹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바로 '조직의 힘' 이다. 종업원들이 ‘그까짓 고기, 그냥 내 방식대로 구워도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 집은 금세 망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걸 막는 리더가 있다.

일도 그렇다. 우리는 때때로 ‘별거 아닌 일’이라고 여기는 영역에서 더욱 강력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어떤 한 개인이 우연히 발견한 최고의 방식이 있다면, 그것을 조직의 방식으로 확장해야 한다. 누구나 각자의 방법이 있겠지만, 조직의 목표는 가장 우수한 프로토타입을 표준화하는 것. 그리고 그 소소함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려는 사람들은, 이 집 사장처럼 빨리 연변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이 집의 고기가 언제나 맛있는 이유는 바로 그 그 집착 덕분이다.

꽃등심 같은 완벽한 결과가 나오려면, 개인의 방식이 아니라 조직의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광고와 마케팅은 즉흥성이 아니라 일관성이 중요하다. 프로들의 바둑 한 판에 묘수는 고작 한 두 번이고, 스페셜리스트는 제너럴리스트 가운데에서 ‘만’ 나온다.

결국, 꽃등심보다 더 맛있는 조직이 이긴다.

 

하인즈 베커 Heinz Becker 

스무 살때 영화 <비오는 날 수채화>의 카피와 광고를 담당한 이후, 30년 가까이 전 세계 광고회사를 떠돌며 Copy Writer, Creative Director, ECD, CCO로 살았다. 지휘한 캠페인 수백개, 성공한 캠페인 수십개, 쓴 책 3권, 영화가 된 책이 하나 있다. 2024년 자발적 은퇴 후, 브런치와 Medium에 한글과 영어로 다양한 글을 쓰면서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Cosmopolitan. Writer. Advertising Creative Director. Created hundreds of advertising campaigns and written three books. One of them was made into a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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