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정치판에서 부정의 반전을 가져온 호소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정치판에서 부정의 반전을 가져온 호소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03.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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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도널드 트럼프는 이전 미국 의회 정치가 지니고 있던 무게감을 현저히 떨어트렸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고 대상이 되었지만 피해 가면서, 탄핵의 칼날, 곧 의회의 견제 기능과 권위를 무디게 하는 반전을 가져왔다. 트럼프 이전에 탄핵 대상이 되었던 미국 대통령은 3명에 불과하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8년의 앤드루 존스는 탄핵이 1표 차로 부결되었다. 이후의 탄핵은 100년을 넘어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에 리처드 닉슨이 그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 이전의 마지막으로는 1998년 백악관 인턴과의 섹스 스캔들로 빌 클린턴이 불명예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트럼프는 임기 중과 후까지 두 차례에 걸쳐서 탄핵의 대상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리처드 닉슨은 탄핵이 가결될 위기에 처했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 사임했다. 닉슨을 탄핵과 사임으로 몰고 간 사건의 발단부터 생각하면 피할 수 있는 구석도 꽤 있었다. 1972년 재선 캠페인을 벌이며 당시 상대인 민주당이 선거본부를 차린 워터게이트 호텔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고 침입했던 게 발각되었다. 상대가 되지 않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무리를 했다는 점도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더욱 큰 문제는 닉슨 행정부에서 허다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사건과 관련되었다거나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있다는 부분을 지나칠 정도로 강력하게 부인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한 치도 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대치하다 보면 무리수도 두게 된다. 대표적 무리수가 닉슨의 공개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왔다.

닉슨의 축소와 은폐 공작에 협조하기를 거부하고 법무부 인사들이 줄줄이 사퇴했던 10월의 소위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로 타격을 입은 닉슨 대통령은 한 달 후인 1973년 11월 17일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기자회견 무대에 서서, 역사에 남을 발언을 한다.

“I’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케임브리지 사전에 보면 ‘crook’은 ‘very dishonest person, especially a criminal or a cheat’, 곧 ‘매우 부정직한 사람으로 범죄자나 사기꾼’으로 나온다. 나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믿어달라고 호소한 것인데, 미국인들에게는 ‘정말 사기꾼이구나’하는 ‘crook’이 더욱 깊이 각인되어버렸다. 닉슨 같은 경우는 이주 이전부터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이미지와 평가가 그의 지지자들 바깥에는 진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1952년에서 1960년까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할 때의 별명이 ‘Tricky Dick’이었다. ‘속임수를 쓰는, 믿을 수 없는’이란 ‘tricky’에 ‘Richard’의 애칭인 ‘Dick’를 붙인 것이다.

더 결정적인 장면은 1960년 존 에프 케네디와의 대선 대결에서 나왔다. 네거티브 비방 광고 중에서도 아주 심한 포스터가 하나 케네디 진영에서 나왔다. 닉슨의 표정이 특별하게 교활하면서 비열하게 나온 사진에 이런 카피를 달았다.

“Would you buy a used car from this man(이 사람에게 중고차를 사시겠어요)?”

미국에서 가장 못 믿을 집단으로 사람들이 여기는 중고차 딜러를 들어 닉슨을 부정직한 사람으로 깎아내렸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가 불균형한 영역의 대표로, 그래서 ‘lemon market’이란 말도 나온 바로 그 중고차 시장과 딜러와 결부시켰다. 요즘 같으면 특정 직업에 대한 비하부터 외모를 들어서 비방한 것까지 문제 소지가 많은 포스터였다. 그만큼 효과는 뛰어났다. 1973년 닉슨의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는 외침이 이전의 기억들을 되살렸다.

때아니게 제1, 2 도시의 시장 선거를 맞이했다. 서울시에서 최종 후보로는 나가지 못했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내가 00의 아바타입니까?’라는 말로 ‘셀프 부정 반전’의 자해를 본의 아니게 초래한 경우와 비슷한 미국 사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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