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폭스바겐과 BMW의 만우절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폭스바겐과 BMW의 만우절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04.0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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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4월 1일 만우절이면 기업들마다 농담 같은 프로그램을 펼치는 게 관례처럼 되었다. 한국에서도 젊은 층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이나 제품이면 뭔가 행사를 하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처지는 인상을 준다. 주변의 젊은 친구들 다수는 네이버 웹툰의 썸네일들이 어떤 형식으로 바뀌는지 기대를 가지고 만우절 며칠 전부터 얘기를 했다. 올해 네이버는 웹툰의 썸네일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모두 먹는 쿠키 모양으로 바꾸었다.

미국에서는 만우절이 슈퍼볼 전후처럼 뭔가 기대를 갖게 하는 광고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벤트 기념일처럼 된지 꽤 되었다. 그런데 작년은 코로나19의 충격에 그럴 여유 자체를 갖지 못했다. 사회 분위기도 어설프게 했다가는 부메랑을 겪게 될 확률이 높았다. 올해는 경기가 풀려서인지, 혹은 경기가 풀릴 것이란 기대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코로나19가 일상으로 자리를 잡아서인지 많은 기업들이 예전처럼 나름 만우절 기념 광고나 특별 상품을 내놓았다. 독일의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과 BMW가 어떻게 했는지 살펴보자. 의욕적으로 추진했는데, 희비는 엇갈린 것 같다.

폭스바겐은 기업명에서 국민을 뜻하는 'volks'의 'k'를 't'로 철자 하나만 다른 ‘Voltswagen’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전기차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거기에 앞서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시도로 읽었다. 광고계에 있는 내가 아는 이들은 모두 '정말?'하고 사실 여부를 의심하는 반응을 먼저 보였다. 어쨌든 그렇게 전기차에 올인(all-in)하는 계획을 기업명까지 바꾸면서 그런 식으로 보인다니 놀라웠다. 그런데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바로 4월 1일 만우절을 위한 농담으로 준비한 것인데, 그게 어디선가 새버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후확증 식으로 '폭스바겐이 그렇지'라고 하는 반응이 지인들에게서 나왔다. 폭스바겐 같은 보수적인 기업이 사명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뿐더라, 사업 방향을 그렇게 전기차 쪽으로 비중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 농담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언론사에 새어나간 건 폭스바겐다웠다. 치밀함을 자랑했던 그들 조직은 2015년의 배기가스 장치 조작 사건 이래 누수 현상이 많이 생기고 있다.

BMW의 만우절 특집 광고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1분에 조금 못 미치는 광고영상을 보면 ‘BMW presents Ultimate Self- Driving Machine’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한다. BMW의 유명한 슬로건인 ‘Ultimate Driving Machine’을 시대에 맞춰 살짝 튼 형식이다. 참고로 자율주행은 비슷하면서도 약간 초점을 달리하여 ‘driverless driving’, ‘autonomous driving’이란 표현도 쓴다. 어쨌든 운전의 재미를 쭉 내세워 왔던 BMW까지 자율주행을 전면에 내세워 광고를 만들었다. 마국 NBC 인기 드라마인 <This Is US>의 주연 배우인 밀로 벤티미글리아(Milo Ventimiglia)가 운전석에 앉아서 탄성을 지른다. 한국 송도의 드라이빙센터와 같은 주행시험장에서 핸들이 마구 돌아가면서 드리프팅, 가속 코너링을 비롯한 온갖 묘기를 혼자 도는 것 같은 자동차 핸들 움직임과 함께 주행장 바닥에 멋진 타이어 자국을 남기며 선보인다. 그러면서 자막이 뜬다.

“The new BMW M4 with Manual Transmission”

자율주행을 얘기하면서 수동변속기(Manual Transmission)를 갖춰 새롭게 내놓았다니 뭔가 이상하다. 이어 급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수동변속기로 기어를 바꾸는 운전자의 손이 나온다. 자율주행이 아니라 바로 벤티미글리아가 수동변속기의 재미를 만끽하면서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 사실 밝혀지면서 핸들을 잡고 있는 그가 말한다. “Oh, come on! Drop it myself (그래, 내가 운전했지).” 차에서 내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양 던진다.

“Not bad for an actor (배우가 모는 걸로는 괜찮죠).”

자신의 운전 실력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자동차 자체가 배우들이 몰기에도 좋다는 중의적으로 쓰인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반전을 표시한다. 처음 타이틀처럼 나오기도 헀던 슬로건의 ‘Ultimate Self-Driving Machine’에서 ‘Self-’가 떨어져 버린다. 역시 운전은 손맛에 직접 하는 재미이고, 그를 BMW가 지원한다는 브랜드를 확실하게 전달한다.

만우절 마케팅은 속이고 웃기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뭔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다가 나의 브랜드와 연결을 지녀야 개연성이 있고, 더 재미있고 깊게 각인된다. 한 번의 소동처럼 되어서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찜찜한 기분으로 남게 해서도 곤란하다. BMW는 한 달 동안 1분짜리 동영상을 집행했다. 그리고 위에서 본 것처럼 그 안에서 브랜드와 직결된 반전을 완성했다. 선을 보인 후 질질 끌지 않았다. 브랜드와 연결된 반전, 괜한 찝찝함이 없이 인스턴트 시대에 맞는 즉시 완결성이 깔끔한 만우절 마케팅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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