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e의 Art Talk ] 2021’ 춤의 카타르시스, 어두운 곳이 더 빛났던 순간들

[Kate의 Art Talk ] 2021’ 춤의 카타르시스, 어두운 곳이 더 빛났던 순간들

  • Kate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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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Kate 칼럼니스트] 2021년도 어느덧 보름 남짓 남았다. 올해 가장 성공했던, 혹은 기억에 남는 콘텐츠를 하나 뽑으라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인정하고 그 성공을 축하해주는 BTS도 있고, 넷플릭스에서 너무 크게 화제가 되었던 글로벌 인기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콘텐츠들 외에 큰 의미가 있는 찐(?) 콘텐츠를 하나 언급하려고 한다.

필자를 사로 잡은 콘텐츠는 바로 Mnet 채널에서 진행했던 “스우파”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스우파는 대중들에게 춤(특히 힙합댄스 등 거리의 춤)에 관한 인식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항상 그림자처럼 아이돌과 스타들을 위해 희생(?)했던 댄서들이 이제 무대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나설 수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으로 일부 소수에게만 환영 받았던 스트릿 댄서들에게 더 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스우파”란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줄임말로 방송사 엠넷(Mnet)이 제작한 일종의 춤 배틀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는 여성 댄스 크루들이 출연했다. 무대 위에서는 치열하게 서로를 씹으며(?) 싸우지만 무대 뒤에서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들은 뜨겁게 서로를 위로한다. 그렇다면 왜 대중들은 그들에게 열광하고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는 걸까? 그 이유는 아마도… 대중들이 그녀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즉, 춤이라는 예술을 통해 마음껏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억눌려 왔던 감정을 분출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은 아닐까?

이번 방송 프로그램은 기획자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항상 무대에서 아이돌이나 스타 뒤에 서 있던 댄서들, 그리고 잘 보이지 않던 춤꾼들에게 한판의 시원한 놀이터 – 즉 플레이그라운드를 제대로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각 크루의 리더들은 배틀에 승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춤추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인식과 가치를 바꾸고 싶어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들에겐 아이돌과 같은 새로운 팬덤이 생기고 있고,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들에게 전문가, 혹은 아티스트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방송 중에 빠르게 인터넷에서 밈처럼 번져갔던 헤이 마마 (스우파 리더들이 합동댄스) 댄스의 커버 영상들 중에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던 배우, 위하준의 커버댄스는 가장 인상적이다. 위하준은 오징어 게임에 대한 뜨거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의미로 커버댄스 영상을 남긴다고 했다. 다음은 헤이마마 스우파 리더들의 할로윈 버전 군무 영상이다.  

여러 분야의 예술 중에서도, 춤은 그 역동성(Dynamic)으로 인해 인체의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볼 수 있고, 또한 현장성(Liveness – 생생함)과 함께 전하는 생동감이야말로 큰 매력이다. 그래서 “무대를 찢었다” 라는 강한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무대 예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적인 아트 분야 – 예를 들어 움직이지 않는 오브제를 사용한 미술 전시에도 역동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수많은 페스티벌과 올림픽 등 큰 행사에서 오프닝 기념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장관을 보여주는 군무(群舞)는 자주 사용된다.

올해 필자가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군무는 온라인에서 본 영상이었다.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특별한 춤이다. 세계인의 축제인 도쿄 패럴림픽 (장애인 올림픽) 을 기념하고 2024년에 파리에서 열리게 될 다음 회차 패럴림픽을 기약하는 특별한 춤이다. 오프라인 무대의 공연이 불가능했던 상황이라 온라인 상에서만 공개 되었던 그 영상은 특별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군무였다. 모든 댄서들은 휠체어에 앉아서 춤을 출 수 있게 만들었다. 즉 팔이나 손의 관절만을 사용해서 전체 댄서들이 동시에 절도 넘치는 동작을 연결시키면서 아름다운 군무를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그들은 모두 블랙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그것조차 팔의 움직임을 더욱 강조하는데 자연스럽게 도움이 되는 장치였다.

영어로 human geometric dance(휴먼 기하학적 댄스) / 혹은 limb-centric (팔중심 관절춤) 라고 이름이 붙었다. 큰 무대에서 펼쳐지는, 온 몸을 다 사용한 어떠한 군무보다 아름다웠다. 안무가인 Sadeck Waff는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 가장 빛났던 콘텐츠는 역시 한국의 스우파 무대들, 그리고 2024년 패럴림픽을 위한 기념한 팔관절춤이 아닐까? 중앙이 아니라 무대의 구석을 꽉 채웠던 댄서들, 정상인들의 올림픽 보다는 화제가 되지 못했던 장애인들, 그런 그들에게 더 큰 기회를 주고, 더 큰 용기를 주었던 아름다운 파워가 느껴지는 춤이었기 때문이다.

2021년, 어두운 팬데믹의 그림자 속에서도 빛났던 아름다운 약자(?)들의 춤을 우리는 더 오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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