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e의 Art Talk ] 브랜드의 뮤즈 vs 앰버서더

[Kate의 Art Talk ] 브랜드의 뮤즈 vs 앰버서더

  • Kate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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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te 칼럼니스트] 제목을 던져 놓고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금 망설였다. 이번 글을 통해 의도한 것이 뮤즈와 앰버서더의 대결구도(?)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 뮤즈라는 단어를 화두로 꺼내게 된 이유는 최근 온에어(On-air)된 TV광고 때문이다. 오래된 추억의 영상을 틀어 놓은 듯한 편안한 흑백광고다.

자극적인 영상들보다 오히려 시선을 더욱 끌기도 했고, 그 광고의  주인공이 바로 뮤즈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바로 전지현이 모델로 나온 지오다노의 영상이다.  지오다노 광고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긴 머리를 고집했던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어깨 위로 툭 쳐낸 단발머리를 하고 남자 친구의 것을 빌려 입은 듯한 오버핏 자켓을 걸친 채 묘한 중성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오버핏 자켓과 너무 잘 어울리는 그녀의 단발머리가 인상깊었다. 단발머리와 오버핏 자켓에서 우러나는 그녀의 중성적인 매력은 결혼과 출산 이후에 어머니 혹은 아내가 아닌, 스스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실제 전지현 자신의 변화(?)를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청순한 미혼의 그녀가, 오랜 시간 모델로 활동했던 지오다오의 뮤즈였던 전지현이 다시 귀환한 것이다.

전지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오다노의 모델이었다. 그녀가 출연했던 광고 중에 가장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장동건, 정우성과 함께 작업했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영상이다. 당시 지오다노는 전지현, 장동건, 정우성을 모델로 10분 정도의 숏 필름(short film)에 가까운 영상을 찍었다.

아직도 유튜브에 그 영상이 남아 있다.  일종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브랜드 필름인 셈이다. 그녀는 홍콩 캐쥬얼 브랜드인 지오다노를 위한 영화같은 스토리텔링을 만드는데 잘 어울렸다. 지오다노의 스토리텔링은 왕가위 영화를 사랑했던 젊은 세대들에게 중경삼림 (*왕가위 영화 : 홍콩 남녀 4명의 러브스토리를 담음) 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2021년에 홍콩 브랜드인 지오다노의 고민과, 2016년 미국의 브랜드 캘빈 클라인의 고민은 같은 것… 바로 브랜드의 부활이었던 것 같다.  

지오다오는 최근 팬데믹의 영향으로 패션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캘빈 클라인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체기를 맞았었다.  2016년, 캘빈 클라인은 브랜드의 뮤즈였던 케이트 모스의 귀환을 캠페인으로 만들었다.

슬로건은 심플했다. “I look back in #mycalvins.” 해쉬태그를 단 슬로건은 바로 케이트 모스 자신의 이야기이자 캘빈 클라인 브랜드의 이야기다.

동시에 케이트 모스와 함께 전성기를 보냈던 캘빈 클라인은 다시 예전의 그 전성기를 맞이하고 싶었을 것이다.  브랜드 뮤즈의 “귀환” 이라는 키워드로 전 세계의 언론은 그녀의 광고 캠페인을 다루는 기사를 썼다. 

2016년 케이트 모스 광고 (ⓒ 캘빈클라인)
2016년 케이트 모스 광고 (ⓒ 캘빈클라인)

케이트 모스는 어떻게 브랜드의 뮤즈가 되었을까? 뮤즈는 브랜드에 영감을 주는 존재, 혹은 브랜드에 영혼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고객들은 뮤즈의 존재를 통해 브랜드를 인격체를 가진 존재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케이트 모스는 젊음과  반항의 이미지를 가진 중성적인 매력으로 캘빈 클라인의 글로벌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980년대와 90년대까지 전 세계적인 데님 – 청바지의 유행을 일으킨 데에는 당시 캘빈 클라인의 뮤즈였던 케이트 모스가 있었다. 그렇게 캘빈 클라인의 모델이 된 후, 케이트 모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패션과 뷰티, 그리고 문화와 예술의 접점에서, 반항과 자유의 이미지로 혁신적인 패션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케이트 모스 Photo by 피터 린드버그 (출처 : 1994년 하퍼스 바자)
케이트 모스 Photo by 피터 린드버그 (출처 : 1994년 하퍼스 바자)

그녀의 사진을 많이 찍었던 사진 작가 중의 하나가 피터 린드버그다.  피터 린드버그는 스튜디오보다 야외 로케이션을 좋아했고, 갇혀진 모델의 정형적인 모습보다는 자유롭고 성숙한 모델의 드라마틱한 모습을 원했다. 그를 통해 완성된 케이트 모스의 중성적인 매력, 꾸미지 않은 자유로운 모습에서 그녀의 독특한 내면 세계가 보이는 듯하다.  

최근 루이비통(Luis Vitton)에서는 넷플릭스의 히트작인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의식해 강새벽으로 열연했던 배우 – 정호연을 앰버서더로 지명했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아시아 마켓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시아 지역의 스타들을 앰버서더(홍보대사)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에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 스타들(아이돌)의 팬덤이 가진 구매력을 그들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화제가 되고, 새로운 구매력을 가져다 줄 앰버서더들을 점점 더 선호하는 추세다.

앰버서더는 지역마다 다르고, 해가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면 새로운 앰버서더로 바뀐다. 요즘 세대들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앰버서더들은 브랜드와 일정 기간동안 브랜드와 기분좋게 썸(?)을 타는 사이다.  SNS나 틱톡으로 밈(MIM)이 유행처럼 번지는 디지털 시대에, 브랜드에서는 오래 공을 들여야 하는 뮤즈보다 앰버서더를 선택하는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지현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 레트로한 흑백영상의 울림처럼, 오래오래 우리 가슴에 남을 수 있는 브랜드 뮤즈의 귀환이 가끔은 더 기다려진다. 대중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오랜 기간을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신할 하나의 아이콘이 존재한다는 건 마치 오랜 추억을 다시 꺼내 보는 순간처럼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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