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강정문 前 대홍기획 대표, 연합회 50주년 기념 ‘자랑스러운 한국광고인’상 수상

故강정문 前 대홍기획 대표, 연합회 50주년 기념 ‘자랑스러운 한국광고인’상 수상

  • ADZ
  • 승인 2021.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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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습니다. 그 길은 누군가 먼저 만들고 걸어서 비로소 길이 되었습니다. 광고인 故강정문님께서 걸으시고 만드셨던 그 길을 저희 후배들이 걷고 있습니다.’ 

연합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후배 광고인들의 감사와 존경을 담아 故강정문 前 대홍기획 대표에게 자랑스러운 한국 광고인상을 전합니다. 작고하신 지 20여 년이 흘렀음에도 그를 그리워하는 분들이 참 많아서 이 상이 더욱 특별해진 것 같습니다. 전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소장이셨던 김재환 박사의 회고록을 통해 광고인으로서의 강정문 대표의 삶과 생각을 좀 더 좇아보고자 합니다. 아래 내용은 회고록에서 발췌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강 대표는 광고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광고를 너무나 사랑했던 광고인이라고 한다. 물론 그가 광고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가지셨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원래 광고쟁이가 되려고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그는 경남고등학교 시절부터 기자를 희망했으며, 1971년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나선 바로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75년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2년간의 백수 시절을 보내고, 76년 같은 고등학교라는 인연으로 롯데 신준호 부회장에 의해 롯데제과에서 광고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때 그의 상태는 ‘(기자 일 외에)아무것도 모른다’였다. 

그러나 그는 곧 광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자신의 삶을 ‘인생유전(人生流轉)’으로 표현하듯이, 그에게 광고는 계획된 여정이 아니다. ‘한국의 명 기자가 될 야망가에서 물건을 파는 예술(Advertising, the selling Art) 광고를 하고 있다니...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였다’라며 대학 시절 점술가가 ‘당신은 예술가가 될 운명’이라고 했던 일화를 기억하며 환하게 웃던 강대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롯데제과를 그만두고 나서는 KIET(산업연구원)에 2년을 보내고, 1982년 롯데그룹이 대홍기획을 설립하면서 다시 광고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발상이 아주 독특하다고 말한다. 상식적인 생각에는 감흥이 없고, 역발상 안을 좋아했다. 또 멋있는 광고가 아니라 팔아주는 광고, 예를 들면, 현철의 ‘뉴파워크린’ 같은. 

그래서 그의 아이디어는 심플하면서 쏙쏙 꽂힌다. 그 바탕에는 인간 본성을 꿰뚫고, 그만의 철학이 있었기에 멋지면서 심플했다. 직원들은 그로부터 배우고 닮아가고자 했다. 완벽주의자, 꼼꼼함. 일 앞에서는 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가혹할 정도로 쓴소리를 했다. 그런데 직원들은 야단맞는 게 싫으면서도 그의 리뷰에 중독됐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의 야단이 ‘일’을 위한 것이며, 우리를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 과정이며, 그 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한 수 배울 수 있어서였다. 

또 그가 해박하다는 데에 토를 달 사람이 없다는 것도 공통된 증언이다. 사실 그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거나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은 많았지만 그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어떤 분야의 고민이나 문제도 제 일인 양 들어주고 상담사 역할을 자처했다. 그와 대화는 진솔했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그래서 그의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면서, 직원들에게 훈육하던 장면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광고가 모꼬? 물건을 팔기 위해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해야지. 시도 읽고, 철학도 연구하고 또 나가서 직접 좀 보아라. 너희들 중 과자 광고하면서 놀이터나 학교에서 애들 노는 거 보고 온 놈 있나? 맨날 책상에 대가리 처박고 야근하면 아이디어가 나오나?” 

그는 명석하면서 생각에는 여유가 있었고, 집념이 강하면서도 시비, 가부에는 결단력이 있었다. 그가 가르치고 키운 많은 후배들이 이제는 광고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늘나라에서 뿌듯한 얼굴로 한마디 할 듯하다. “Simple하고, Straight하게, 그러면서 Intelligent하게 만들어라!”

 


사진 제공 : 대홍기획 / 한국광고총연합회 발간 <ADZ>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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